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역사 바꿀 것"… 사우디 "이스라엘과 수교 없다"[베일 벗은 트럼프 중동정책]

박종원 2025. 2.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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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쫓아내고 미국이 관리하는 관광도시로 재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중동 정세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는 회담 이후 원주민이 떠난 가자지구에 누가 살게 되느냐는 질문에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살게 될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도 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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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자지구 장악' 구상
이집트·요르단 등 주변국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거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으로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쫓아내고 미국이 관리하는 관광도시로 재개발한다고 밝히면서, 중동 정세가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나 가자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건국을 요구하는 아랍 국가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미국이 가자지구 관리·개발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동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가자지구 구상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이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를 차지하고 전후 복구 및 개발 사업을 벌이면 해당 지역을 지중해의 휴양지로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 앞서 가자 주민을 두고 "가자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며 그들이 돌아가기를 원하는 유일한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르단, 이집트 등을 언급하고 부유한 국가들이 대체 거주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가자 주민이 이동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부"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회담 이후 원주민이 떠난 가자지구에 누가 살게 되느냐는 질문에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살게 될 것이며, 팔레스타인 주민도 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에 가자지구를 차지할 권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것을 여러 달 동안 매우 긴밀히 연구했고, 모든 다른 각도에서 봤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화했고 그들도 이 구상을 매우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 않느냐고 묻자 "두 국가든, 한 국가든, 어떤 다른 국가든 그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이는 삶을 살 기회를 한 번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를 향해 "당신은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가져본 역대 최고의 친구"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제안이 "역사를 바꿀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 이웃들 반발

가자지구 주민들이 떠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웃들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3차 중동전쟁 이후 요르단에 거점을 마련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1970년 요르단 정부를 전복하고 신생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겠다며 요르단군과 전투를 벌였다. 2013년에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무슬림형제단'을 축출하고 집권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0년 넘게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를 경계했으며, 가자지구 난민을 반기지 않는다. 하마스가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에서 시작된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의 외교수장들은 이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주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수니파 세력의 맹주인 동시에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의 발언 직후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교부는 5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주나 영토 병합 등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 침해는 무조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과제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수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 이란에 맞서는 이스라엘 중심 중동 질서를 건설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수교를 주선(아브라함 협정)했으나 사우디와 수교를 이루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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