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중국' 싫다더니…" 한국서 줄줄이 히트 친 정체 [트렌드+]
탕후루부터 빙산롱옌까지…韓 휩쓸어
"반중 정서 속 인기, 음식은 정치와 별개"
한국 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간식은 틱톡, 유튜브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연이어 히트를 치고 있다. 설곤약, 마라 죽순 등 마라 열풍이 한번 지나간 후에는 달콤한 중국 간식인 탕후루 열풍이 불었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식빵과 벽돌 초콜릿인 '빙산롱옌'과 크레이프로 만든 '수건 케이크'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음식 문화는 정치적 감정과 별개로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12월 일본 언론 데일리신조는 "미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이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CEIAS)등 국제연구진이 2022년 한국 성인 남녀 136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국을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한다고 답한 응답 비율은 81%에 달했다"며 "그런데도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국산 디저트 탕후루는 대인기이며 한국 번화가에서 10대~ 20대 여성이 여러 가지 빛깔의 '탕후루'를 먹으면서 걷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내 반중 정서는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과 함께 코로나19, 미세먼지 문제 등이 맞물리며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디플로맷은 실제로 미세먼지는 지난 몇 년 간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고 했다. 또한 한국인이 중국 하면 떠올리는 단어는 '코로나19'가 가장 많았고 이 밖에도 '역사 왜곡','더러움','가짜', '오염' 등 부정 적인 단어들이 주로 언급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11년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달걀' 사건에 이어 '가짜우유', '가짜고기'등의 사건이 큰 충격을 안겼으며 이듬해 중국 농부들이 배추를 알몸으로 재배하는 사진이 퍼져 위생문제가 대두됐다. 이뿐만 아니라 2023년 중국 칭따오 맥주 공장에서는 제조과정 중 직원의 부주의로 맥주에 오줌이 섞여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2023년 언론시민사회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의 '2030세대 사회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주변에 있는 일본, 북한, 중국, 미국 등 4국 중에서 '호감이 안 간다'는 응답은 중국이 91%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디저트 유행에는 SNS를 타고 퍼진 콘텐츠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시초격으로 알려진 '먹방(먹는 방송)' 문화가 중국에도 퍼지면서 화려한 색감과 신기한 모양과 식감을 가진 중국식 간식 먹방 영상이 역으로 인기를 끈 것. 특히 중국 특유의 필터가 적용된 먹방이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한국에서 재유행하면서 중국에서 유행하는 독특한 간식들이 빠르게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유행에 민감한 국내 먹방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SNS에서 유행하는 중국 디저트를 먹고 리뷰하는 것이 하나의 성공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영상은 꾸준히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5일 기준 중국 식빵 리뷰 영상의 경우 지난달 구독자 117만 유튜버 '띠미'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는 159만회, 82만 먹방 유튜버 '돼끼'의 조회수는 104만회를 기록했다.
직접 중국을 방문해 중국에서 유행하는 독특한 디저트를 리뷰하는 영상 또한 인기가 많다.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가 올린 '대륙의 디저트 총집합' 영상은 게시 3주만에 조회수 32만회를 훌쩍 넘었고 유튜버 '내하루'의 중국 디저트 당일치기 영상의 조회수 42만회를 달성했다.
중국산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카페와 제과점에도 이를 모방한 디저트를 출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문지혜(31) 씨는 최근 빙산롱옌을 팔기 시작했다. 문 씨는 "하루에 10개~15개는 꾸준히 팔리고 있는데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도 많고 우연히 카페에 왔다가 중국식 간식을 발견하고 사가는 경우도 있다"며 "수건 케이크도 직접 먹어보고 연구하면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고 이걸 먹기 위해 오는 손님도 있어서 유행을 반영해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에서 빵집 직원으로 일하는 조선족 이 모씨는 "우유에 말면 늘어나는 식감을 가진 식빵을 요즘 많이 찾아 가판대 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쌓아놨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고 유튜버들도 이게 맞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도 중국 디저트를 본뜬 신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반짝 매출을 기록 중이다. GS25, CU등은 최근 수건모양케이크와 빙상롱옌을 본뜬 벽돌 초콜릿을 연달아 출시했으며 출시 직후 '품절대란'을 빚기도 했다.유통업계에 따르면 CU는 지난 2일 '405 생크림수건케이크'와 '405 초코수건케이크'를 출시했는데 예약 판매 4일 만에 준비된 수량을 모두 완판했다. GS25 역시 최근 출시한 '수건케이크' 2종은 사전 예약 첫날 준비한 2000개가 모두 판매됐다.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에서 어머니와 CU를 운영 중인 이 모씨(29)는 "편의점에 SNS 등에서 유행하는 수건 케이크라든지 디저트가 인기 품목 중 하나"라며 "보통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재고를 들여와 비치해 두면 바로바로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맞은편에 GS25를 운영 중인 사장 김 모(60)씨는 "아무래도 주변에 대학교가 많고 젊은 학생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학생들 위주로 벽돌 초콜릿을 많이 찾고 있는데 지금은 재고가 없다"며 "계속해서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데 디저트 신상은 나오는 족족 다 나가고 있는데 계속된 인기 덕에 발주가 1~2개씩으로 제한된 상태"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음식은 정치적 감정보다 개인의 입맛과 경험에 따라 소비되는 경향이 크고 특히 요즘 같은 경우 흥미 위주의 SNS를 통해 보여지는 중국 디저트들은 독특한 비주얼과 색감으로 인해 '신기한 음식'으로 인식돼 인기를 끌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반중 정서가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젊은 세대 위주로 글로벌하게 사고하고 활동하면서 그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개미들 벼락부자 됐다"…줄줄이 '돈방석' 알고 보니
- "트럼프, 尹 구할 생각 없는 듯"…美 외교전문지서 나온 전망
- "300만원인 줄 알았는데…" 산후조리원 갔다가 '화들짝'
- "中 싫지만 이건 못 참지"…난리난 '수건 케이크' 뭐길래 [트렌드+]
- "30만원 신발, 20만원에 사왔어요"…설 황금 연휴에도 '인기 폭발'
- 연못에 수북이 쌓인 '소원 동전'…싹 건져서 은행 가져갔더니 [강진규의 BOK워치]
- "커피믹스 하루에 3잔 이상 마셨는데…" 희소식
- 은행 믿고 돈 넣었다가 '날벼락'…"노후자금 다 날릴 판"
- 트럼프에 뒤통수 맞은 머스크…"관세전쟁 최대 피해자됐다"
- "분당 뛰면 우린 더 뛴다"…'2억 껑충' 집주인들 신난 동네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