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가 쏘아올린 '설계따로 건조따로'…함정 사업 제도 변화 불가피

김관용 2025. 2. 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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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모두 방산업체 지정
그간 함정 사업, 기본설계를 연구개발 과정으로 인식
각종 논란 탓 KDDX 사업, 설계와 건조업체 나뉠 판
사업추진 방식 어떻게 결론 나든 관련 제도 손봐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건조 가능 업체로 복수의 방산업체를 지정하면서 함정 사업 제도 변화를 예고 하고 있다. 함정 사업은 다른 방위사업과 달리 ‘기본설계’ 단계부터 개발이 진행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 역시 본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일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 두 곳 모두를 KDDX 방산업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방산업체 지정제도는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조달이 곤란한 군수물자의 안정적인 조달원 확보와 엄격한 품질보증을 위한 것이다. 방산물자를 생산하려는 업체의 시설기준과 보안요건을 검토해 승인한다. 방산물자 및 방산업체로 지정되면 해당 방산물자는 △수의계약 대상이 되고 △발생원가를 보전해 주는 방산원가를 적용받을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도 면제된다.

이같은 방산업체 지정제도에 따라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 모두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수의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3항과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 등에서도 이를 보장하고 있다. 사실상 기본설계가 함정 건조를 위한 시작이고, 상세설계는 해당 조선소의 설비와 능력 등을 감안한 말그대로 생산을 위한 설계 절차라는 인식에서였다. 기본설계 이전 ‘개념설계’ 단계도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함정의 콘셉트(concept) 설정을 위한 것으로 소요결정을 위한 용도다.

기본설계에 따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출처=HD현대중공업)
논란 일단락 되자 둘 다 방산업체 지정

KDDX 연구개발 사업의 기본설계를 따낸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를 끝내고 이듬해 2월 방산물자 지정 요건인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후 KDDX는 방산물자로 지정돼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이 됐다. 별 문제가 없었으면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 및 유포 혐의가 유죄 판결을 받아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다. 방사청은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제재 여부를 심의했는데, ‘입찰참가자격’ 유지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불법 개입이 있어야 입찰 제한 처분 등을 할 수 있는데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오션은 이에 반발하며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행위 당시 임원의 개입 정황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며 맞고발을 했다. 지난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평가항목 중 일부 점수를 수정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됐다.

이같은 논란으로 산업부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늦췄다. 양사가 고소·고발을 취소하고, 특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전 방사청장 혐의가 입증되지 않자 산업부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재개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KDDX 방산업체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대형 전투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뿐이다. 보유시설 및 인력과 보안 요건 만을 검토하는 방산업체 지정 기준 상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처음하는 고난이도 사업을 공동으로?

‘기본설계 참여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한화오션까지 참여하는 경쟁입찰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도덕성 이슈와 방산업체 지정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그간의 관례대로 수의계약으로 진행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 사업이 된데다, 경쟁업체와 관련자들의 압박 탓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에 달하는 감점 조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경쟁입찰이 부담스럽다. 이에 따라 ‘공동 개발·공동 건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누가 어디까지를 담당할지에 대한 사업 구획과 책임소재 등의 문제가 있다. 이제까지 만들어 본 적 없는 고난이도의 함정을 가장 리스크가 높은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방사청은 이르면 다음 달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마련해 사업분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시킨다는 계획이다.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까지 이뤄지면 사업 방식이 최종 결정된다. 어떻게 결정이 되든 기본설계 수행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하는 관행은 깨지게 됐다. 설계 따로, 건조 따로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사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 함정 연구개발 사업의 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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