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누며 든든하게 응원… 애들아 건강하고 즐겁게 살자[고맙습니다]

2025. 2. 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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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일까? 노인들은 한결같이 세월만큼 빠른 것이 없다고 한다.

더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늙어 보니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며 인생이 덧없다는 뜻이다.

'너 지금 뭐 하노?'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아실 것이다.

이게 친구의 우정이고 사랑이라 해도 맞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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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노년을 함께 하는 고향 친구들
지난해 여름 소풍 때 경기도 김포의 한 식당 앞에서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허홍구(필자), 조인제, 이재균, 정영해, 전종희.

고령화 시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일까? 노인들은 한결같이 세월만큼 빠른 것이 없다고 한다. 더 오래 살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늙어 보니 세월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는 말이며 인생이 덧없다는 뜻이다.

나는 한국전쟁의 피란처였던 경상도 대구에서 자랐다. 전후의 궁핍한 생활은 어린아이라 해서 예외는 없었다. 전쟁의 흔적인 고아원과 6·25촌이라는 마을이 생겼고 지난날에는 피란민들이 많이 살았던 도시였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여든 살에 죽어도 호상(好喪)이라 했다. 어느 사이에 나도 모르게 죽어도 좋다는 그 80 고개에 올랐다. 이 만큼 살아왔으니 그동안 만난 인연들을 헤아릴 수 없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울고 웃으며 살아왔다.

어린 시절 골목 친구에서부터 학교 동창, 직장 동료, 그리고 종교와 취미에 따라 참여한 여러 단체 등등 많은 인연을 지으며 사람들과 만나고 또 헤어졌다.

이제 우리 나이로 여든에 이르고 보니 뭐가 무서울 게 있으련만 그래도 나는 전쟁은 무섭다. 동족끼리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었던 전쟁이 아닌가? 세상에 이렇게 추악하고 더러운 죄악이 또 있겠는가?

많은 이산가족들은 고향의 부모 형제를 만날 수 있기를 꿈꾼다. 문득 그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면 대포 한 잔 나누고 싶다. 언제 만나도 허물없고 눈물 나는 보고픈 내 어린 시절의 불알친구들! 고향 떠난 수십 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그때의 친구들 몇몇이 만났다.

‘너 지금 뭐 하노?’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아실 것이다. 외롭다는 말이며 보고 싶다는 뜻의 또 다른 말이다.

보고 싶으면 친구들은 이렇게 전화하고 만나기도 한다. 별 볼일이 없어도 외롭고 쓸쓸하면 목소리라도 듣는다. 이게 친구의 우정이고 사랑이라 해도 맞는 말일 것이다.

우리도 한때 돈과 명예에 줏대 없이 마구 흔들리기도 했었고 실패와 좌절에 술로 위로받으며 비틀거리기도 했었다. 때로는 친구들과 밤을 지새우면서 토론을 하며 격론을 벌였던 젊고 싱싱하던 때가 있었지만 그 황금 같은 중요한 시간은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 이미 지나가 버렸다. 종로3가 전철역 주변의 노인들과 탑골공원 담장 옆으로 자리를 잡고 장기판의 구경꾼으로 둘러선 또 다른 노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노년이 되는지를 깨달아야 하겠다. 우리 시대의 석학(碩學)이었던 고 이어령 선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내게는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내 삶은 실패했다’고 고백했었다. 동행자 없이 숨 가쁘게 살았고, 존경은 받았으나, 사랑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외로웠다고 고백했었다. 정기적으로 만나 밥도 먹고 술도 마셔보고 커피도 마시고 수다 떨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야 그 삶이 풍족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 한동네에서 함께 뛰어놀던 친구를 불알친구라 한다. 정영해, 이재균, 조인제, 전종희, 그리고 나.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친구도 있지만 젊은 한때는 직장에서 저마다의 역량을 발휘했던 역전의 용사들이다.

이렇게 우리는 객지지만 늘 가까이 함께 노년을 살아가고 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전화나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수시로 만나 서로를 응원하고 맘껏 웃고 즐거워하다 헤어진다.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어린 시절 가난한 이웃의 불알친구다! 지금 우리에게는 누가 이보다 더 가까이 맘 나눌 수 있으랴! 고맙다! 친구들아! 우리 건강하게 즐겁게 살다 가자.

허홍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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