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랜스젠더, 여성스포츠서 아웃…성별은 남·여만 인정할 것”

김기환 2025. 2. 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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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서 남성과 여성만 인정한다.”

‘정치적 올바름(PC)’에 강한 반감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렌스 여성은 태어났을 때 남성으로 분류됐지만 여성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 하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스 의원은 그동안 트랜스젠더가 스스로 인식하는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온 인물 중 하나다. 그는 “좌파는 너무 오랫동안 '워크'(woke) 정치의 제단에 여성들의 권리를 희생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에서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연방정부가 트랜스 여성 운동선수들의 여성 스포츠팀 합류를 허용하는 학교에 자금지원을 보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달 14일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을 가결, 이 법안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도 분쟁의 소지가 큰 데다, 최근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문화전쟁'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성전환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와 정치인들은 생물학적 여성 보호를 명목으로 트랜스 여성이 같은 경기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주장한다.

2022년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수영선수 리아 토마스가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수영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미국 내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 논란은 확산됐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트랜스젠더 보호 조치를 폐지하고, 여성 스포츠에서트랜스 여성들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유세에서 트랜스젠더 운동선수가 경쟁자들에 비해 불공평한 이점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NCAA 여자배구리그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주립대(SJSU) 여자배구팀의 한 공격수 블레어 플레밍이 성전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대 팀 선수들이 몰수패를 감수하고 ‘보이콧’을 해 파문이 일었다.

상대 팀 선수들은 플레밍의 ‘강스파이크’가 여성 선수들에게 부상의 위협이 된다고 항변했다. 이에 팀 전체가 곤욕을 겪자, 산호세주립대 선수들이 팀 동료인 플레밍을 상대로 “남성이 여성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자대학배구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주립대(SJSU) 공격수 블레어 플레밍(왼쪽에서 세 번째). AP연합뉴스
선거 기간 내내 성소수자를 공격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이슈를 즉각 정치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폭스뉴스에 출연해 플레밍의 스파이크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상대 팀 선수를 언급하며 “난 여태껏 여자 선수의 머리에 그렇게 세게 공을 때리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면서 “남자와 여자가 경기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엔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 두개의 성별만을 인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기관은 '젠더'(gender·성별 정체성)가 아닌 '섹스'(Sex·성별)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여권 등 공식 서류에 남성과 여성 외 제3의 성별 정체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한 선택지를 삭제했다. 이미 지난 몇년간 공화당이 주도하는 몇몇 주에서는 법률을 통해 성별에 대한 교실 내 토론을 제한하고,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들의 성별 정체성과 일치하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미국 대법원 앞에서 열린 성소수자 권리 지지 집회. AP연합뉴스
작년 미 전역에서 발의된 반 트랜스젠더 법안은 672개에 이른다. 5년 연속 기록 경신으로, 이중 약 9%는 스포츠와 관련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성소수자 단체 등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렀다. 미 성소수자(LGBTQ) 지원단체 '스톤월 인 지원 이니셔티브'(Stonewall Inn Gives Back Initiative) 관계자는 “트랜스 아이들은 종종 자신의 몸, 삶, 즐거움에 대한자율권을 거부당한다”며 “그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것을 범죄화 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다른 행정명령들도 이미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트랜스 여성 수감자를 남성 교도소로 이송하고 성별 확정치료를 중단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대해 트랜스 여성 수감자들이 낸 임시 금지명령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금지한 행정명령을 일시 중지해달라며 군인 6명이 워싱턴DC 연방지법에 제기한 가처분신청도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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