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방화벽” 독일 시민 16만명, 추운 거리로 나선 이유

한겨레 2025. 2. 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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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화벽이다." "모두 함께 파시즘 반대."

지난 2일 흐리고 추운 주말 오후 독일 베를린 독일연방 의회 광장에 피켓과 깃발을 든 사람들이 속속 모였다.

16만 인파가 베를린에 몰려나온 이유는 오는 23일 열리는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기민련의 총리 후보 메르츠 당대표가 이주민법 강화 법안 추진 과정에서 독일 사회의 오랜 금기였던 극우 정당과의 협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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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앞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시민 한명이 “파시즘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우리가 방화벽이다.” “모두 함께 파시즘 반대.”

지난 2일 흐리고 추운 주말 오후 독일 베를린 독일연방 의회 광장에 피켓과 깃발을 든 사람들이 속속 모였다. 친구들과 온 젊은이,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 그리고 노년층이 “우리는 방화벽”이라는 모토로 열린 이날 시위에 참석해, 광장이 꽉 찼다.

“봄이 오면 메르츠는 가라”처럼 중도 보수 성향 제1야당 기독민주연합(CDU)의 총리 후보 프리드리히 메르츠(69)를 비판하는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든 이들도 있었다. 시위를 주최한 시민단체 캠팩트의 대표 크리스토프 바우츠는 “기민련이 극우와 결탁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 추산 16만명의 인파가 브란덴부르크 대문을 지나 기민련 당사 앞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어둠 속 스마트폰 등을 켜고 “메르츠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야유를 보냈다.

16만 인파가 베를린에 몰려나온 이유는 오는 23일 열리는 총선에서 승리가 유력한 기민련의 총리 후보 메르츠 당대표가 이주민법 강화 법안 추진 과정에서 독일 사회의 오랜 금기였던 극우 정당과의 협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2일 시위에 참가한 시민 미헬 프리드만은 30년간 기민련 당원이었다가 이번 사태로 탈퇴했다고 말했다.

메르츠 대표는 △지속적 국경 통제 △불법 입국 시도 통제 △신분증 미소지자 입국 금지 △강제출국 대상자 즉각 체포 △범죄자에 대한 체류 조건 강화 등을 담고 있는 결의안을 지난달 29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찬성표에 힘입어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시장 트럭 테러와 지난달 남부 소도시 아샤펜부르크에서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의 흉기 난동을 계기로 추진한 이 법안은 오는 23일 총선을 앞둔 메르츠 대표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이는 2차 대전 뒤 독일 주요 정당은 극우 정당과 거리를 둔다는 ‘방화벽 원칙’을 깬 것이라,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기민련 출신이며 집권 시기 독일에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결정을 내렸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도 메르츠를 비판했다.

지난 2일 오후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앞 광장에서 ‘우리는 방화벽’이라는 모토로 열린 시위에 시민들이 참가해 있다.

결국 법안은 지난달 31일 일부 기민련 의원도 투표에 참가하지 않아 부결됐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독일 전역 크고 작은 도시에서 연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인사에 따르면 기민련은 지지율 30%로 1위이지만 독일을 위한 대안이 22%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민정책 전문가 하네스 샴만은 최근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에 “이미 이민 제한은 강화되어 있고, 메르츠가 제안했던 법안은 실효를 보기 어렵다. 메르츠의 선거 전략은 극우 정당만 돕는 격이 됐다”고 비판했다.

베를린/글·사진 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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