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윤석열, 뻔뻔하고 무책임” [김은지의 뉴스IN]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김은지 기자
■ 출연 : 김만권 정치철학자, 김영화 기자
★ 첫 번째 뉴스 키워드 : 5차 변론에도 이어진 윤석열 궤변
■ 김영화 / 어제(2월4일) 헌법재판의 탄핵심판 5차 변론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궤변이 이어졌습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를 하며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재차 증언했는데요.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군방첩사령부의 간첩 업무를 도우라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인이 아닌 간첩을 잡아들이라는 지시였다는 건데요. 홍 전 차장은 변론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창 비상계엄 관련된 국무회의가 진행 중이고, 수방사, 특전사가 난리치는데 예전에 해외 한 번 나갔다 왔던 1차장한테 격려차 전화를 하신다? 그 시간에?”라며 되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호수 위에 빠진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또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것이 자신이 김용현 전 장관에게 지시한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중대한 헌법 위반 사항을 사실상 자백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 진행자 /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박할 게 참 많을 것 같습니다. 그날 밤의 기억을 소환해보면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는데요.
■ 김만권 / 아무 일도 안 일어나서 그날 밤새 지켜보고 시민들이 국회로 가서 군인들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잖아요. 그리고 들어가는 군인들도 사실 괴로워하는 거 눈에 보였지 않습니까? 그런 불안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어요.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집에도 못 간 채 의원회관에서 계속 머물면서 ‘2차 계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며 비상 대기 상태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여전히 대통령이 사실상 궐위되어 있는 상태고요. 그래놓고 대통령이 “아무 일이 없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상황 인식이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거죠. 아니면 뻔뻔스럽거나요. 제가 지난 방송에서도 ‘개소리(bullshit)’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해서 남을 속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에요. 사실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사실을 부정확하게 진술해서 그 상황을 모면하는 거고요. 반대로 무슨 말을 해도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들한테는 그들을 동원할 수 있는 아무 말이나 한 마디 던지는 겁니다. 그게 목적인 거거든요.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다’고요? 사실 말도 안 되는데 그냥 막 던지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어제의 그 발언들도 너무 한심하고 창피한 발언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 진행자 / ‘선관위 군 투입’ 부분이 중요한 것 같은데 윤 대통령이 거의 자백을 해버렸어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만권 / 탄핵심판에서 쟁점이 네 가지입니다. 계엄령 자체의 위법성, 포고령의 위법성, 의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의 위법성, 마지막으로 선관위 병력 투입의 위법성입니다. 여기서는 누가 지시를 했나 안 했나를 가지고 쟁점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선관위 병력 투입 부분은) 윤 대통령이 아예 조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의 공소장에도 없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내가 선관위에 병력 투입 지시했다’고 자백한 거나 다름없는 거죠. 근데 이 탄핵심판에서는 네 가지 중에 하나만 위반해도 그냥 탄핵이에요. 상당히 불리한 증언을 자기 스스로 내뱉은 겁니다.
■ 김영화 /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불리할 수 있는 ‘통화 정황’이 공개되자 또 다른 변호사가 배 변호사의 마이크를 급히 빼앗는 장면도 포착되었습니다. 이날 이진우 전 사령관의 경우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는데요.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라’는 말을 한 것과, ‘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기억이 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 진행자 / 마지막에 다급하게 마이크를 뺏는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 김만권 /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대단한 변호사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기가 변호하는 사람의 잘못된 걸 다 드러내는 변호를 하셨어요. 생각해 보면 (이진우 전 사령관이 말했듯)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하니까 대통령이 ‘그럼 빨리 끄집어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하면 할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에 이걸 진술을 안 하고 싶었는데, 변호사가 계속 진술하게 만든 거죠. 결국은 변호사들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논리적으로 방어가 안 되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라는 생각입니다.
■ 김영화 / 그런 가운데 계엄 당시 ‘체포 대상자 명단’ 메모를 두고도 집중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측 김계리 변호사가 “메모를 작성한 보좌관이 누구냐, 보좌관은 이런 메모를 들은 적 없다고 진술한다”고 따져묻는데요. 홍장원 전 차장이 “제 보좌관은 한 명이 아니다. 세 명 다 이렇게 진술을 했나”라고 반문하자, 김계리 변호사가 “그건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하면서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데요. 김 변호사가 “그러면 왜 아까 전에 ‘미친 X이다’라고 생각하고 메모를 멈췄느냐”라고 묻자 홍 전 차장이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 변호사님, 한번 (체포) 명단 쭉 읽어보십시오. 어떤 느낌이 드나.”
■ 김은지 / 5차 변론에서 나온 가장 문제적인 발언을 짚어 주신다면요?
■ 김만권 /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 윤석열의 발언입니다.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인지 보여줘요. 실제로 계엄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의 돈이 50조가 넘어갑니다. 한 달 사이에 그만큼 빠져나갔습니다. 환율은 거의 1470원까지 올랐갔어요. 환율이 올라가면 당연히 수입하는 원자재 값이 비싸지고 원자재 값이 비싸지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물품의 생산 가격이 올라가고 해외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우리가 환율 1400원대에 방어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습니까? 이거 무너지면 큰일 난다고 했는데 그것을 쉽게 무너뜨렸습니다. 그것 뿐입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그 모든 기억들, 상처들이요. 이건 역사적 상처로 남을 겁니다. 역사적 개망신으로 남을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얼마나 무책임한 일입니까?
★ 두 번째 뉴스 키워드 : 전광훈 체포될까
■ 김영화 / 경찰이 전광훈 목사를 내란 선동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의 배후가 아닌지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건데요. 지금까지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2명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잇따라 체포되었습니다. 경찰이 곧 전광훈 목사에 대한 소환을 검토중인 가운데, 전 목사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서부지법 폭력 사태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체포된 2명의 특임전도사에 대해서도 “내가 그런 애들과 대화할 군번인가”라고 거리를 두는 발언을 했는데요. 앞서 전광훈 목사는 2월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연합예배에 “내가 체포당할 만한 그런 죄를 지었냐, 나는 ‘국민저항권’ 밖에 말한 게 없다” “8시에 다 해산했다”라고 항변하기도 했죠. 한편, 극우 지지층들이 결집하면서 위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민주노총 산하 마트노조에 따르면, 윤석열 탄핵 배지를 착용한 마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점포에 협박 전화를 걸거나, 매장을 돌아다니며 위협을 가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폭동 사태 이후로도 극우세력들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위협을 하고 있는 건데요. 그런 가운데, 김용현 전 장관이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이들에게 영치금을 보냈습니다. 총 30여 개의 계좌에 자신이 받은 영치금과 사비를 모아 보냈다면서 이들을 ‘애국전사’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 진행자 / 전광훈 목사의 주장 어떻게 보십니까?
■ 김만권 / 체포당할 만한 죄를 지었느냐고 물어보는데요. 한 나라의 어른, 종교 지도자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해야할 것 같고요. 이 시대에 정치와 종교를 분리해 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종교가 정치와 가까워서 민주주의 국가가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종교적 신념은 기본적으로 세속의 법에 대한 존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와 종교를 계속 분리하자는 말은 어떤 뜻이냐, ‘신의 말씀이 세속의 법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세속의 법을 존중하지 않고 있어요. 실제로 법원 폭력 사태로 동부구치소에 구금된 전광훈 목사 교인이 뭐라고 그러느냐, ‘극우 성향의 광화문 집회가 우리들의 영적 고리를 지키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해요. 이 부분은 정말 문제고요. 마트 노동자를 위협하는 등 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학에서는 ‘폭민(暴民)’이라고 부릅니다. 아주 문제적 존재인데요. 사회적으로 크게 존재감이 없었던 사람들, 기존의 정치가 자신을 배제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 자신이 그래서 사회에서 밀려났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고요. 그리고 배제될 가능성이 있거나 밀려날 수도 있다라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여기에 가담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역사적 과정에서 자신들이 아주 엄청난 과업을 지고 있다고 착각을 해요.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폭력으로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걸 성취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집단들이 있거든요. 나치들이 전위대로 사용했던 집단이었습니다. 이 폭민의 특징이 뭐냐, 진정한 대표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자기들의 그 원한을 실현해 줄 강력한 지도자, 항상 그런 사람을 쫓아다닙니다. 이 사람들을 우리가 경계하고 이번에 사회적으로 확고하게 처벌을 통해서 고리를 끊어야 된다고 봅니다.
★ 세 번째 뉴스 키워드 : 세대교체론 꺼내드는 대선주자들?
■ 김영화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연일 분주해지고 있는데요. 지난 일요일(2월2일) 이준석 의원이 세대교체를 선언하면서 차기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친한계 정치인들이 ‘언더 73’이라는 유튜브를 시작하는 등 세대 교체론에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최근 한동훈 전 대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포함해 보수 원로들과 단독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는데, 조만간 등판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이러한 세대교체론에 대해 평가해주신다면요?
■ 김만권 / 누차 말씀드리지만 나이가 어리다고 세대 교체론이 아니다라는 거예요. 이준석 의원 보십시오. 혐오와 증오를 동원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과 운명 공동체였던 한동훈 전 대표같은 경우는 어디에 새로운 게 있나 질문하고 싶고요. 이준석 의원은 개인적으로 아주 위험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약삭 빠른 기회주의자거든요. 계엄의 밤에 보여줬던 포지션이 딱 이준석의 포지션입니다. 그 앞에서 큰소리 치면서 절대 위험은 감수하지 않는 것, 그러면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탄핵에 앞장서는 건 자기가 그렇게 욕하고 비난하던 2030 여성들과 소수자들이에요. 그렇게 탄핵되고 나면 그 자리를 내가 들어가서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잖아요. 얼마나 황당합니까? 이준석이 자신을 대표해 준다고 느끼는 2030 남성들한테도 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2030 남성들을 대표하는 ‘척’하는 거예요. 이준석이 대표하는 건 2030 남성들 중에 능력 있는 15%입니다. 능력주의자예요. 능력 없는 사람은 취급도 안 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2030의 15% 능력주의자들을 위해서 85%의 2030을 이용하는 사람이 바로 이준석입니다. 그러니까 이준석의 논리 속에 잘 들여다보세요. 능력주의 논리 속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잘 계산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사 인용 시 〈시사IN〉 ‘김은지의 뉴스IN’으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제작진
프로듀서: 최한솔·김세욱·이한울 PD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김만권 정치철학자, 김영화 기자, 김종대 전 의원, 박관천 전 행정관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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