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씀하시니 기억나” “尹이 사과해야” “‘미친놈’ 표현은...” 탄핵재판서 나온 ‘말말말’
‘국회·선관위 통제’ ‘정치인 체포’ 등 쟁점서 엇갈린 증언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핵심 증인들의 '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직 군 사령관들은 "불행한 군인"이라는 표현에 반발하거나 "부하들은 지휘를 따랐을 뿐 책임은 사령관들만 지게 해 달라"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를 드러냈다. "내란 목적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피를 통하는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그대로 인정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직설을 쏟아낸 유일한 증인은 현재까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뿐이다. 정보기관 '2인자'였던 그는 '정치인 체포 명단'과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요건에 해당하는지부터 절차적 정당성, 대통령의 권한 남용 여부 등을 다투는 헌법재판소에서는 어떠한 증언이 나왔을까.
① 비상계엄 적법? 반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증인신문이 시작된 지난 1월23일. 이날 4차 변론기일에서 첫 타자로 나선 김용현 전 장관을 시작으로 2월4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차례로 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출석했다. 홍 전 1차장을 제외한 세 명은 모두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이다. 이들이 각자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제한적으로 답변한 배경이다.
군 인사들은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관련해선 유의미한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듯한 증언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께서는 22번의 (더불어민주당의) 불법적 탄핵발의에 대해 '이것은 우리 헌정사에도 없지만 지구상 어느 나라에도 없는 초유의 사태다' '의회독재와 폭거'라고 말했다"며 "이와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염두에 둔) '재판 결과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불리하다고 해서 해당 판사를 탄핵하고 겁박하고, 자신을 수사하는 검사를 무더기로 탄핵하면 사법 정의가 제대로 서겠는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주먹을 쥐어가며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특히 방송통신위원장은 세 번이나 탄핵해 (행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켰고 이제는 자신들을 감사한다며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했다"는 대목에서다. 김 전 장관은 "특히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 '청년일자리·대왕고래 시추·K-원전·아이돌봄 예산, 심지어 초급간부들 처우개선예산까지 전부 다 삭감했다'면서 '이는 단순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삶을 약탈하는 행위'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결심한 것"이라고 했다. 이때 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 전 장관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국민담화에 이어 헌법재판소에서도 밝힌 입장과 일치한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증인이 초반에는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조치를 만류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는 "대통령은 하루 24시간 국가와 국민, 민생 등의 생각만 하시는 분"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등의) 상황이 안 좋을 때 약간 감정적으로 기복이 올라가시는 경우도 있고 해서 말을 했을 수도 있는데, 다음날이 되면 이상 없이 임무를 수행하셨다"고 답했다.
비상계엄이 적법하다는 발언도 등장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온 이진우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출신 이력을 거론하며 "위헌·위법을 의심할 하등의 여지가 없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다만 여인형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해 11월30일 김 전 장관을 만났을 때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부정적 소신을 장관님께 말씀드렸다"고 누차 말했다. 방첩사의 병력 투입 등 결과론적인 부분과 관련해서는 "상관인 김 전 장관의 지시에 따랐다"고 했다. 구체적 지시 사항을 묻는 정형식 재판관의 질의에는 "형사재판에서 따지겠다"고 말을 아꼈다.
② 정치인 체포 명단에 "그걸 어떻게 합니까"
홍장원 전 1차장의 태도는 이런 모습과 정면 배치됐다. 되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 등을 종합하면, 홍 전 1차장은 비상계엄 당일 저녁 8시를 넘겨 '비상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대기하라'는 취지의 대통령 지시를 유선상으로 받았다. 비상계엄이 선포(오후 10시23분)를 지나 두 번째 통화에서는 윤 대통령이 방첩사와의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후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서 이재명·한동훈·우원식 등 정치인과 법조인고 같은 주요 인사들 이름을 받았다는 것이 홍 전 1차장의 설명이다. 여 전 사령관이 두 번째 통화에서 "국회는 경찰과 협조해서 봉쇄하고 있다"며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정치인 등의) 소재 파악이 안 된다. 명단 불러드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받아적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미친놈이라 생각했다"며 메모를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전 1차장은 지난 4일 '미친놈'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태도를 취했다.
홍 전 1차장은 국회 소추인단 측의 신문 과정에서 "(방첩사가) 조별로 순차적으로 체포해서 방첩사 시설에 구금해 조사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며 "비상계엄 상황이었고 대통령 지시를 초법적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는가 잠시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명단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서, 또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한 다음 조사한다는 향후 계획을 듣고 그걸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도 이런 분들을 왜 체포해서 감금해서 조사하려고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면전에서 '사과'를 공개적으로 꺼내기도 했다. 홍 전 1차장은 "지금 생각해도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당시 여러 마음 심경을 말했다면 국민들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53분 윤 대통령이 전화해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했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당사자들은 발끈하는 모습이다.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요원들의 평균 출동 시간은 (통화 시점인) 그로부터 2시간 후인 2024년 12월4일 새벽 1시경"이라며 "이보다 두 시간 전에 홍 전 1차장과 그런 대화를 했을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체포조'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다"고 했다. 방첩사 지하에 구금시설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는 "그런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되레 "(홍 전 1차장의 발언과 관련해) 다툴 부분이 정말 많다"거나 "홍 전 1차장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모두 형사재판에서 따질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 전 사령관에게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는 김 전 장관은 "체포 명단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체포는 범죄 혐의, 그리고 (체포해 구금하는) 기구가 있어야 해서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돼야 하는데 당시 불가했다"는 것이 이유다. 명단에 적힌 10여명을 두고 "계엄포고령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대상자라서 동정을 살피라는 의미로 (여 전 사령관에게) 알려준 적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서 체포를 지시한 적도, 윤 대통령에게서 이런 지시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여 전 사령관 또한 '체포'라는 용어 사용이 잘못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당시 조태용 국정원장이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인식해 홍 전 1차장에게 처음 연락했지만, 이후 심야 국무회의에 나온 조 원장을 보고는 홍 전 1차장에게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첫 통화에서 '대기하라'고 했던 만큼 (기다릴 테니)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전화해 정보가 많은 국정원이 예산 등이 부족한 방첩사를 도와 협조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윤 대통령은 말했다. '싹 다 잡아들여라' 등의 지시가 허위라는 취지다. 여 전 사령관에게도 체포 명단 등과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③ '윗선' 지시 따른 군 "책임은 우리가"
증인신문 과정에서 군 핵심인사들의 공통된 점이 하나 있다. "책임은 사령관들이 진다"는 발언과 태도다. 지시를 이행한 후배들에게 비상계엄에 협조한 탓을 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다. 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은 '군인들은 명령을 따랐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평가해서 과업을 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부하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이진우)"거나 "책임을 묻는다면 사령관급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여인형)"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특히 "국군통수권자께서 내린 명시적이고 공개적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군인은 없다"며 "부하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가,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불행한 군인'이라는 표현에는 반발하는 태도도 보였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소추인단 측이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불행한 군인들을 언급한 데 대해 "불행은 과하다"며 "그건 굉장히 군복입은 사람한테 좋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에 대해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저의 역할은 저를 통해서 다음 세대, 후배 장병들에게 좋은 선례와 모범이 되고 어떠한 가치관이 정립되기를 바라는 목표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시절 서해 바다에서 북한의 의해 피살된 공무원 사건을 거론하며 "확실하지 않은 위협, 무엇인지도 모를 위협이 있을 때 법적인 것을 다 따지면서 나중에 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현 전 장관은 쟁점인 계엄포고령 작성과 비상입법기구 메모부터 병력 이동 등을 자신이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포고령에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와 언론 등 표현의 자유 통제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그는 이와 관련해 "(군사정권 시절 발령된) 포고령, 박근혜 전 정부 시절 검토 대상이었던 계엄 관련 문건을 참고했다"고 했다. 국회 예산을 끊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메모 역시 "내가 작성했고 직원을 통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내란을 뒷받침 할 '헌법기관 마비' 상태는 부인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제를 위해 출동한 수방사·방첩사 병력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와 함께 모두 철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회와 관련해 "봉쇄나 침투가 아니라 질서 유지 목적"을, 선관위 부분을 두고는 "부정선거 관련 자료가 필요하면 수집하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12월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24시경 대통령이 전화해서 '국회의원을 막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④ "말씀하시니 기억난다" "달의 그림자 쫓아가는 느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습은 수차례 연출됐다. 김용현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하는 장면은 특히 관심을 모았다. 지난 4일 전직 사령관들은 물론 비판을 쏟아낸 홍장원 전 1차장을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은 모습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대통령의 질문을 듣고야 "말씀하시니 기억난다"는 김 전 장관의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었다. 포고령 내용 중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을 처단한다'는 부분과 관련된 대목에서다.
윤 대통령은 1월23일 "지난해 12월1일 또는 2일 밤에 포고령을 (장관이) 관저로 가지고 온 것으로 기억난다"며 "'사실 포고령을 법적으로 검토하면 손댈 것이 많지만 어차피 계엄이 길어야 하루도 유지되기 어려우니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놔 둡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난다"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은 그러자 "대통령이 평상시보다 꼼꼼하게 (포고령을) 안 보는 것을 느꼈다"며 "평소 업무 스타일은 법전을 먼저 찾는데 그때는 안 찾으시더라"고 화답했다.
"(포고령이) 실현되고 집행될 가능성은 없는데 '전공의는 왜 집어 넣었냐'고 웃으며 이야기하니 '이것도 경고한다는 측면에서 넣었습니다'라고 해서 웃은 것으로 안다"는 윤 대통령의 설명을 들은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이)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했다. 당시를 회상하는 듯 웃음을 짓는 두 사람의 모습도 엿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정과 사법기능 마비 등 비상계엄 요건, 국무회의 소집과 병력 철수 지시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며 내란 목적이 아닌 "경고성 비상계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에도 같은 취지의 주장은 반복됐다. "비상계엄 선포 결과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설명할 때 '달의 그림자'라는 표현까지 활용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고 받았다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의 그림자를 쫓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부인하는 취지다.
포고령 작성과 정치인 체포 등을 부인한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지시는 인정했다. 중앙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고 김 전 장관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0월 국정원의 중앙선관위 조사 결과 문제 등을 상기시키며 "계엄법에 따라 국방장관의 지휘를 받는 계엄당국이 계엄지역 내 행정과 사법의 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고, 이를 근거로 선관위의 부정 선거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이처럼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는 6일 6차 변론기일에는 김현태 707특임단장, 곽종근 전 육군특전사령관,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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