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재작년 지구 온도, 예측보다 0.2도나 높아서 ‘미스터리’라고?
역대급 온도 상승, 과학자들이 예측 못해
Q. 2023~2024년 이상고온, 과학자들이 예측하진 못했다고요?
A. 그렇습니다. 우리가 12·3 계엄 사태로 정신없이 보낸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과학계에선 ‘2023~2024 이상고온’이 뜨거운 화제입니다. 지난해 처음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기며 충격을 안겼죠. 그런데 이것이 과학자들의 예측에서 벗어난 결과라는 사실도 충격적입니다. 그동안 지구 온도 상승을 과소평가해온 것이라면, 정말 큰 문제이니까요.
2022년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고다드우주연구소(GISS)는 2023년 지구 온도가 기준선(산업화 이전)보다 1.22도 높아질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당시 영국 기상청 등 다른 기구들도 비슷한 예측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죠.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계산으론 2023년 지구 온도는 1.48도 올랐고, 2024년에도 1.6도 올라 2년 연속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예측과 다르게 0.2도가량의 차이를 발생시킨,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원인이 있는 것 아닌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상고온의 주요 원인으로는 일단 ‘엘니뇨’가 지목됩니다. 적도 동태평양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인데, 이때 바다 속 열기가 대기로 뿜어져 나와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단 겁니다. 김백민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과)는 한겨레에 “쉽게 말해 우리가 사용한 화석연료로 발생한 열이 바다 밑에 쌓였다가 4~5년 혹은 6~7년에 한번 엘니뇨 때 대기 중으로 올라오는 것으로, 지구 기온은 큰 엘니뇨 시기마다 계단식으로 상승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그럼에도 이번 온도 상승은 지나치게 커서, 또 다른 요인이 있는 것 아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화산 폭발, 태양 활동량 증가,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도 이상고온의 원인으로 거론됩니다. 다만 ‘0.2도 미스터리’를 적극 제기한 당사자인 기후학자 개빈 슈미트(나사 고다드우주연구소장)는 나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어스 옵저버터리’에서 “0.2도만큼의 온도 상승을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인간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는 꾸준히 늘었으나, 그것이 2022년 이후 지구 기온 상승에 주는 영향은 0.02도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2022년 남태평양 ‘헝가통가-헝가하파이’ 화산이 폭발한 사건의 경우, 슈미트는 “이 화산 폭발은 2022~2023년 ‘순냉각’ 효과를 가져왔다”며 “온도 상승의 원인 규명을 위해 되레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설명 가운데 하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요인이 지구의 ‘알베도’(albedo)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풀이입니다. 알베도는 행성이 받은 햇빛을 우주공간으로 반사하는 반사율로, 높을수록(빛을 많이 반사할수록) 행성의 기온은 그만큼 덜 오릅니다. 예컨대 극지방에 눈이 많이 쌓여 흰 표면적이 많을수록 지구 온도 상승은 억제됩니다. 지난해 12월 독일 알프레트베게너연구소의 헬게 괴슬링 박사 연구팀은 “저고도 구름의 감소가 일으킨 지구 온난화 영향이 0.22도”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높은 고도의 구름은 대기층에 열을 가둬 온실효과까지 내는 반면, 저고도 구름은 빛을 반사하는 냉각효과만 냅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와 북서 태평양, 대서양 등지에서 이 저고도 구름이 감소해, 냉각효과는 없어지고 온실효과만 늘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대기오염을 줄이는 조처가 뜻밖에도 저고도 구름의 감소를 일으켰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0년 전세계적으로 선박 연료에서 유황 배출을 규제하는 조처가 도입됐는데, 그 결과 대기 중 에어로졸(미세입자) 생성이 줄어들고 저고도에서 구름 생성도 이와 함께 줄어들었다는 설명입니다. 이산화황 에어로졸은 직접 빛을 산란할 뿐 아니라 수증기의 응결핵이 돼 빛을 반사하는 구름을 생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 소속 대기과학자 티안러위안 등도 지난해 5월 “선박 연료 규제로 대기 중 유황 배출이 80% 줄어들었는데, 그 결과 해양 온도가 높아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황 배출 감소가 이상고온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엔 여러 과학자들도 대체로 동의합니다. 다만 그 효과의 정확한 규모에 대해선 논란이 있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도 지난 2년의 이상고온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영국의 비영리 매체 카본브리프는 최근 “온실가스, 엘니뇨, 알베도 등이 모두 요인”이라면서도 “이상고온의 구체적 원인은 여전히 미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개빈 슈미트는 “모든 요인들은 (0.2도 가운데) 10분의 1도 정도를 설명해줄 뿐”이라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더 정확한 기후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2월 나사는 바다 플랑크톤의 분포, 공기 중 입자의 움직임 등을 관측하기 위한 위성 ‘페이스’(PACE)를 발사한 바 있습니다. 플랑크톤, 에어로졸, 기후, 해양생태계의 각 앞 글자에서 이름을 따온 이 위성은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해양·대기의 움직임을 더욱 상세하게 관찰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일단 올해는 지난해만큼 뜨겁진 않을 전망입니다. 카본브리프는 올해 지구 온도 상승이 2023년, 2024년에 이어 역대 3위일 것으로 예측했고, 영국 기상청은 1.29~1.53도 상승을 내다봤습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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