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맹 한국, 우리 좀 도와달라”…국민 평균 연령 27세에 불과한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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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의 극심한 아열대성 기후 탓에 '폭풍과 홍수의 나라'로도 불리는 나라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정책이 기폭제가 된 당시 시위는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1000여 명이 사망하는 소요 사태로 번졌다.
반정부 시위로 하시나 정권이 붕괴한 직후 방글라데시의 구원투수를 맡은 인물이 무함마드 유누스(84)다.
―한국과 방글라데시는 의류·섬유산업으로 오랜 끈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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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전쟁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정책이 기폭제가 된 당시 시위는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1000여 명이 사망하는 소요 사태로 번졌다. 수십 년간 과거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파벌을 이뤄 기득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던 와중에 특혜 채용 정책마저 발표되자 일반 청년들이 분노한 것이다.
반정부 시위로 하시나 정권이 붕괴한 직후 방글라데시의 구원투수를 맡은 인물이 무함마드 유누스(84)다. 그는 지난해 8월 과도정부 수반(최고고문·총리 격)에 올랐다. 국가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찾아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해 여름 방글라데시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간단했다. 학생들은 공평한 기회를 원했다. 그러나 부패한 독재정권은 기득권층에 대한 특혜를 강화했고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총질을 해댔다. 더 이상 정부를 용인할 수 없었다. 그들의 부모, 시민들이 가세해 날아오는 총알 앞에 몸을 던졌고 거리를 떠나지 않았다.
―봉기였나, 혁명이었나.
▷기폭제는 공무원 할당제였으나 그 뿌리엔 독재와 부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정권 15년간 세 번의 선거를 치렀는데 모두 부정 선거였다. 이번 시위는 평화 시위였다. 학생들이 벽에 그림을 그렸고, 다카(방글라데시 수도)시 전체가 거리 예술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그들의 욕망과 꿈을 예술로 표현했다.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섰고, 총알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부모들마저 가세했다.
―하필 당신이 파리에 가 있는 동안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나는 파리올림픽에 참가하고 있었다. 파리올림픽을 ‘소셜올림픽’으로 설계하는 일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사회를 더 포용할 수 있도록 올림픽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고국으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았다. 내가 나서서 차기 정부를 구성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처음엔 다른 적임자가 있을 것이라며 다독이며 사양했지만 계속되는 간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과도정부, 무엇이 급선무인가.
▷법질서의 회복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완전히 멈춰버린 경제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현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복안이 있나.
▷이전 정권의 부패 때문에 경제가 거의 파괴된 상황이다. 다시 제로(0)부터 시작하고 있다. 부패한 전 정권이 빼돌려 세탁한 금액만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추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기득권층이 나랏돈을 빼돌려 공장을 세웠지만 이미 그들은 나라를 떠났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공장들은 문을 닫고 있다. 폐쇄된 공장을 다시 가동하고 이를 인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은 과도기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경제를 재편하고 생산능력을 재구축할 것이다.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절실해 보인다.
▷그렇다. 내가 이곳 다보스를 찾아 여러 리더들을 만나는 이유다. 현 국내 상황과 국가 재건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방글라데시는 의류·섬유산업으로 오랜 끈을 이어오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수출가공구역 중심에 한국의 영원무역이 자리하고 있다. 성기학 회장이 방글라데시에서 헌신한 세월은 50년이 넘는다. 그는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차별과 박해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방글라데시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과도정부)가 들어서서 성 회장도 매우 기뻐하고 있다.
―섬유산업 외에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한국이 원하는 뭐든지 가능하다. 우린 준비가 돼 있다. 노동력은 여전히 풍부하다. 방글라데시는 선박 건조와 해체에 두루 능숙하다. 특히 선박 해체산업(폐선박 인수 후 고철 등 광물 채집과 재활용)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동시에 방글라데시는 네팔, 부탄, 인도(동부)를 배후지로 두고 있는 남아시아 지역의 해양 관문과도 같다. 방글라데시를 제외한 이들 국가는 모두 내륙 국가로 해안을 끼고 있지 않다. 이에 우리의 시설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다. 한국으로선 이 지역을 제조업의 허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방글라데시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저렴하고 활기찬 노동력은 방글라데시의 특장점이다. 방글라데시는 매우 젊은 나라다. 인구가 1억7100만명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인데, 평균연령이 27세에 불과하다.
―그들의 교육 수준은 어떠한가.
▷지금은 기술의 발달과 교육의 질 향상으로 예전보다 수준이 훨씬 높아졌다.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네팔의 의료 서비스 전체가 외국유학이 아닌 자국에서 훈련받은 의사들로 이뤄져 있다. 외국 유학생을 받아 교육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의료 수준을 말씀하셨는데, 방글라데시는 현재 간호사를 해외에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영국, 일본 등의 의료계에서 우리 간호사를 고용하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현지 대학과 세부 방안을 협의 중이다. 그들이 원한다면 일단 시범적으로 해당 국가들에 간호사를 파견할 계획이다. 우린 워낙 젊은 여성 인구가 풍부하고 간호사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모든 방글라데시 소녀를 간호사로 양성한다면 방글라데시 전체가 매우 부유해질 수 있다는 말을 반(半)농담 삼아 얘기하곤 한다. 한국도 1960~70년대 간호사와 광부를 독일로 보내 국민 경제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지 않았나.
―경제학자 출신으로 한국 경제사에도 관심이 많았나.
▷한국의 경제 성장사는 그야말로 기적이다. 대학생 시절이던 1960년대에만 해도 한국은 방글라데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당시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박정희 정부가 마을마다 시멘트 포대를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던 프로젝트였다. 수업 시간 때 굉장히 큰 프로젝트라고 배웠다. 이를 시발점으로 새마을운동이 본격화됐고, 이후 한국과 방글라데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본 적이 있나.
▷당시엔 어린 학생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이후 김대중 대통령과는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금융시스템과 정부 잉여 예산의 활용법에 대해 논의했다. 그때 김 대통령께 사회 최하층에 대한 나의 마이크로크레디트 구상에 대해 설명해드렸다. 김 대통령은 제 아이디어를 좋아했고, 훗날 유사한 정책을 도입했다.(실제로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강명순 목사가 주도한 ‘신나는 조합’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노숙자 등 도시 빈민층을 위해 무보증 소액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강 목사는 방글라데시로 건너가 유누스가 설립한 소액 대출은행인 그라민은행을 곁에서 연구했고, 둘은 현재까지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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