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그린란드 이어 가자도 "장악"… 트럼프의 끝없는 `땅 욕심`

김광태 2025. 2.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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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美가 점령·개발" 주장
백악관서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일각 "이익 위해 타국무시" 비판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워싱턴=EPA 연합뉴스

트럼프의 '영토 야욕'이 끝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개발하는 구상을 밝혔다.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개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자국민은 물론 중동 등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트럼프의 '신확장주의'가 과연 어디로 튈지 모를 지경이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물리적 '영토' 확장 대신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로서 상대국의 자발적 동의에 바탕한 헤게모니를 통해 전 세계적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트럼프의 행보는 그와 완전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현장의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다른 무기의 해체를 책임지고,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확장주의 논쟁 소재는 그다지 진지해 보이지 않는 '캐나다 편입 추구' 건을 제외할 경우 파나마운하 운영권 반환 요구와 그린란드 획득 의지 표명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그린란드에 보냈고, 이달 들어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파나마로 보냈다. 가자지구 '접수' 구상에 대해서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 때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했다. 단순히 주장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의 구상이 나오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즉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점령 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대외 군사개입은 자제할 것임을 선언했지만 '미국의 강력함'을 과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동원하진 않겠지만 미국이 가진 경제력과 외교력 등을 통해 미국의 '영토'를 넓히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쟁으로 젊은이들의 피를 흘리지 않고도 세력권을 확장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우선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주의' 구호와 직결된다. 또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확장 DNA'가 재집권 이후 국가 경영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부수적으로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당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상대가 있는 국제관계에서 초강대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상대의 반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21세기에 19세기 제국주의 영토확장을 보는 것 같다는 비판이 거세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는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로 추방하면 분쟁이 촉발되고 미국의 명성이 훼손되며 국제법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이샨 타루르는 "트럼프에게 가자지구는 미국의 '명백한 운명'의 최신 타깃이 됐다"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장악 및 재개발 구상에 대해 "비용이 많이 들고, 치명적이며,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크다"고 썼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과 타 중동 국가들간의 갈등과 반목의 역사가 얽혀 있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적 정서가 걸려 있기에 미국과 이스라엘 만의 합의로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파나마에서도 반미 정서가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모르지 않을 트럼프 대통령이 확장주의적 언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자신과 지지층을 만족시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자체를 즐기는 측면도 있다. 설사 당초 원하던 바를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으로부터 다른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개입됐을 수 있어 보인다.

그린란드 문제 역시 관할권을 가진 덴마크에 그린란드의 자원 개발 등에서 미국의 우선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초강대국 위력을 활용해 팽창주의적 야욕을 보이는 것은 중국의 남중국해 팽창 야욕과도 비교된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고,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둘 때 자유 진영 국가들은 중국을 경계하는 만큼 미국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미국이 진영의 리더 역할을 내려 놓고 국익 우선을 내세운 확장주의적 행보를 보일 경우 국제적 리더십의 공백에 중국 등이 치고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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