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창업 스토리] 술 빚는 청년들 맛 넘어 재미까지 ‘취하다’

이연제 2025. 2. 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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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지원 기반 강릉 양조장 창업
이화주 모티브 ‘떠먹는 막걸리’ 개발
신선한 맛·이색가게 소비자 입소문
점집골목 위치 ‘구름신’ 탄생 배경
쇼룸 내부 신당 방문객 ‘웃음 포인트’
지역업계 협력·전통주 가치 상승 최선

강릉 주룩주룩 양조장

‘강릉 구름신은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강릉 구름신을 모시며 신의 계시에 따라 술을 빚고 있습니다’, ‘강릉 구름신의 은총이 주룩주룩 내리는 양조장입니다’. 강릉 중앙시장 골목에 위치한 이색 양조장 ‘주룩주룩 양조장’의 홍보 문안이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떠먹는 막걸리’라는 신선한 상품으로 최근 지역 내 새롭게 떠오르는 이색 가게 중 한 곳이다. 오픈 당시 주 소비층은 2030여성들이었으나 최근 입소문이 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전통주 러버들이 발걸음하고 있다. 주룩주룩은 김항욱(32)대표, 한빛찬(32) 대표, 박영건(31) 대표까지 세 명의 공동대표가 운영 중이다. 이들은 술을 판매하는 쇼룸과 술을 빚는 양조장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영건 대표를 만나 이들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 강릉 주룩주룩 대표 단체사진. 왼쪽부터 김항욱·한빛찬·박영건 대표.

■ 마음 맞는 세 남자의 도전

김항욱, 한빛찬, 박영건 대표는 대학동기(경희대 호텔관광대학)이다. 세 명의 동기들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 당시 막 졸업한 상태여서 수중에 창업 비용이 없다보니 정부기관·단체에서 실시하는 창업 지원 사업들을 신청해 뛰어들었다. 지난 2021년 11월 사업자 등록을 냈지만, 사실상 2022년 5월까지 양조장 준비 과정을 거쳤고, 이후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술에 관심이 있어 25살 쯤 세 명중 가장 먼저 술 빚는 공부를 시작했다”며 “동기들과 20살에 만나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비슷해졌고, 두 동기에게 양조장 창업을 제안했을때도 단번에 긍정을 표해줬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소상공인진흥원, 강릉원주대 창업보육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 도움을 받아 현재의 자리까지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들은 창업경진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 500만원으로 반지하 월세방을 잡아 술을 빚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반지하방에 모여 1년 정도 술을 빚고 맛보고 버리고 하는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지금의 아이템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현재도 개발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만난 세 남자가 강릉에 정착한 이유는 한빛찬 대표의 고향이자 바다 사랑이 한 몫했다. 그는 “당시 진행중이던 지원사업 중 지방에 내려가 창업을 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 있었고 후보지가 강진, 나주, 강릉 등 다양하게 있었다”며 “이중 강릉행을 택한 이유는 한빛찬 대표의 고향이 강릉이었고, 세 명 모두 바다를 좋아하다보니 강릉을 택했다. 서울~강릉 KTX가 있다보니 관광객 접근성도 다른지역에 비해 아주 좋은편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강릉 주룩주룩 쇼룸 외관·

■ 고려시대 ‘이화주’ 모티브 ‘떠먹는 막걸리’

주룩주룩에서는 떠먹는 막걸리 4종류와 병 막걸리 6종류까지 더해 총 10종류 판매하고 있다. 이중 떠먹는 막걸리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술을 배우던 중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던 이화주를 알게됐고, 주종을 고민할 시기에 카페를 지나는데 푸딩이 담겨있는 것을 보고 이화주를 모티브로 디저트 술을 개발해 팔아보자는 생각을 하게됐다”며 “하평구름, 소돌구름, 순긋구름, 강문구름까지 떠먹는 막걸리들의 이름은 개인적으로 강릉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한 해변들의 이름을 넣었다”고 했다.

다양한 주종 중 막걸리를 선택한 이유는 ‘자유도’ 때문이다. 그는 “막걸리는 만드는 방식과 들어가는 부재료가 다 달라 빚는사람 마음대로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어 주룩주룩만의 아이템을 잘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코넛과 파인애플, 커피, 강릉단오제를 상징하는 창포까지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80병 가량의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으며, 세 명의 대표가 한 달 최대 3000병 가량의 막걸리를 직접 생산해내고 있다.

주룩주룩 쇼룸 내 구름신당의 모습

■ 구름신을 모시다

주룩주룩의 쇼룸이 차려진 중앙시장 뒤편 골목에는 점집들이 사방에 위치해 있다. 점집 골목이라 불러도 무방할만큼 쇼룸을 기준으로 앞집, 뒷집 주변이 전부 점집이다. 가게를 구한 뒤 내부 단장을 위해 모여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는데 굿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들은 고민에 빠졌다.

박 대표는 “굿하는 소리를 듣고 큰일났다. 손님들이 왔는데 굿 소리가 들리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만나 당황스러웠다”며 “고민 끝에 우리도 우리만의 신을 모시자, 양조장을 운영하니 주신(酒神)를 모셔보자라는 의견을 모았고, 주룩주룩만의 스토리가 담긴 구름신 신당이 탄생했다”고 회상했다.

쇼룸 벽 한편에 구름신당을 꾸며놓고 제사상에는 막걸리 부재료와 강릉 상징품들을 올렸다. 병풍에는 구름신의 탄생과정을 담았다. 구름신은 강릉에서 태어나 경포호, 주문진 해변, 오죽헌, 소금강에서 혹독한 수련 끝에 이전에 없던 술을 빚어낸다. 바로 강릉 해변의 구름을 떠먹는 디저트 술 ‘소돌구름’과 ‘하평구름’. 이 술의 탄생을 시작으로 구름신은 마침내 주(酒) 열반의 경지에 올랐다.

박 대표는 “구름신 이야기를 설명하면 모두들 재밌어한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신당에서 소원을 비는 제스처를 취하며 인증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신당은 가게만의 포토존이 되기도하고, 제사상에 올려진 부재료들을 보며 주룩주룩 막걸리 특징도 단번에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고, 주룩주룩만의 스토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판매 중인 떠먹는 막걸리와 병막걸리.

■ 무럭무럭 성장할 ‘주룩주룩’

대학 졸업 후 지원 사업에만 의존하다보니 주룩주룩의 성장속도는 더뎠다. 그러나 어두운 긴 터널을 무사히 지났고 이제는 핫한 양조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박 대표는 “맨땅에 헤딩의 심정으로 시작했다. 처음 강릉에서 양조장 공간은 6평 가량으로 아주 좁은 공간에서 술을 빚었고 손님이 하루에 한 명도 안올때도 있었다”며 “초창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박람회, 유명카페 컬래버, 롯데백화점 등 팝업스토어, 인스타그램 등 SNS 홍보에 주력했고, 최근들어 지역 내 영향력을 키우는게 중요하다 판단해 강릉 내 홍보를 적극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함께 성장하는 양조장을 꿈꾸고 있다. 그는 “맥주와 막걸리 등 강릉에 양조장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은데 함께 성장하고 싶다. 강릉에 놀러 오면 다양한 종류의 특색있는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 다 같이 잘 컸으면 좋겠다”며 “특히 전체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 굉장히 작다보니 시장 자체가 커졌으면 좋겠다”고 주룩주룩의 포부를 밝혔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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