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의 함께 들어요] [9] 끝이자 시작이었던 전람회 ‘졸업’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고교 졸업을 앞둔 청취자들로부터 추천곡을 부탁한다는 요청을 받은 적 있다. 잠깐 궁리하다 건즈 앤드 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을 추천했던 기억이 있다. 놀고 싶은 마음에 들떠 있겠지만 실은 잔혹한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 말하고 싶었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미성년자라는 울타리가 실은 각종 냉혹한 책임으로부터 떳떳하게 도피할 수 있는 보호막이기도 했음을 말하고 싶었다.
듀엣 전람회도 노래 ‘졸업’에서 학창 시절 이후의 세상을 때 묻지 않은 꿈이 빛바래져 가는 과정으로 그린다. 노래 속 주인공은 희망찬 마음이 아닌 우려 섞인 감정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의 순진무구한 꿈은 찬란히 이뤄지기보다는 현실 앞에 주눅 들어갈 것으로 가정된다. “우리의 꿈도 언젠가는 떠나가겠지. 바래져가는 나의 꿈을 찾으려 했을 때 생각하겠지. 어린 시절 함께했던 우리들의 추억들을.”
물론 ‘졸업’이 사회 비판적인 노래는 아니다. 담고자 했던 속뜻은 그룹의 해체였다. 김동률과 고 서동욱은 ‘졸업’이 수록된 1997년 3집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갔다.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업에 전념하겠다며 헤어짐을 선언했다. 원래는 2집까지만 활동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감사의 의미로 한 장을 더 발표한 것이 앨범 ‘졸업’이었다. 물론 김동률은 이후로 음악계를 떠나지 않았다. 같은 해에 이적과 함께 카니발을 결성했고, 이듬해엔 솔로 1집을 발표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김동률에게 ‘졸업’은 전람회를 졸업하는 것이었다.
1집과 2집으로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을 정도로 젊은 세대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얻었던 전람회였기에 마지막 앨범이란 소식은 많은 안타까움을 뿌렸다. 주요 일간지들이 앞다퉈 해체 소식을 전했고 타이틀 곡 ‘졸업’의 인기와 팬들의 아쉬움이 시너지를 일으켜 음반 판매고 또한 상당했다. 마지막 고별 콘서트도 성황을 이뤘다.
음악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본격적인 록 장르만큼이나 공격적인 일렉트릭 기타가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김동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오케스트라 반주의 아름다운 발라드와 궤를 달리한다.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록 그룹 넥스트의 김세황이 연주했다. 넥스트의 리더이자 보컬인 신해철은 ‘기억의 습작’이 수록된 전람회 1집 앨범을 프로듀스한 적 있다. 1988년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 신해철이 1993년 대상 수상자 전람회를 끌어줬다. 전혀 다른 둘의 합은 1990년대의 가장 흥미로운 음악 교류 중 하나였다.
졸업 시즌이 되니 오랜만에 이 노래가 생각난다. 음반 커버에 서 있는 두 멤버 중 서동욱씨가 두 달 전 별세해 안 그래도 강한 비장미가 더욱 시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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