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장애인 대변해야 할 국힘 비대위원들의 ‘기승전 이재명 타령’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안정·쇄신’을 내세우며 출범한 지 한달여를 맞았습니다. 청년·여성·장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에 포진했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재판절차 지적에 쏠리고 있습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같은 5선 중진·60대·남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행보에 당내에서는 “당의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지난해 12월30일 임이자·최형두·김용태·최보윤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하며 출범했습니다. 한국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임 의원은 여성과 노동계를, 1990년대생 김 의원은 청년·수도권을, 여성이자 장애계를 대표해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최 의원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내줄 것이란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공개발언을 한 9차례 비대위 회의 속기록을 보면 청년이나 여성, 장애인에 관한 얘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임 의원은 고소득 반도체산업 연구개발자에겐 주 52시간제 적용을 배제한 반도체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2월3일)하거나,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을 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도입을 주장한 민주노총을 비판(1월23일)하는 등 노동 관련 주제를 거론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주된 발언은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거나 윤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내용입니다. 이 대표를 가리켜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은 굉장히 이기적이며, 남에 대한 존중도 없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짓말 잘하는 거짓말쟁이는 정신병자처럼,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정신병자라고도 볼 수 있다”(1월31일)며 원색적 표현을 쓰며 비난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번민이 굉장히 크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왜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는지 여기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다”(1월16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용태 의원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데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는 사상누각”(2월3일), “현재 민주당에는 ‘586 운동권이즘’과 ‘일극 체제 이재명이즘’밖에 없다”(1월31일), “민주당은 계엄에 대한 내란 프레임만 있으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아무 티도 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 같다”(1월23일) 등 민주당이나 헌법재판소 공격 메시지가 대부분입니다. 청년이나 수도권에 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최보윤 의원도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사인 그는 “우리법연구회의 좌편향적인 성향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2월3일),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탄핵심판 변론 기일이 일괄 지정되며 신속하게 재판이 추진되는 반면, 이재명 대표는 8개 사건, 12개 혐의에 대한 5개 재판 대부분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는 상황”(1월20일), “홍콩처럼 우리 국민이 민주당 때문에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을 떠나는 상황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될 것”(1월16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당 ‘투 톱’이 내놓은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권영세 위원장, 1월31일),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을 위한 황당무계한 ‘침대 축구’ 전술이 점입가경”(권성동 원내대표, 1월23일), “많은 청년이 대한민국이 제2의 홍콩이 되는 것을 막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권영세 위원장, 1월31일)는 메시지와 대동소이합니다.
사회 각계각층을 대변할 수 있는 이들의 천편일률적 발언에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옵니다. 민주당이나 이 대표를 비판하는 건 여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청년·여성·장애인을 대표하는 이들까지 굳이 같은 얘기를 동어반복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중도층은 떠나가는데 비대위원들까지 모든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한 비영남권 의원도 통화에서 “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실종되고 모두가 같은 말만 하고 있다. 다른 얘길 하고 싶어도 이런 분위기면 (의원들이)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나. 당의 미래가 잘 안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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