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IS LIFE] 최현석 셰프의 열정적 골프 스토리 “필드에선 오직 핀만 본다”
뜻대로 안되는 점이 골프의 매력
비장의 무기는 2번 아이언
셰프들과 골프로 친목 다져

최현석이 총괄 셰프를 맡고 있는 쵸이닷에서 그를 만났다. 소문난 골프광인 그는 열정적으로 골프에 대한 사랑을 쏟아냈다. 필드에서 오직 핀만 보고 치는 도전적 면모에 피규어를 팔아 골프채를 장만했다는 엉뚱함까지. 매력 넘치는 골퍼 최현석과 나눈 솔직하고 유쾌한 골프 이야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올해로 요리를 시작한 지 딱 30년 차다. 10년간 한 스승 밑에 있었고 내 요리를 한 게 20년이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계기로 요리 철학이 더 명확해졌다. ‘그래, 난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는 사람이지’ 다시금 깨달았다. 이제 내 요리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아 감사하다.
대한민국 원조 스타셰프로서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한국 다이닝 신에서 난 절대 주류가 아니다. 파인다이닝에서 누가 붕어빵과 스팸 패키지 같은 디시를 내놓겠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먹어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만 좋아서 심취했나, 그래서 공감을 못 받나’라는 생각도 했다.
<흑백요리사>가 종영하고 어느 행사에 갔는데 한 셰프가 와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낙수효과로 손님이 많아졌다고. 레스토랑에 지원하는 이력서도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어려웠던 다이닝 신이 살아나 반가운 일이다. 최근엔 프랑스 글로벌 미식가이드 라 리스트(La Liste)에서 특별상인 ‘게임 체인저’ 상도 받았다. 아웃사이더가 20년을 했더니 이제 인정해주시는구나 싶었다.
본인이 추구하는 요리 스타일은 무엇인가. 파인다이닝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멋지고 우아한 경험도 있겠지만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도 필요하다. 한국 파인다이닝은 대중에게 아직 멀리 있다. 저변이 넓어졌다 해도 디너에 와인까지 하면 40만~50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한 끼가 아닌 한 달 식비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레스토랑에 와서 실수하면 어쩌지, 위축될 수 있다. 비싼 돈 주고 와서 왜 눈칫밥을 먹어야 하나. 우리는 ‘재미있네, 친숙하네, 맛있네’라는 경험을 통해 파인다이닝의 첫 계단, 낮은 문턱이 되어드리고 싶다. 쵸이닷에선 서버 교육을 할 때 손님들을 웃게 해드리라고 한다. 우리 요리는 영화 장르로 치면 감동이 있는 코미디 영화다.
<흑백요리사>에서 전략적인 면모,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 골프 플레이 스타일은 어떤가. 경기 중계자가 있다면 아마 엄청 공격적이라고 혀를 내두를 거다. 나는 핀만 보고 친다. 해저드가 있건 벙커가 있건 앞만 보고 친다. 거리가 얼마든 무조건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거리가 꽤 나간다고 들었다. 사회인 야구를 오래했다. 그래서인지 안 맞아도 거리가 240m, 잘 맞으면 270~280m까지 나왔다. 플레이 편차가 심한 편이다. 티샷 잘못해서 앞에 떨어졌는데 우드로 투온하는 그런 극적인 플레이를 구사한다. 5000번 중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샷인데 사람들은 그런 것만 기억하지 않나. 특히 어르신들이 나와 골프 치는 걸 좋아하신다. 힘있게 퍼포먼스가 쭉쭉 나오는데 반드시 무너지거든(웃음).

구력과 스코어는 어떻게 되나. 스코어는 100타 넘는 날도 있고 80대 초중반 나오는 때도 있다. ‘라베’는 79타다. 이글은 2번 해봤다. 비거리는 요즘 평균 220m 정도 나온다. 구력은 이제 5년 차다. 종종 해외 행사들이 잡히는데 매니저가 체육학과 출신이었다. 자기만 골프 치기 그러니까 현지 골프장에 나를 끌고 갔는데 사람들이 놀라더라. 어떻게 공이 뜨냐고. 파3에서 버디도 했다. 사람들이 막 천재라고 했다. 재미를 붙인 건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 다니면서부터다. 그러다 골프복 사고 클럽 사고. 모았던 피규어 몇 개를 팔아서 골프채를 샀다.
그래서 최현석은 어떤 장비를 쓰나. ‘장비발’ 세우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언만큼은 자랑하고 싶다. 페이크골프라고 국내 인디 브랜드의 머슬백 아이언인데 끝내주게 멋있다. 별명이 마블 영화 <블랙팬서>를 따서 ‘와칸다’다. 드라이버는 안 바꾼 지 꽤 됐다. 한때는 샤프트를 연구해서 자주 바꿨는데 텐세이 오렌지를 쓴다. 이제는 장비 탓 안 한다. 채는 잘못이 없다. 사람 잘못이지.
나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나. 내 인생 나이스샷은 모두 2번 아이언과 함께였다. 키가 커서 남이 보면 6번 아이언인 줄아는데 웬만한 드라이버보다 더 나간다. 220m, 210m 남았을 때 난 2번 아이언만 있으면 된다. 또 노하우가 있다면 볼인데, 살짝 공개하자면, 세인트나인 X를 쓴다. 일반 공보다 무게가 있어서 거리가 15m쯤 더 나간다. 무겁고 작아서 바람도 덜 탄다.
유튜브 ‘장동민골프’에 출연한 영상을 보니 골프공에 이름을 붙이더라. 골프공에 라인을 예쁘게 그려넣곤 했는데 그땐 은색을 써서 ‘실비아’라 이름 붙였던 거다. 골프 애니메이션 <라이징 임팩트>을 본 뒤론 돼지를 그려 넣고 있다. 내 시그니처다. 예전엔 경기 때 공을 10개씩 잃어버렸었다. 세상에서 제일 돈 잘 버는 사람이 골프공 만드는 사람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한두 개 잃어버릴까 하더라. 한때 로스트볼만 보면 주우러 다니는 집착증이 있었다. 캐디분이 “제발 그만 좀 하세요” 할 정도였다.
주로 어떤 이들과 라운드를 즐기나. 셰프 골프단이 있다던데. 안성재, 임정식, 김대천, 김성운, 신창호, 윤태균, 이충후, 유용욱 셰프 등이 멤버다. 라운드 끝나고 회식하러가면 음식점 사장님들이 좋아하신다. 미슐랭 원, 투, 스리 셰프들이 다 모여있으니. 요리사들이 요리만 하지 이렇다 할 취미가 없는데 골프는 친목을 다지기 좋다. 월요일마다 문 닫는 레스토랑이 많으니까 한 달에 한 번은 라운드 하려 한다. 셰프들끼리 치면 너무 좋은 게 실력이 다 고만고만하다. 슬라이스가 90도씩 난다. 너무 웃기고 재미있다. 안성재 셰프? 너무 잘 친다. 하지만 내가 질 것 같은 허탈함을 후반부에선 꼭 보상해주더라(웃음).

골프 권태기가 올 때도 있나. 어떻게 극복하는지. 권태기… 많이 왔었다. 그럴 땐 또 나간다. 권태기는 같이 사는 거다. 어쩌겠나. 이미 골프에 정 붙여 살고 있는데. 옛날처럼 재미 없다가도 나가면 또 승부욕이 오르고. 그게 골프다.
그렇게까지 빠진 골프의 매력이 뭘까.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야구는 변화구가 와도 받아칠 수 있다. 근데 골프는 가만히 있는 공을 내 맘대로 못 친다. 골프와 인생의 닮은 점이기도 하다. 머리로 하면 될 것 같은데 뜻대로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냉정하고 마음 아픈 건데 그 안에서 얻은 샷 하나의 기쁨이 일 년을 간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목표는. 요리를 더 열심히 할 거다. 쵸이닷 메뉴를 리뉴얼하면서 시스템을 좀 바꿨다. 우리는 맨파워도 강하다. 쵸이닷은 지금 역대 최고다. 좋은 사람들과 요리를 연구하고 이들을 끌고 나가는 게 제일 재미있고 뿌듯하다. 골프는 다치지 않고 즐겁게 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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