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 취임 3개월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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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회장의 선택은 ‘화장품’
신세계그룹은 1963년 동방생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인수된 동화백화점이 시작점이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영등포점, 조선호텔 등을 가지고 나왔고, 1997년 신세계그룹은 삼성그룹과 계열분리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총괄회장 시절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필두로 굴지의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 33위였던 재계 순위는 29위(2000년), 16위(2005년), 13위(2015년) 등 계속 상승했고, 2024년 기준 신세계 재계 순위는 11위다. 하지만 정유경이 앞으로 회장으로서 부담해야 할 책임은 만만치 않다. 신세계는 백화점 성장세 둔화와 면세점 적자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신세계의 총매출액은 2조 7,089억원, 영업이익은 9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총매출액은 4.0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9.5% 감소했다. 백화점 사업의 총매출은 1조 6,8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45억원 줄었다.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연간 4,099억원에 달하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2024년 3분기 16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에는 133억의 누적 영업이익을 냈는데 한 해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백화점 이익 정체, 면세점 실적 가시성 훼손의 아쉬움이 있다”며 “소비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경기재 채널 모멘텀이 약화되는 중이다”라고 분석했다.
정유경은 회장 승진 이후 지난 3개월간 뷰티(화장품) 사업 강화를 통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화장품 사업은 고마진을 낼 수 있는 영역으로 이익 성장이 둔화된 백화점 사업에서 성장의 고삐를 당길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정유경은 회장 승진 당일 조직 개편을 통해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사업을 총괄하는 뷰티 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했다. 화장품 사업 강화의 최전선에는 1996년 출범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당초 패션 사업 위주였지만 2012년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을 늘리기 시작했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까지 높아진 상태.
1970년 이후 출생한 국내 첫 여성 회장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 브랜드인 연작, 스위스퍼펙션, 뽀아레, 로이비, 비디비치, 저스트 에즈 아이엠과 수입 브랜드인 딥티크, 아워글래스,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총 30여 개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체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790억원, 수입 화장품 브랜드 매출은 3,010억원이다.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 사업은 국내에서만 사업을 전개하는 터라 확장성과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매출을 늘려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화장품 사업 부문에 레이블제를 도입했다. 레이블마다 총괄 임원이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챙기는 구조다. 최근에는 뷰티·라이프스타일 부문을 이끌 수장으로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를 따로 선임했다.
기존의 윌리엄 김 대표가 패션 부문을 이끌고, 김홍극 대표가 화장품 부문을 맡는 투톱 체제가 된 것이다. 브랜드별 해외 진출 전략도 세워졌다. 비디비치는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으며,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 외에 일본과 미국 등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8년 출범한 뽀아레와 2020년 출시한 로이비 역시 올해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예정이 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인수한 어뮤즈 역시 미국·중국·태국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어뮤즈는 영뷰티 비건 브랜드로 ‘장원영(그룹 아이브 멤버) 틴트’라고 불리는 ‘젤핏 틴트’로 입소문을 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브랜드 화장품도 외면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직구족에게 인기몰이 중인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베어미네랄과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외에 본사인 신세계를 통해서도 화장품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 화장품 자회사 퍼셀이 진행한 65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3억원을 지원했다. 퍼셀은 2021년 신세계가 코스맥스 등과 손잡고 설립한 회사로 2022년 5월 고순도·고기능 스킨케어 화장품 브랜드 퍼셀을 출시했다. 퍼셀은 유상 증자 자금으로 해외 사업에 한층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 사진 : 신세계그룹·일요신문 제공, 문서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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