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 "퀴어 존중받을 자격 있어" 수상소감 지운 '엠넷' 통역

윤유경 기자 2025. 2. 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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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 "트랜스젠더 보이지 않는 존재 아냐, 사랑받을 자격 있어"
한국어 통역은 "다양성 촉구"로…반복되는 대중문화 속 성소수자 지우기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레이디 가가는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로 듀오·그룹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사진 출처=레이디 가가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국내 케이블 채널 '엠넷'이 미국 '그래미 어워즈'를 생중계하면서 미국 팝 가수 레이디 가가가 '트랜스젠더 지지'를 밝힌 수상 소감을 한국어로 통역하지 않아 '성소수자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레이디 가가는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로 듀오·그룹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레이디 가가는 수상소감에서 “오늘 밤 이 말을 하고 싶다. 트랜스젠더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퀴어(성소수자) 커뮤니티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음악은 사랑이다(I just want to say tonight that trans people are not invisible. Trans people deserve love. The queer community deserves to be lifted up. Music is love. Thank you)”라고 말했다.

시상식 현장에선 레이디 가가의 수상소감에 대한 동료 가수들과 관중의 기립박수가 나왔다. 그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트랜스젠더 배제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의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선언한 뒤 취임 직후 연방정부가 오직 여성과 남성만을 공식 성별로 인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트랜스젠더가 되는 일은 군인의 명예롭고 진실하며 규율 있는 생활방식과 상충한다”고 주장하거나, 미성년자의 성별 전환을 돕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평소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연대해 온 레이디 가가는 2016년 대선 다음날 트럼프타워 앞에서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레이디 가가는 2016년 대선 다음날 트럼프타워 앞에서 “사랑은 증오를 이긴다(Love trumps hate)”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사진 출처=레이디 가가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하지만 이를 국내에 독점 생중계한 엠넷은 동시통역 과정에서 레이디 가가의 해당 발언을 “다양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포용하고 음악의 가치를 말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전하는 데 그쳤다.

이에 X(옛 트위터) 등에선 해당 통역이 '성소수자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레이디 가가 수상소감에 대한 엠넷의 선택적 번역”, “레이디 가가의 지지 발언을 왜 빼먹고 번역하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레이디 가가의 수상소감이 멋졌는데 한국 통역사가 그걸 뭉겠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대전시는 대전여성영화제의 성소수자 관련 작품 상영 중지를 요구해 “혐오를 조장하는 차별 행위”라는 비판을 불렀다. 2023년에도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에 퀴어 영화를 포함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해 영화제를 주최한 인천여성회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인천시 처분이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2021년 SBS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며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모자이크 처리했다. 당시 SBS는 “지상파에서 15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하는 설 특선 영화라는 점을 고려한 편집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이성 간의 키스 장면은 그대로 방송됐다. 같은 해 서울시는 온라인 타종식 축하 무대에서 성소수자를 언급한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가사 내용을 삭제해 내보냈다. 교육부는 2022년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성소수자' 등의 용어가 삭제된 개정교육과정을 확정해 UN 인권이사회의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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