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는 물가 … 소비·수출·투자·고용 한파에 '5중고'
서민 장바구니 물가 더 올라
배추 67% 당근 76% '껑충'
원화 약세에 휘발유 9.2%↑
외환보유액 4년7개월래 최저
소매판매 역대 최장기간 부진
1월 연휴로 수출도 곤두박질
트럼프리스크 현실화땐 충격
◆ 내우외환 韓경제 ◆
물가의 징조가 좋지 않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는 수치만 놓고 보면 아주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치 2%를 미세하게 넘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5개월 만에 2%대로 복귀했다는 상징성과 향후 추세와 전망이 두렵다.
추세가 부정적이다. 작년 10월 1.3%로 바닥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은 0.9%포인트에 달한다.
전망도 불안하다.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는데, 첫 달부터 2%를 넘겼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막을 길이 없다. 글로벌 교역이 줄어들고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국제유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나머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가 상승의 내용도 악성이다. 원화값 약세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이 9.2%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핑계를 대지만, 서민 생계와 직결되는 무·당근·배추·김 등 채소류를 비롯해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부담스럽다. 전체 채소류 가격은 지난달 4.4%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2%의 2배에 달했다. 무 가격은 지난달 79.5% 뛰었다. 배추도 66.8% 올랐다. 당근 가격은 76.4% 상승했다. 김은 35.4% 올랐다. 모두 밥상물가와 직결되는 품목이다.
수입품 물가는 달러당 원화값이 좌우하는데, 1월 말 외환보유액이 4110억달러로 2020년 6월 4107억달러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 4156억달러와 비교해 45억9000만달러가 줄었는데, 달러당 1400원대 후반까지 밀린 원화값을 방어하는 데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보유액은 떨어지는 원화값을 방어하는 실탄이다. 특히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가 심리적 저항선인데, 환율 불안이 지속돼 4000억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시장에 충격이 예상된다.
연초 물가 상승이 두려운 것은 심각한 경기 침체 와중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저성장과 고물가가 극단적 형태로 결합할 경우 나타난다. 최근 생산·고용·소비·투자·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만 안정적 흐름을 보여왔다.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성장률이 1% 아래로 떨어지고 물가가 4% 이상 치솟을 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본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서민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에 무섭다. 경기 부진으로 명목소득이 줄거나 그대로인데 물가가 치솟으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실질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가 더 타격을 입는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어려워진다.
'트럼프 리스크'가 한국에서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경기와 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에 불안을 더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리스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어떤 리스크가 불거질지, 그 결과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의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은행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는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로 한국 성장률이 0.22~0.4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나마 경기를 떠받치던 수출도 불안하다. 씨티는 상반기 한국의 수출이 보호무역주의와 반도체 사이클 둔화로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감소세는 이미 1월 통계에서 감지됐다. 지난달 수출은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긴 설 연휴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작년보다 4일이나 적었던 탓이 크기만, 감소폭이 예상 수준을 넘어섰다. 트럼프 리스크가 본격화하면 수출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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