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흑자 축소, 불균형 시정안 준비 필요…추경 등 추진해야”

이코노미조선=정원석 선임기자 2025. 2. 5. 1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nterview]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 서울대 경제학, 미 UCLA 경제학 박사, 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전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전 IBK기업은행장 / 사진 윤종원

2022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2023년 이후 20% 이상 급증해 2024년 1278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1330억달러)을 추월할 기세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도 2023년(444억7000만달러), 2024년(556억9000만달러) 2년간 1000억달러를 초과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역임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1월 20일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1000억달러를 넘은 대미 흑자를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윤종원 전 수석은 “무역 불균형 시정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보편 관세 도입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가 큰 특정 국가를 허투루 넘기지 않을 것 같다”면서 “지난 2년 동안 대미 무역 흑자 1000억달러가 발생한 한국도 보복 타깃이 되지 않으려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산 가스, 무기 수입 등 ‘불균형 시정 및 투자 확대’ 를 위한 유화책을 미리 준비해 트럼프 정부와 협상에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현지시각) 취임 직후 외국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기존 무역협정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검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윤 전 수석은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와 보호무역 강화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경제의 성장을 낮추고 리스크 키울 것”이라면서 “수출입이 GDP 70%에 이르는 개방형 경제구조인 한국에도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보편 관세에 대해서는 관세율 인상 상황 등을 추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윤 전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걷는 대외수입청 신설 등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일단 몇 개국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관세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며 추가 인상이나 보편 관세 부과 속도와 폭은 경제 영향과 다른 나라 정부와 협상 상황을 봐가며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세율의 보편 관세는 미국의 성장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인플레)에 부메랑이 될 것이므로 공약한 최대 20%만큼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단 양자 협상 후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심하고, 공급망 재편이 필요한 나라 중심으로 차별적으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보편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는.

“2023~2024년 3% 가깝게 성장한 미국 경제는 2025년에도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2%대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인플레와 통화정책의 향방이 주요 변수가 될 것 같다. 불법 체류자 추방 등이 임금 상승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어서 인플레는 애당초 전망보다 높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가 느려지면 고금리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 거시경제 변수보다는 무역 전쟁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더 우려된다. 파나마운하, 그린란드 언급과 같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상대국의 보복 등으로 ‘예기치 못한 미지의 충격(unknown unknowns)’ 발생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계가 매우 흐리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4.7%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경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관세 등 트럼프 2.0 정책 변화와 맞물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24년 10월 이후 1%포인트 올랐다. 명목 국채 금리와 물가 연동 국채 금리 차이로 나타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BEI·Breakeven Inflation Rate)’ 흐름(5년물 0.7%포인트, 10년물 0.4%포인트 상승)을 보면 인플레 기대 심리 상승이 주원인으로 파악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를 넘은 재정 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 확대, 글로벌 저축 감소로 인한 국채 수요 감소 등 수급 영향도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글로벌 자금의 미국 쏠림을 강화하고 고평가 논란이 있는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키워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신흥국에서는 통화가치 하락, 외채 부담 가중, 금리 인상 압력 등 영향이 예상된다.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예외적 성장’은 한국에 기회인가.

“미국의 독주는 세계경제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지만, 린치핀(linchpin·핵심축) 이상의 동맹 관계인 미국의 호조는 중국 등과 비교해서, 한국에 기회 요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이나 합작·인수합병(M&A) 투자 기회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지, 전체로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다. 무역 전쟁이 발생하면 수출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 경제의 성장을 기회로 만들려면 미국의 등에 올라타야 한다. FTA 등 미국과 무역과 투자 기회의 창을 더욱 넓혀야 한다.”

글로벌 달러 강세 가운데, 최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화 약세가 과도하게 증폭됐다. 환율 안정 방안이 있나.

“최근 1400원 후반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정상 범위를 벗어난 수준이다. 글로벌 강달러가 지속하고 있어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계속될 소지가 있지만, 국내 정치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이 걷히면 정상 수준으로 점차 수렴할 것이다. 국면이 불투명할 때는 바둑을 두텁게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외환 정책은 시장을 거스르기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 수급 불균형 개선, 경제 기초 체력 강화 등을 병행해야 한다.”

계엄 사태 후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세입과 정부 지출, 재정 수지, 재정충격지수(fiscal impulse)를 토대로 평가할 때 2024년 재정 기조(결산 기준)는 긴축적이었고, 2025년 예산상 재정 기조는 작년보다 더 긴축적이다. 법인세 등 세수 결손이 있었으나, 재정 여력 부족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경기 위축을 방어하기 위해 올해 재정 정책은 확장 기조가 옳다. 우선 지출 조기 집행에 집중하고, 세수 부진이 발생하더라도 지출을 줄이지 않도록 해서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built-in stabilizer)가 작동하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 아울러 추가경정예산을 조기 편성해서 경기회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은 인프라, 연구개발(R&D), 에너지 전환 등 미래 투자와 취약 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경기가 회복되면 적자를 줄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은 산업 정책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신기술 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 안보 확보 차원에서 산업 정책 강화는 필요하다. 스마트, 친환경, 융·복합으로 바뀌는 산업 흐름에 맞춰 돈과 사람이 신기술, 저탄소, 유망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반도체, AI 등 전략산업 투자를 늘리고, 규제 완화, R&D 지원을 강화하는 미국처럼 한국도 디지털 전환, 바이오헬스 등 미래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이 탈탄소 흐름에서 빠지더라도 친환경 정책 기조는 지속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기업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극히 꺼렸다.

“과거의 ‘승자 지정(winner-picking) 정책’같이 특정 산업 선별 지원보다 국가적으로 외부 효과가 큰 기술 개발, 인적 투자, 클러스터 확충, 규제 혁신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리스크 때문에 민간 투자가 부족한 분야의 R&D나 고가의 인프라 확충 투자를 지원하거나, 스마트 팩토리 등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해 생산성을 높이는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