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야말로 친중파다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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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체포영장 집행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엉뚱한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시진핑 개XX 해봐!" 그렇게 하지 못하면, '친중(親中)' 혹은 '중국 스파이'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쯤 되는 나라의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을 추종한다는 믿음 자체가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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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피의자 윤석열의 체포영장 집행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엉뚱한 요청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시진핑 개XX 해봐!” 그렇게 하지 못하면, ‘친중(親中)’ 혹은 ‘중국 스파이’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김정일 개XX 해봐’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해서, 0.1초 만에 요청자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부근에 가면 기상천외한 표현물들이 보인다. 대충 요약하면, ‘각계각층에서 암약 중인 친중 사회주의 세력이 공산화를 획책하고 있다!’ 그들의 친중 사회주의자 리스트는 광범위하다. 노동·시민 운동가, 야당 정치인, 연예인, 그리고 대다수 언론사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같은 여당 정치인 일부도 친중 ‘빨갱이’로 불린다. 윤석열이 주장하는 부정선거의 배후 역시 중국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쯤 되는 나라의 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을 추종한다는 믿음 자체가 황당하다. 중국은 언론과 출판, 정치활동의 자유가 없으며, 법률 위에 공산당이 있는 나라다. 권력자의 비위를 거스르면 영장 없이도 체포·구금·압수수색을 당한 뒤 ‘처단’될 수 있다. 윤석열이 계엄포고령 1호로 실현하고자 했던 바로 그 나라다. 야당 정치인이나 노동운동가, 언론이 아무리 나쁘다 한들 이 땅에 중국 같은 나라를 만들려고 할 만큼 사악하고 멍청할 리는 없다.
사실, 한국이 중국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엄청나게 많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갑자기 무너진다면 중국군은 북한 점거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일본과도 협력해서 지역 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위협적이다. 중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등 일부 미래산업에서 글로벌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엔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한국이 전통적 강자인 산업 부문에서 초저가 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내며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자칭 애국자들은 멀쩡한 동료 시민들을 친중 ‘빨갱이’로 몰기보다 이에 대응할 전략부터 모색해보기 바란다.
또한 아무리 못마땅해도 한국이 앞장서서 중국을 배척할 필요는 없다. 중국은 지금도 한국의 수출실적에서 가장 비중이 큰 나라다. 두 나라 경제는 공급사슬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편 〈택시 운전사〉 〈변호인〉 〈서울의 봄〉 같은 한국의 민주화 투쟁을 다룬 영화들이 ‘어둠의 경로’일망정 중국 인민(그들은 아직 ‘시민’으로 불리기 힘들다)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려왔다.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국격이자 대중(對中) 수출품이다. 12·3 쿠데타는 민주주의를 말살해 한국을 중국 같은 나라로 전락시킬 뻔한 무서운 사건이었다. 윤석열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중파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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