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 먹으려 아침 9시부터 줄…겨울이 더 서글픈 어르신들[르포]

박상혁 기자 2025. 2. 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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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명동 밥집'에 긴 줄이 늘어섰다.

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내 명동 밥집 입구에는 50여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동작구에서 왔다는 70대 A씨는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라며 "다른 무료 급식소와 달리 명동 밥집이 맛도 좋고 깨끗해서 자주 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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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9시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무료 급식소인 '명동 밥집'에 식사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천주교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명동 밥집'에 긴 줄이 늘어섰다. 역대급이라는 강추위가 무색했다. 공짜 점심을 기다리는 이들 대부분은 서울 각지에서 찾아온 60~70대 노인이었다.

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내 명동 밥집 입구에는 50여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배식이 시작되려면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명동 방집은 매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동작구에서 왔다는 70대 A씨는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들"이라며 "다른 무료 급식소와 달리 명동 밥집이 맛도 좋고 깨끗해서 자주 온다"라고 말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70대 B씨는 "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밥 한 그릇 사 먹기도 어렵다. 특히 올해가 더 힘들어서 자주 찾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밥집 안에선 센터장인 백광진 신부가 대형 솥에 메인 메뉴인 부대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백 신부는 "코로나 때인 2021년부터 명동 밥집을 운영했다. 하루에 400명 정도 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900명 넘게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라고 말했다.

4년째 봉사하고 있는 C씨는 현장에서 노인 빈곤율이 심해졌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걸 보면 서글프다. 노인 빈곤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5일 오전 10시쯤 점심 시간에 맞춰 노인들이 서울 중구 명동 밥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박상혁 기자.

노인 10명 중 4명 '빈곤'… 초고령사회로 가는데 개선책 부족
우리나라의 극심한 노인 빈곤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8.2%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비중을 뜻한다. 2023년 중위소득은 3757만원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이 연간 1878만원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노인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추이.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올해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중 20% 이상)로 진입하지만 노인 빈곤 문제의 개선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고물가와 재원 부족이 겹치면서 해결 방안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액수를 올려도 빠르게 오르는 물가 수준을 따라잡을 수 없고, 정년 연장을 해도 후속 세대들과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이래저래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70~80대는 자녀 교육에 모든 걸 쏟아부어 노후 대비를 못 했다. 연금도 50만 원 정도를 받는데, 이 금액으론 생활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이 많은 금액을 정부 재정으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가장 좋은 해법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와 출산율도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노인 부양비를 줄일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는 신성장 산업을 유치하려고 관세 전쟁도 불사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 싸움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20%가 넘으면 초고령화사회로 분류된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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