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수구 정치, 경제발전 막아...진보·보수 개혁 연대 필요"

김종철 2025. 2. 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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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직설] 주병기 서울대 교수 "내란 세력 철저히 처벌하고, 공정·포용적 한국경제로 전환해야"

에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묻고 있는 그대로 답을 전하겠습니다.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이나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김종철, 유성호 기자]

 주병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1월 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파시스트 정치관에 사로잡혀서…"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초현실적인' 이란 말을 써가며, "특정지역을 대표하는 보수, 수구정치인들이 '반국가세력'이라는 있지도 않은, 허구의 적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주병기 서울대 교수. 그는 경제학자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캔자스대와 고려대 부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불평등과 소득분배, 공정성과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 등이다. 그의 전공 분야인 경제이론을 비롯한 재정학, 정치경제학 등과도 연결돼 있다. 또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지난 12월 윤석열의 비상 계엄 소식을 아내로부터 뒤늦게 전해들은 그는 "당연히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밤새 유튜브를 통해 국회 등의 상황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고도 했다. '윤석열 탄핵' 서울대 시국선언을 이끌었던 그는 "당장 내일 학교 수업보다는 계엄 사태 이후에 대한 고민과 방향을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대 사회과학대 연구실에서 나눈 그와의 대화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주 교수는 "정치와 경제는 함께 간다"는 이야기와 함께, '정의와 민주주의', '수구와 파시즘' 등의 단어를 써가면서, 진정한 경제 발전을 위한 정치의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을 거론하면서,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선 성숙한 민주주의와 포용적 정치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개발독재와 권위주의적 특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수구 세력이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라면서 "윤석열이 보여준 초현실적인 파시스트 정치관과 세계관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착취적 정치 경제'라는 표현을 써가며, "윤석열 내란 사태를 정치 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수구세력이 장악한 퇴행적 보수 정치를 하루빨리 끝내고 포용적 정치로 바꿔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의 개혁연대를 통한 정의로운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구 세력이 어떻게 정치와 경제 망칠 수 있는지 그대로 보여줘"

▲ 주병기 서울대 교수 "윤석열 파시즘 지우고, 정의로운 대전환 이뤄야" ⓒ 유성호

- 윤석열 내란 사태가 두 달 정도 흘렀다.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보통 잠을 일찍 자는 편이다. 새벽에 일어나 일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날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방에 있던 아내에게서 계엄 선포 이야기를 듣고 '가짜뉴스겠지'라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통해 국회 주변 등을 보면서, 그때야 실감했다."

- 최근 세미나에서 '한국 정치의 착취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경제발전의 중대한 걸림돌이라고 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쓴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인용해서 했던 말이다. 책에 '특권을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경제 기득권과 권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 수구세력에 의해 가로막히지 않아야만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 특권과 기득권, 수구 세력이라는 말이 인상적인데.

"그동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민주주의와 포용적 제도로 발전한 모범'이라고 대한민국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번에 기득권과 수구 세력들이 어떻게 정치와 경제를 망칠 수 있는지,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또한 초현실적인 파시스트적 정치관에 사로잡힌 윤석열과 극우 세력들은 존재하지도 않은 '허구'의 적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 윤석열 구속 기소 이후 국민의힘을 비롯한 극우 세력들이 '내란'에 대해 온갖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급기야 법원 공격으로 사법 체계까지 뒤흔들고 있다.

"(고개를 절레 흔들며) 그동안 수구 보수 정치 세력들이 해왔던 일들이다. 과거 일제 침략 파시즘 역사에 대한 부정과 함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까지 미화 또는 우상화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반대로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 역사는 지우고, 개혁 세력이나 인사들에 대해선 악마화하고 있다. 이재명, 조국 등이 대표적이다."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300번 압수수색, 세계 경제학자들 놀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저녁 서울역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4.12.3
ⓒ 연합뉴스
- 그동안 많은 민주개혁 인사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이재명 대표만 보더라도,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검찰이 300번 넘게 압수수색을 했다고 한다. 제가 해외에 친한 교수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고 놀라워 한다. 조국 교수도 처음에 무슨 사모펀드의 권력형 비리로 시작했는데…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적 권력을 악용한 것 아닌가.이들 수구 정치세력은 재벌과 언론 등과 결탁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 수구 정치세력과 재벌, 언론 등의 삼각동맹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사실 과거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재벌과 언론, 수구 정치 세력은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여전히 국내 재벌 세습 오너들은 아주 적은 지분만으로 거대 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고, 거대 언론들도 세습 족벌언론으로 기업과 정치인들이 엮여 있지 않은가. 이들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민주개혁 세력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까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정치의 착취성이다."

- 그런 현상이 결국 경제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고.

"그렇다. 경제학계의 통설이 됐다. 과거 1970~80년대 작은 정부를 통해 규제 완화, 민간 중심의 경제발전 논쟁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게 됐다. 기술 발전과 노동 시장의 변화, 양극화 등 다양한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고, 경제발전을 위해 성숙한 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경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 현 정부도 '자유'를 외치면서 민간경제 활성화를 통한 자유 시장경제를 강조하기는 했다.

"(웃으면서) 진정한 자유 시장경제가 아니다. 자유 방임주의에 입각한 시대착오적인 정책들을 쓴 것이다. 건전 재정이라는 이름으로 부자들에게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았나. 1980년대 영국, 미국 등에서 썼던 것들이다. 결국 어떻게 됐나. 엄청난 세수가 펑크 나고, 스스로 세운 건전 재정 목표 달성도 실패했다. 경기는 나빠지고, 부자들에게 세금 깎아준 마당에 중산층, 서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둘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과 에너지, 무역 질서까지 대전환의 시대 아닌가."

"보수와 진보의 개혁연대, 정의로운 전환의 시작"
 주병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수구세력이 장악한 퇴행적 보수정치를 하루빨리 끝내고 포용적 정치로 바꿔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의 개혁연대를 통한 정의로운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성호
- 그래서 '윤석열 탄핵 이후'가 정말 중요하게 다가온다.

"우선 윤석열 내란 수괴와 공범들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처벌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 한국 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노동 시장부터 기업 간 거래와 플랫폼 경제에 이르기까지 착취적 경제 현실이 여전하다. 그리고 지역 간 불균형, 교육과 의료 등의 격차가 날로 커지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현실을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 '정의로운 전환'을 이야기 하는 건가.

"착취적인 한국 경제를 공정하고 포용적인 경제로 바꿔야 한다. 윤 정부가 추진한 가짜 개혁, 반 개혁을 바로잡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는 노동시간 연장 논의부터 철회하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기업 간, 성별, 부문별 격차를 줄이면서, 공정한 임금 체계도 세워야 한다."

- 연금제도를 비롯한 복지, 공공부문 등도 개혁할 부분이 여전하다.

"연금 문제는 5년짜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아니다. 서방 국가들도 수십 년에 걸친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제도 개선을 해오고 있다. 우리도 사회 각계각층, 세대 간 이해와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고, 토론해야 한다. 숫자 몇개 바꿔서 될 이야기가 아니다. 공공 부문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효율성만 따져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에너지 전환 시기에 맞춰 미래 투자와 공공성에 맞춘 개혁을 해야 한다. 요즘 공기업들은 과거보다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효율성에서 민간 기업 못지않다."

- 사실 그동안 민주개혁 정권에서도 추진했거나, 하려고 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다. 한편으로는 개혁적이라는 정부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시기들을 보면, 국내외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IMF 외환위기부터 글로벌 경제위기,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개혁적인 경제정책보다는 안정적인 관리를 우선해야 할 정도였다. 물론 재벌개혁 등 일부 정책들은 기득권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 적극적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윤석열 내란 사태를 계기로 정치 경제가 혁신돼야 한다."

- 다음 정부에선 어떻게 혁신을 해나갈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공정하고 포용적인 정치, 시장경제체제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구 정치세력이 장악한 퇴행적 보수 정치의 창조적 파괴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세력이 나서야 한다. 또 성숙한 민주주의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선 필수조건이다. 보수와 진보의 개혁 연대를 통한 정의로운 전환이 혁신의 시작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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