[삶과문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중증외상센터’
국내 유일 수련센터 존폐 위기
환자 대부분이 기득권이었다면
모두 나 몰라라 할 수 있었을까
“응급 외상 환자 외면하는 걸 의사들 개인이나 일개 병원에 책임을 돌려선 안 돼요. 의대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사명감이 넘치는 친구들 많아요. 그걸 못 갖춘 우리나라 시스템이 문제지.” 2012년 방영된 메디컬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외과의사 최인혁(이성민)이 한 말이다. 최인혁이 꿈꾼 건, 제대로 된 외상외과 시스템을 만들어 골든타임 안에 환자를 살리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주장한다. “중증외상센터 설립!”

‘중중외상센터’는 천재 외과의사 백강혁(주지훈)이 상급병원 중증외상센터에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백강혁을 맞이하는 건 가시밭길이다. 병원은 정부가 중증외상센터 지원금으로 준 돈을 엉뚱한 곳에 가져다 쓰면서, 백강혁을 병원 적자의 원흉으로 몰아간다. 앰뷸런스 운용을 두고도 “일단 사람부터 살리자”는 백강혁과 “그게 다, 돈 드는 일”이라는 병원의 실리가 부딪힌다. 극한의 업무량 탓에 외상외과는 전공의들 기피 대상이고, 몇 사람의 사명감으로 팀이 돌아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응당’ 이런 질문이 따라야 한다. 선진사회 의료시스템을 어렵사리 들여왔는데, 왜 한국은 여전히 이 모양인가. 이에 대해 이국종은 과거 한 TV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기존 관행을 뚫고 나가는 모습이 필요한데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유나 그런 게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솔직히 드는 생각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이. 그러니까 다친 사람만 억울한 거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다치는 사람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라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가 사고에 노출될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 같은 교통사고를 당해도, 에어백 터지는 고급차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위험도와 경차 타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강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당연한 일이라도, 피해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사회적 대응이 달라지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만약 중증외상환자 대부분이 사회 기득권들이라도 정부가 지금처럼 관망만 하고 있을까. 언론이 짐짓 고개 돌리고 있을까.
마침, ‘중증외상 전문의를 육성해 온 국내 유일의 수련센터가 정부 예산 삭감으로 문 닫는다’는 소식이 지난 5일 뉴스를 도배했다. 아마도, ‘중증외상센터’가 흥행하지 않았다면 몇몇 신문 뉴스 토막으로 나오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조만간 정치인들 입에서 이 문제가 오르내릴 것이라고, 내 재산 500원을 건다. 필요할 땐 이국종(영웅으로 칭송받은)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국민 관심이 식자 나 몰라라 해 온 게 정치인들 아니던가. 시스템의 한계를 버티고 버티다 아주대를 물러나며 이국종이 한 말은 “이번 생은 망했어요”였다. ‘이번 생’이라는 단어에 ‘공공의료’를 대입해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더 뼈아프게 느껴졌던 말. 그래서 묻게 된다. 우린, 언제까지 영웅만을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몇몇 사람의 사명감에 기댈 것인가.
정시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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