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롤렉스, 글씨체부터 보세요"…시계만 10만개 감정한 노영옥 구구스 센터장

김수연 2025. 2. 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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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구구스 압구정점에서 노영옥 구구스 시계센터장이 시계를 정밀 감정하고 있다. 구구스 제공

명품뿐 아니라 패딩에서도 '짝퉁'이 나오는 등 유통업계가 가품 문제로 몸살 앓고 있는 요즘, 중고 명품 시장에서는 가품과 진품을 가려내는 안목에 대한 가치가 더욱 치솟고 있다. 그 안목 하나로 중고 명품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온 노영옥(69) 구구스 시계센터장을 만나봤다.

노 센터장은 20년간 누적 10만개 이상의 명품 시계를 감정해 온 전문가다.

1985년 서울 종로 시계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시계 감정을 시작한 노 센터장은 2005년 구구스에 시계 수리 사원으로 합류해, 하루 10~20개의 시계를 감정해 왔다.

그는 "처음에는 구구스에 시계 수리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시계를 단순히 수리하는 것을 넘어 각 제품의 가치와 역사를 파악하는 데 큰 흥미를 느끼게 됐다"면서 "점차 다양한 제품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감정 업무로 역할이 확장됐다"고 회상했다.

시계 감정은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을 직접 보고 만지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하기에 장기간에 걸쳐 노하우를 쌓아 나가야하는 작업이다.

노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시계의 작동 여부와 부품의 완전성을 먼저 확인한다"라며 "이후 밴드, 버클, 각인, 마감 상태 등 외관을 꼼꼼히 살피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내부 기계 구조와 시계 바늘의 상태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계는 브랜드별로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노 센터장은 "롤렉스는 케이스 안쪽의 일련번호와 밴드 안쪽 글씨체 차이를 확인하며, 까르띠에는 각인 위치와 백 종류에 따라 감정 포인트가 다르다"라며 "이런 디테일은 반복적인 관찰과 분석을 통해 터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계 감정은 주로 현미경으로 하고 있었다. 주얼리와 달리 시계 감정은 여전히 감정사의 육안과 경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정교한 장비보다는 감정사의 집중력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눈이 핵심인 셈이다.

최근 감정한 제품 중 가장 비싼 제품은 반클리프앤아펠의 시계다. 약 2억 2000만원짜리다.

이러한 고가 명품 시계를 예물이 아닌,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는 젊은층이 많아지면서, 구구스의 전체 중고 명품 감정 물량 중 명품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지금의 수요는 5배 이상 증가한 상태라는 게 노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명품 시계는 과거부터 부의 상징이자 품격 있는 예물로 여겨졌다. 웨딩 예물로 선택되는 것은 물론이고, 성공한 삶의 증표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이런 전통적인 의미에 명품 시계를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젊은층의 인식이 더해지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품은 더 교묘해졌다. 노 센터장은 "가품 시계는 과거엔 외관만 봐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정품과 똑같은 세라믹 베젤이나 보증서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면서 "현재 구구스에서 감정하는 시계 제품 중 약 300개 중 1개 정도가 가품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감정사에게는 여전히 가품과 진품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게 노 센터장의 얘기다. 그는 "외관 확인을 통해도 많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롤렉스는 케이스 안쪽의 일련번호와 밴드 안쪽 글씨체를 통해 판단한다"면서 "내부 무브먼트를 확인하면 더 명확하게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감정사라는 직업이 AI(인공지능) 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직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감정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면서 "이 일은 감정사의 역할과 손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구구스처럼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다루는 환경에서는 경험 많은 감정사가 중심이 돼야 진품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센터장은 가품을 피할 수 있는 팁도 공유했다. 롤렉스의 경우, 글씨나 마크, 인쇄체의 번짐 여부, 크라운의 위치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그는 "특히 태엽을 감을 때 나는 소리는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진품은 부드럽고 일정한 소리가 나지만, 가품은 둔탁하고 불규칙한 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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