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창틀에 환자 강박’ 충북 정신병원 수사의뢰

충북의 한 정신병원이 폐쇄병동 입원 환자의 두 손을 병실 창틀에 묶어놓는 이른바 ‘창틀 강박’을 한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정신병원에서 1인 격리실 강박이나 다인실 내 강박이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창틀 강박’에 대한 적발과 권고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이 병원에선 환자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환자들이 알몸으로 생활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6일 충북 영동의 ㄱ정신병원 이사장에게 격리·강박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원 내 전체 치료진이 인권위에서 주관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해당 병원이 환자를 창틀에 강박한 데 대해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충북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고 했다. 영동군수에겐 관내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을 적법하게 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과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지침을 위반하지 않도록 ㄱ병원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 등도 권고했다.
진정인 ㄴ씨는 ㄱ병원이 환자의 양손을 창살에 묶어놓는 등 부당한 강박을 시행했고, 문제가 된 해당 병동에는 60여 명의 환자가 환자복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화장실 변기가 파손돼 환자들이 병실 바닥에 배변하는 상황임에도 병원이 어떤 조치도 없이 환자를 방치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병원의 병상 수는 정신과 폐쇄병동 139병상을 포함한 180병상이며, 2024년 기준 총 16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이에 대해 ㄱ병원은 “창틀에 강박된 환자는 젊은 나이로 힘이 세고 병증이 심하여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환자가 난폭한 행동을 벌여 강제로 진정실(격리실)로 데려가려면 수십 미터를 이동하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많아 담당 의사가 보호사에게 지시하여 부득이하게 진정실이 아닌 가까운 장소에 급한 대로 결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복을 미지급한 사실이 없고 정신질환으로 인해 환자들 스스로 환자복을 찢고 버리는 등 훼손하거나 옷을 벗고 생활한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 내 파손된 변기를 수리하지 않은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진정인이 제출한 사진 자료와 참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 병원 원장이 회진하면서 강박을 지시해 환자 ㄷ씨가 양팔이 위로 들려 좌우로 벌어진 상태로 병실 창틀에 양 손목이 강박되었던 일은 사실로 보인다”며 “강박행위가 일어난 2024년 2월6일 격리·강박일지 기록이 있어야 함에도 해당일 격리·강박 일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피해자 및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해당 병원 소수의 치료자들은 약 60명의 중증 입원환자를 관리하면서 관행적으로 격리와 강박조치를 빈번하게 시행한 것으로 보이고, 문제 행동을 하는 환자에 대한 처벌적 조치로서 강박을 시행한 것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가령 환자 ㄹ씨는 돈 없이 배달 음식을 반복적으로 주문했다는 이유로 강박을 당했으나 강박일지 기록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격리 및 강박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은 격리(강박)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며, 해당 공간은 타인으로부터 인격이 보호되는 장소여야 한다. 격리 장소는 가급적 격리·강박 된 환자를 관찰하기 용이한 장소, 즉 간호사실과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하고, 관찰 창 등을 통해 내부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강박은 격리를 시행한 이후 다음 단계로써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병동 편의 및 처벌의 목적으로 시행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격리실이 아닌 다인실 침대에 묶어놓은 환자가 타 환자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다인실도 아닌 병실에서 환자를 짐승처럼 창틀에 묶어놓은 경우다.
인권위는 또 환자들의 병실 내 알몸 생활과 관련해서는 “피진정병원 입원 환자 중 일부가 환자복을 받지 못하였다고 진술했고, 직원들도 환자복을 요청했음에도 조치가 없었으며 피진정병원에서 환자복을 구매하여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한 내용을 종합하였을 때, 피진정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환자복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피진정병원이 환자들의 정신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달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환자들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 판단했다. 다만, 이 사안은 영동군 보건소가 수사 의뢰하여 검찰청에 송치된 사실이 확인되므로, 해당 진정내용은 인권위법 제3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각하했다.
파손된 변기의 방치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병실 바닥에 배변하는 것이 단지 병실 내 변기가 파손되었으나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피진정병원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환자들을 생활하게 하고 깨진 변기 등으로 인해 환자들이 다칠 우려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은 환자들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 정신병원 진정 건과 관련해 인권위 한 관계자는 6일 한겨레에 “병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 관리가 심각한 수준으로 정부는 해당 병원의 중증 환자 수를 대폭 축소해야 하며, 병실 바닥 배변 방치와 환자 알몸 상태 방치에 대해 사과는커녕 병증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의료진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이런 수준의 병원은 기능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할 바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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