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토야욕, 중국·이란에 가자까지…조용할 날 없는 지구촌
부동산 개발자 출신 트럼프식 ‘신확장주의’
新 악의 축 이란·중국 때리기 강화
석유 공급 봉쇄·관세 부과 등 대미 관계 살얼음판
[이데일리 양지윤 김윤지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2주가 지났지만 세계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이스라엘 인근 팔레스타인 통치 지역인 가자지구를 점령해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중동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파나마운하, 그린란드에 이어 가자지구까지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넘어 ‘신확장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중국과 이란 때리기도 본격화하며 미국과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다시 살얼음판을 걷게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지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면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take over)하고 ‘소유’(own)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것을 소유하고 현장에 있는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기타 무기의 해체를 책임 질 것“이라며 ”부지를 평탄하게 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무제한적인 일자리와 주택을 제공하는 경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미군을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미군 배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된 후 장기적으로 미국이 소유하는 구상도 내놨다. 그는 “가자지구의 잠재력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중동의 리비에라(유럽의 고급 휴양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가자전쟁으로 거처를 잃은 가자지구 주민 150만명을 요르단· 이집트 등 주변 아랍 국가로 대거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해당 국가들은 반대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이주를 전제로 한 미국의 재건 계획은 일종의 ‘인종청소’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인도주의적 의무이자 경제 발전의 기회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중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정학적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었다”면서 이는 과거 서방 강대국들이 지역 주민들의 자치권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지도를 다시 그리고, 주민들을 이주시킨 시대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주’로 편입하겠다며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라고 반복적으로 조롱하는 가 하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점령하며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해외 영토를 점령하겠다는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외 군사개입 없이 미국이 가진 경제력과 외교력 등을 활용해 미국의 ‘영토’를 넓히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또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가적 기질이 국가 경영에서 또 다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이란과 중국 등 ‘신(新) 악의 축’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며 지정학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최대한의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위반에 대응을 강화하도록 지시한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각서에는 재무부와 국무부에 이란의 ‘돈줄’인 석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 각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악의적 행위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전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이스라엘의 숙적 이란을 상대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강경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제재를 복원, 최대 압박 정책을 펼친 바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이란산 석유 수출의 완전 봉쇄는 중국으로 향하는 석유 공급도 차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의 유조선 추적 데이터와 상업 및 정부 기관의 추정치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4년 재임 기간 동안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약 100만배럴 증가시켰으며, 공급량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4일 0시부터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곧바로 중국도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양측은 강대강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당분간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알리는 발표, 위협, 그리고 과장된 연출이 난무하는 가운데, 중동은 잊혀지지 않았다”면서 “그는 첫 번째 임기에서 지지했던 노선을 이어 친이스라엘 노선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기까지 몇 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짚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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