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을 국민연금 모수개혁의 적기로 활용해야 [왜냐면]

한겨레 2025. 2. 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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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참여연대 등의 단체가 참여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야당 의원들이 지난해 5월22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입법을 완수하라”고 촉구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조경호 |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탄핵 정국이라 하더라도 국회가 할 수 있는 민생 과제부터 처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여야 모두 당위성을 인정하는 국민연금 개혁을 더 늦출 수 없다. 국민연금 개혁이 지체되면서 하루에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고갈된다.

연금개혁은 노후소득 보장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노인빈곤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면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구축하려면 더 많이 거둬야 한다.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는데, 당장 오늘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 입장에서 내일을 위한 강제 저축이 반가울 리 없다.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연금 납부 부담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은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21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봄, 여야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 합의하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4%로 하자는 데 의견 접근(국민의힘 43%, 민주당 45%)을 이뤄냈다. 이 경우 보험료율 순수 인상 효과가 2%포인트가 됨으로써 기금 고갈 시기를 2064년으로 9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연금개혁안을 처리했어야 하는데 실기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모수개혁과 함께 구조개혁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반대했다. 이후 정부는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의 단일안을 내놓으면서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등 구조개혁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모수개혁만으로도 합의가 어려운데 구조개혁까지 한꺼번에 처리하자는 건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탄핵 정국으로 인하여 사실상 대통령이 공백인 상황이 국민연금 개혁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초당적 연금개혁을 일부나마 시행하기 위해 이달 안에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제안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는 “정권을 넘어 국가의 백년 후를 준비하는 일인 만큼 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하고 집중 논의하자”고 반응했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우선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사실상 합의했던 대로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의 모수개혁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달 중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병장 월급 100만원 시대에 군 복무 기간 전체를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출산 크레딧을 확대하여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가입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함께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은 국회연금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물가상승률, 기대 여명 등을 연금액과 연동하는 자동 조정장치 도입과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방안, 다층 연금체계 구축 등 구조개혁 방안은 신중한 접근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만 하는 어려운 과제기 때문이다.

연금개혁특위의 구조개혁 논의 과정에서 연금가입 기간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함께 다뤄야 한다. 현행 기준이 되는 소득대체율 40%는 보험료 40년 납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실질 소득대체율은 30% 초반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연금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59살에서 64살까지 올리는 것도 정년 연장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더불어 중세 시대의 페스트로 인한 인구 감소에 비견되는 저출생 상황에서 현 세대의 부담으로 미래 급여 지출을 충당하는 뉴질랜드 연금 펀드 같은 가칭 ‘미래 세대 기금’ 조성 등에 관해서도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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