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숙인 시설, '냉난방 갈등' 비화…고물가·기후변화 직격탄
공공요금 상승에 냉난방 서비스 축소 대응 불가피
집단 거주 방식 탓에 시설 노숙인 간 갈등 불거져
![[서울=뉴시스]서울시 유형별 노숙인 현황. 2025.01.31. (표=서울시복지재단 연구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06/newsis/20250206090014110cotp.jpg)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공공요금 인상,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날씨 변화가 서울 노숙인들의 일상생활과 건강, 안전 등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시 노숙인은 모두 5264명이다.
유형별로 쪽방주민이 2399명(45.6%), 시설노숙인이 2028명(38.5%), 거리노숙인이 836명(15.9%)이다. 성별로는 남성노숙인이 4194명(79.7%), 여성노숙인은 1061명(20.3%)이다.
노숙인 중 78.5%가 50세 이상이다. 노숙인의 73.0%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신체 질환을 앓고 있다. 노숙인 중 40.8%는 정신병이 있으며 그 중 조현병, 우울증, 조울증 등이 34.1%를 차지했다.
노숙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실직·사업 실패(31.8%), 부채 증가로 인한 신용 불량·파산(11.0%), 정신병 증상의 급격한 악화(9.8%), 알코올 중독(9.2%), 결혼 관계 해체(8.8%) 등 순이었다.
노숙인 월평균 소득 수준은 59만1600원이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 노숙인복지시설(입소시설)은 37개(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일시보호시설 포함), 쪽방상담소는 5개로 모두 42개 노숙인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서울시 노숙인 시설 현황. 2025.01.31. (표=서울시복지재단 연구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06/newsis/20250206090014297qxdj.jpg)
그런데 최근 기후 변동과 이로 인한 급격한 날씨 변화가 노숙인 시설 에너지 비용 증가, 에너지 기기 소모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록적인 장기 폭염을 비롯해 폭우와 한파 일수 증가가 노숙인 시설 시설물 관리와 에너지 서비스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시설 관계자인 서모 원장은 "한파 때마다 동파가 되는 사례가 증가해 관리에 노력과 시간이 더 들어가고 폭우로 누전이 발생하는 등 잦은 고장과 누수로 인한 수리비 등 운영비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모 원장은 "열대야로 거의 밤에도 에어컨을 계속 틀어서 과부하로 에어컨이 2번씩이나 고장 났다"며 "에어컨 수명이 10년이라면 시설에서 사용하는 기기의 수명은 더 짧을 정도"라고 했다.
공공요금 인상도 노숙인 시설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서울시가 주는 관리 운영비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자 시설이 에너지 공급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서 원장은 "연간 관리 운영비의 70% 정도를 에너지 비용으로 사용 중인 것이 현실"이라며 서울시의 냉난방비 특별예산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민간의 냉난방비 지원이 없다면 원활한 운영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모 과장은 "운영비에서 공공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생활인을 위한 소모품 구입이나 관리비 부담 등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에너지 사용 관련 노숙인 시설 입소인들의 불만 또는 요구사항. 2025.01.31. (표=서울시복지재단 연구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06/newsis/20250206090014436choi.jpg)
폭염과 열대야가 늘면서 수면 장애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노숙인이 개별적으로 에너지 사용 욕구를 충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노숙인 정모씨는 "저는 으슬으슬 몸이 추워서 온도를 올리고 싶은데 이게 사무실에서 해주는 것이고 또 가서 얘기를 해야 되니까 그게 엄청 불편하다"고 말했다.
오모씨는 "약간 자율적으로 주면 좀 낫지 않겠나. 왜냐하면 지금은 틀에 박혀 있으니까"라며 "에어컨도 처음부터 세게 틀고 그러면 되는데 규정이 26도니까"라고 털어놨다.
한 방을 사용하는 노숙인들끼리 냉난방 기기를 다루거나 창문을 여닫는 문제로 다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모씨는 "24도로 맞추는데 춥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자꾸 누르면 안 되지만 자꾸 온도가 변경이 된다"며 "그러니까 손을 못 대게 우리가 모여서 '몇 도로 맞춥시다' 그렇게 선생님과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정모씨는 "나는 콜록거리는데 (다른 분은) 답답한지 창문 열고 그런다"며 "저는 따뜻한 게 좋은데 왜 그러시냐 그러니까 나이 드신 이 분은 사무실에 바로 내려가셔서 '너무 뜨거우니까 내려라' 말씀을 하신다. 처음에는 좋게 말씀드리다가 좀 지나면 음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숙인 시설 입소인들을 위한 개별 수면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서울=뉴시스]노숙인 시설 내 에너지 서비스 제공 어려움 요인. 2025.01.31. (표=서울시복지재단 연구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06/newsis/20250206090014609ubgx.jpg)
시설 운영자들에게 개별 수면실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보조 냉난방의 개별 사용에 따른 화재 등의 위험 때문에'라는 응답이 6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조 냉난방기 등의 물품이나 시설 용량 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가 46.0%, '개별 에너지 지원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기 때문에'가 45.2%였다.
또 '개별적 요구를 들어주고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가 28.6%, '보조 냉난방기의 개별 사용 시 형평성 문제 제기 우려로'가 26.2%, '개별 에너지 지원의 필요나 제공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가 19.8%, '개별 에너지 지원의 적절성이나 비용 지출에 대한 사후 감사 등 때문에'가 15.1%였다.
연구진은 현행법과 조례를 개정해 노숙인을 에너지 취약 계층에 포함시키고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에너지 취약 계층으로서 노숙인의 에너지 사용 권리를 보장하는 합리적 운영비(에너지 비용)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에너지 비용 집행의 근거가 되는 시설 운영 보조금의 부족, 특별 예산인 냉난방비 지원 불안정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노숙인 시설 내 개별 욕구 충족이 가능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시설을 거처로 사용해야 하는 노숙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개별적인 에너지 사용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시설 내 생활 공간을 개별 에너지원 공급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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