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날 정치인 체포지시` 홍장원 증언…김태효에 "尹 대국민 읍소" 간언도
12·3 계엄선포 전후 2회 尹과 통화, 여인형 통화도 확인
"다 잡아들여" "방첩사 도와" 지시에…체포명단 십수명 메모
尹 "간첩 잡으라, 격려전화" 洪 "계엄중에? '간첩' 못들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인 등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혀온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여야 대표 등 '체포 명단'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해들었단 입장도 밝혔다.
또 계엄 종식(지난해 12월4일) 다음날 윤 대통령의 심복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대통령의 진정한 대국민 사과'를 간언(諫言)한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통화는 인정하면서도 이른바 '격려 전화'였다며 진술 대부분을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홍장원 전 1차장은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계엄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 대리인단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싹 다 잡아들이라'에서)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고 했다. '방첩사 지원' 지시에 따라 여인형 전 사령관에게 전화했고, 2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헌재 재판부엔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받아 적은 자필 메모도 증거로 제출됐다. 홍 전 차장은 "적다 보니 '이게 뭐지', 생각이 들어서 뒤 내용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고, 나름대로 기억을 회복해 적어 보니까 14명, 16명 정도로 기억한다"고 했다.
국회 측은 "당시 여 사령관이 사용한 정확한 워딩(단어)이 '체포조'가 맞느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체포 대상을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 감금해 조사할 예정이란 얘기를 들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홍 전 차장과 윤 대통령, 여 전 사령관 간 통화 내역도 공개됐다.
국회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오후 8시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했으나 통화가 불발됐다. 오후 8시22분쯤 홍 전 차장 쪽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20초간 통화가 이뤄졌고 윤 대통령은 이때 '1~2시간 이후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담화 이후인 오후 10시53분쯤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해 1분24초간 통화했고, 이때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단 게 홍 전 차장의 입장이다. 홍 전 차장은 오후 10시58분쯤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48초간, 11시6분쯤 다시 전화해 2분47초간 통화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과 첫번째 통화에선 방첩사 지원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두번째 통화에선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전한 뒤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 명단을 메모했다고 했다. '검거 후 방첩사 구금시설에서 감금 조사할 예정이니 위치추적을 부탁한다'는 요청을 들었다고도 했다.
홍 전 차장이 김태효 안보실 1차장에게 지난해 12월5일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됐다. 김 차장을 "교수님"으로 칭한 그는 "(윤 대통령이) '난 잘못한 게 없다'가 아니고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하셔야 한다. 눈물을 흘리시고 무릎을 꿇으셔야 한다", "국민이 깜짝 놀랄 만큼이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나라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쌓였는데 모두 손가락질하고 국회가 모든 일에 발목을 잡는 답답함'을 솔직히 이야기하시고, '예산을 막고 탄핵을 계속한다면 대통령에게도 이런 마지막 카드(계엄)가 있다는 시위였다'고 사과하셔야 한다"고 윤 대통령 입장을 헤아리되 '태도'에 방점을 찍은 것.
김 차장에게는 "'모시는 분'의 멱살을 잡을 양 이야기하셔야 한다"며 "국민을 이길 수 없다",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변론기일에서 "이 내용이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며 윤 대통령이 진심으로 대국민 사과하고 심경을 밝혔다면 국민의 이해를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날 밤 여의도 국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몇몇 사람들만이 아는 게 아니라 방송을 통해 전 국민이 마치 드라마·영화 보듯이 지켜봤기에 계엄군이 철수하고 계엄 해제됐다고 다 '일어난 적 없는 것처럼' 돌아올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윤 대통령을 응시하며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인사도 받지 않는 모습이었고, 대리인단은 "싹 다 잡아들이라"는 대상이 '간첩'이었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체포조 의혹을 부인했다. 국회 측이 '여 전 사령관과 통화 중 간첩 이야기가 나왔는지' 묻자 홍 전 차장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 재임 중 제기된 대북공작금 횡령 의혹을 거론했다. 홍 전 차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일부 보수유튜버들이 해외 운영하는 돈을 모아서 위에 상납했단 얘기까지 하는데, 만일 그랬다면 검찰총장까지 하신 대통령께서 2년 반 동안 저를 국정원에 두셨겠느냐"고 반박했다.
주심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홍 전 차장이 제출한 여 전 사령관과 통화 메모 중 '검거 요청' 문구에 관해, 국정원의 수사권 부재 중 '이해가 안 간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메모가 아니라 정확하게 기재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홍 전 차장은 "('검거 지원 요청'이라고) 정확하게 기재 못한 건 죄송하다"고 했다.
다만 그는 "국정원이 국제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부분이, 검거를 지원하고 실질적 체포는 경찰이 하는 만큼 '항상 공조해 검거할 수 있는 인력'은 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증인신문 종료 후 발언권을 얻어, 계엄 선포 전후 홍 전 차장과 2차례 통화한 건 인정하되 '계엄 사무'와 무관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첫 전화의 경우 조태용 국정원장이 미국 출장 중인 것으로 잘못 알고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장 부재니 국정원을 잘 쟁겨라, 전화할 일 있을지 모르니 비화폰을 챙겨라"라고 말했단 입장이다. 두번째 전화는 조태용 원장의 국무회의 참석 확인, 계엄선포 담화 뒤 오후 11시가 다 된 시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두번째 통화 내용에 관해선 "해외 순방 때 국정원 해외담당 파트가 여러 가지 경호 정보를 많이 도왔기 때문에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해야겠다고 해서,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 관련해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체포조 의혹 등에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홍 전 차장은 퇴정 후 취재진을 만나 "대통령께서도 그날 보니 여러 군데에 전화를 많이 하셨더라. 저는 처음으로 대통령 전화를 받은 거다"며 "한창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가 진행 중이고 수방사·특전사가 막 난리치는데 옛날에 해외 한번 나갔다 온 1차장한테 그 시간에 격려차 전화를 하실까"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수백억원 대북공작금 유용, 해외 부동산' 의혹에 대해선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지라시'로 나올 땐 좀 이해가 됐는데 최근 주요 언론이나 제가 즐겨보던 보수유튜버들까지 그런 얘기를 하니 마음의 상처를 많이 느낀다"고 했다. "출처가 된 인물"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 도 시사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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