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희망이다] 새콤달콤한 맛으로 전 세계 입맛 사로잡는다

윤신영 기자 2025. 2. 5. 18: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 첫 유기농업특구서 특화작목으로 집중 육성
홍희·골드베리 등 신품종 개발, 수출시장 개척
홍성 딸기
지난 4일 홍성군 갈산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헤테로의 스마트팜에서는 직원들이 딸기 묘종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윤신영 기자.

전국 최초 유기농업특구인 홍성군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기후변화 등으로 어려워진 농촌의 현실을 타계하고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시설원예분야인 딸기를 지역특화작목으로 집중육성 중이다. 스마트팜과 신품종을 통해 수출시장을 개척,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고 있다.

△K-딸기와 홍성딸기

우리나라 딸기는 해외시장에서 매년 가파르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품목이다. 딸기는 신선 농산물 중 파프리카, 배 다음으로 수출액이 크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K-딸기의 맛과 품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2019년 수출액 5450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하게 성장세를 유지했다. 2023년 연간 수출액도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약 7100만 달러를 기록,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까지 딸기 수출 목표를 1억 달러로 정했다.

5일 최이영 농업회사법인 ㈜헤테로 대표가 딸기 묘목을 살피고 있다. 홍성군 제공.

딸기 수출이 큰 성과를 얻고 있는 요인을 살피면 다양하고 상품성 높은 국내산 딸기 품종의 개발을 꼽을 수 있다. 홍성군은 딸기 분야 후발주자이지만 ㈜헤테로와 2020년 공동연구를 시작해 2022년 홍희딸기 수출작목반 6개농가를 설립, 미국 로봇 스타트업인 조르디사와 홍희딸기 로열티 계약을 체결해 자체 조직배양묘를 생산·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신선농산물 수출은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로 내수시장에 물량이 5%만 늘어나도 가격은 20-30% 급락하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출시장 확대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기초라는 군관계자의 설명이다.

△ 홍희

홍희는 2020년 홍성에서 자체 개발, 2022년에 품종 등록한 한국 품종으로 크기가 크고 과육이 단단한 데다 당도 또한 10brix인 일반 딸기보다 높은 12brix를 기록할 정도로 높다. 완전히 익었을 땐 붉은색이 골고루 분포해 있지만 붉은 색이 착색하는 기간에 따라 맛이 사과맛→청포도맛→복숭아맛으로 변해가는 특징을 가진다.

홍희는 온실이나 비닐하우스 등을 사용해 빠르게 재배하는 데 적합하며 화아분화 유도가 쉽고 고온기도 비대가 잘돼 재배가 용이하고 설향 대비 역병, 시들음병 등 뿌리병 저항성이 강하다.

출하를 앞둔 골드베리. 홍성군 제공.

△골드베리

홍성군이 홍희 딸기로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인근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 홍희 재배가 늘어나, 프리미엄 품종으로 차별화에 나선 결과가 '골드베리' 딸기다.

골드베리는 농업회사법인 헤테로에서 개발한 신품종으로 기존 딸기와는 차원이 다른 매력을 가진다. 평균 12.5brix라는 높은 당도, 16g에 달하는 큰 크기, 사과맛·망고맛 과즙에 식미가 풍부하며 과육은 노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또 안정적인 수정과 높은 경도로 인해 2배 연장된 유통기한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딸기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출하를 앞둔 홍성 딸기. 홍성군 제공.

△명품화

국내 딸기시장에는 죽향, 금실, 장희, 설향, 메리퀸, 만년설, 비타베리, 수출시장에는 매향, 킹스베리, 알타킹, 스노우베리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국내시장의 대표 품종인 '설향'은 재배가 용이하며 다수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설향보다 신품종 딸기가 20-40% 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돼 홍성군은 농업회사법인 헤테로와 딸기 신품종 공동 육종, 고소득 작물을 선정해 신품종 개발과 보급을 추진했다. '홍희' 딸기를 개발하는 한편 판매는 기존 유통망이 아닌 현대백화점과 신계계백화점을 통해 진행해 홍성딸기의 명품화를 이뤄냈다. 딸기의 해외 수출과 함께 품종 로열티 계약체결도 미국과 중동 등에 추진해왔다.

△명품 반열

홍성 딸기가 짧은 기간에 명품 반열에 오른 데는 헤테로와의 협업을 통한 신품종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품종을 목표로 7년간의 개발기간과 군농업기술센터와의 2년간의 실증재배를 통한 현장검증 후 품종 맞춤재배기술 보급은 안정적인 시장 정착에 기여했다. 이후 청년농 5농가와 일반농가 1농가가 2022년 14동(0.95ha)에서 신품종을 재배하기 시작, 2023년에는 지역 청년농 12농가와 일반농가 8농가로 재배 면적도 30동(3ha)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45농가 100동(6.6ha)에서 홍성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천적을 이용한 농법을 비롯해 IC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을 육성, 지속가능한 딸기 생산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역 청년농과 함께 고부가가치의 프리미엄 농산물 개발은 물론 산지유통 조직화 및 차별화된 소비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 판로 개척이 홍성딸기의 품질을 한단계 끌어 올리는데 일조했다"며 "앞으로도 청년 수출딸기 재배단지에 대한 종합지원과 시설물 보강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해 청년 귀농인의 정착을 도와 새로운 농촌정착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홍성 딸기

프리미엄 딸기 해외 시장공략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딸기의 지속적인 생산과 수출확대를 위해 홍성군, 농촌진흥청, AT센터, 헤테로 등이 프리미엄 수출딸기 사업평가회와 수출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지난 2023년 12월에는 이용록 군수가 홍콩을 찾아 현지 백화점 4곳과 수입 바이어를 상대로 홍성딸기 수출 판촉 행사를, 지난해 3월에는 스마트팜 조성을 위한 청년농업인간담회와 홍성딸기 품종별 전시·시식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홍희딸기는 2023년 기준 11톤, 골드베리는 3톤을 수출했으며 원묘 역시 홍희 5만 주에 이어 미실 2만 주를 수출했다.

오는 2028년에는 홍희 200톤, 골드베리는 50톤을 수출을 목표로 한다. 홍성딸기에 대한 해외 인기에 힘입어 전북 부안농협도 홍희의 수출지원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우리나라 딸기의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5일 홍성군 갈산면에 소재한 ㈜헤테로에서는 막 수확한 딸기 포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윤신영 기자.

"딸기 너무 좋아서 사업 뛰어들었죠"최이영 농업회사법인 ㈜헤테로 대표

최이영 농업회사법인 ㈜헤테로 대표가 지난 5일 충남 홍성군 갈산면에 위치한 스마트팜 앞에서 수확한 딸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신영 기자.

"2019년 회사를 세울 때보다 지금 더 열정이 넘치는 것 같아다. 일하다 보면 싫어질 수도 있고 처음부터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런 시기를 지나 딸기 농사가 너무 좋았을 때 회사를 세웠거든요."

1988년생인 농업회사법인 ㈜헤테로의 최이영 대표는 현 자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농업을 자신의 꿈으로 여기고 대학교를 원예와 관련된 학과로 입학했다.

'딸기'라는 특정 작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교 때부터다. 이후 대학원, 품종 개발 관련 직장까지 회사를 세우기 전 10여 년간 딸기 육묘와 품종 연구를 해왔다.

헤테로의 업력은 7년째지만 그의 앞선 딸기와 관련 커리어를 고려하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라는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2019년 25평에 680만 원, 그 중 200만 원은 돈을 꿔 회사를 시작했어요. 첫해는 매출이 5000만 원 정도였죠"라며 "그렇게 시작해서 2년 후 직장 퇴직금 등을 다 털어서 6500만 원을 투자해 하우스 3개를 만들고 또 벌어서 하우스를 늘렸어요"라고 회상했다.

헤테로는 현재 하우스만 6동(3000평)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8억 원에 달한다.

이는 딸기 수출만을 계산한 것으로 미국, 중동 등에서 벌어들이는 품종 로열티 수입도 상당하다.

이를 통해 최 대표는 "회사가 딸기 관련 국내 최대 로열티를 벌어들인다"는 자부심도 가진다.

헤테로는 홍성딸기 작목반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인근에 같은 딸기작목반 농업인들이 농장을 운영하는 한편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각자 수확한 딸기를 모아 상품 규모를 늘려 유통에서 이익을 취한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체계화된 시스템은 최 대표의 오랜 구상부터 시작됐다.

당초 '홍희'와 '골드베리'의 품종 개발 때부터 향후 자신의 사업에 대해 고민했고, 특히 골드베리 재배 시 인력이 덜 필요한 장점도 이러한 그의 필요에 의해 구상했다는 것.

최 대표는 딸기 농업을 하려는 청년들이나 귀농인들에게 "일단 딸기와 친해지세요"라고 조언했다.

이어 "항상 뭐든지 의욕이 넘쳐 앞서 가려고 하면 안 돼요. 이것저것 기술을 익히려고 하기보다는 딸기와 많이 접촉하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 아무리 배워도 다 잊어버리거든요. 친해지다보면 어느 순간 딸기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을 때가 오는데 그때 기술을 배우면 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