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대흥분한다, ‘김하성 꽃놀이패’를 쥐었으니까… “뛰어난 선수” 무조건 남는 장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탬파베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구단이다.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명문 팀들인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스타 라인업을 구성할 때, 그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장점을 가진 저비용의 선수들로 로스터를 꾸려 이 스타 군단을 이겨내곤 했다.
오프너 시스템, 수비 시프트 등에서도 선구자였다. 한때는 많은 이들이 탬파베이를 비난하곤 했지만, 그들의 성공 속에 모두가 탬파베이의 시스템을 연구하는 붐이 일기도 했다. 다만 아무래도 이는 구단 사정과도 연관이 있었다. 시장 규모 자체가 그렇게 작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인기가 있는 팀이라고도 보기 어렵고, 그래서 매년 한정된 금액으로 구단 살림을 해야 했다. 스타 선수를 영입해 부족한 점을 채우는 손쉬운 방법을 쓸 수 없으니, 결국 이런 쪽으로 특화됐다는 시선도 있다.
그런 탬파베이가 모처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큰 돈을 질렀다. 현지 언론들은 탬파베이는 지난 1월 30일(한국시간) 김하성과 2년 총액 290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하성은 2025년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2025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 권한을 얻는다. 사실상 FA 재수다. 만약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선언하지 않는다면 2026년 19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2025년 325타석 이상에 들어서면 2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는다.
당장 김하성의 올해 연봉 1300만 달러는 팀 내 최고 연봉이다. 탬파베이는 1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김하성을 포함해 셋 밖에 없다. 구단으로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베팅이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만약 김하성이 인센티브를 모두 따내고, 여기에 2026년까지 팀에 남아 계약을 완주한다면 2년 총액 3100만 달러의 계약이 된다. 이는 2년 계약 기준으로 탬파베이 FA 영입 역사상 손에 꼽힐 만한 거액의 계약이다. 남들에게는 큰돈이 아니지만, 탬파베이로서는 꽤 큰 마음을 먹고 계약을 한 만큼 기대치도 크다. 김하성의 영입을 주도한 에릭 니엔더 탬파베이 야구부문 사장은 4일(한국시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하성의 능력을 치켜세우면서, 탬파베이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 확신의 찬 어조로 말했다.
여건상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입단식 및 기자회견에서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은 엄청나게 재능 있는 선수”라고 총평하면서 “우리 팀은 김하성에게 일찍부터 관심을 보였다. 재활과 회복을 거쳐 우리 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확신한 끝에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실제 탬파베이는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올 때부터 영입 가능성을 호시탐탐 엿봤고, 김하성의 어깨 수술 재활 상황을 지켜본 뒤 순조로운 회복의 확신을 가지자 바로 계약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어 니엔더 사장은 “몇 년 동안 샌디에이고서 뛰는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엄청나게 재능 있는 선수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팀 승리에 도움을 주는 선수를 데려와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하성은 유격수로서 리그 평균 정도의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는 선수이며,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 평가를 받고 있고 유격수·2루수·3루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주루 또한 한 시즌 30도루 이상이 가능한 발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이를 증명해 냈다.
니엔더 사장은 “비록 개막전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김하성의 빠른 회복을 바랐다. 지난해 8월 경기 도중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귀루를 하다 오른 어깨를 다친 김하성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즌 잔여 경기 및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했고 결국 시즌 뒤 어깨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2026년 개막전 출전은 어렵다는 평가로, 4월쯤 돌아올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탬파베이도 이를 알고 김하성을 영입했고, 김하성이 없는 4월은 기존 선수들로 버틴 뒤 5월부터는 김하성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맡긴다는 생각이다.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 영입 과정에서의 흥미로운 스토리도 공개했다. 구단이 김하성 영입을 결정하고 난 뒤에도 주위에서 여러 평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구단의 시선과 외부의 시선이 일치하는지 ‘더블 체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물어본 사람마다 김하성의 뛰어난 능력과 팀에 대한 헌신을 칭찬했다고 덧붙였다. 니엔더 사장은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리그 전체에 흩어져 있다. 이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의 전 소속팀인 샌디에이고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이고,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이다. 연고지 사이는 비행기로 4~5시간이 걸릴 정도로 멀고, 실제 대진이 많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자주 만나는 양키스나 보스턴 선수들처럼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탬파베이는 여러 인맥을 동원해 김하성의 능력을 평가했고, 여기서도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자 영입의 확신을 가졌다는 것이다.
니엔더 사장은 “우리가 김하성과 계약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팀 선수들, 또 에반 롱고리아와 같은 전 소속 선수들에게도 그를 칭찬하는 메시지가 많이 날아왔다”면서 “우리 구단이 그에 대해 검증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소개했다. 롱고리아는 탬파베이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986경기에 나서 신인상, 세 차례 올스타, 세 차례 골드글러브, 한 차례 실버슬러거, 그리고 MVP 투표 20위 이내에만 6번을 차지한 슈퍼스타 3루수 출신이다.
롱고리아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했고, 2023년에는 애리조나에서 뛰었다. 2021년부터 샌디에이고에 뛴 김하성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 롱고리아도 김하성 영입을 잘했다고 칭찬한 것이다. 김하성으로서는 어깨를 으쓱거릴 수 있는 칭찬이다.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 영입이 팀 센터라인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80승에 그쳤다. 모처럼 맛보는 루징 시즌이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역시 타선이 약했다. 완더 프랑코라는 걸출한 재능이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쫓겨난 상황에서 유격수 포지션을 메우기가 힘들었다. 타일러 월스는 수비는 뛰어나지만 공격은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프랑코의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탬파베이는 센터라인의 핵심인 유격수 포지션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고,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오자 과감하게 베팅해 성공을 거뒀다.
니엔더 사장은 “우리는 팀 득점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지난해 공격력 저하를 인정하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에서 공격력을 강화하려 했다. 포수, 중견수, 유격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탬파베이는 토론토에서 뛰던 포수 대니 잰슨을 영입해 포수 포지션을 보강했고, 조니 델루카라는 중견수도 영입했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었던 유격수 자리에 김하성을 채워 넣었다.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의 뛰어난 수비력은 물론, 공격적인 가치에도 주목한 것이다.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이 다양한 상황에서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니엔더 사장은 “김하성은 1~2점차 경기 때 다양한 방식으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있다면 그만큼 승리 기회도 늘어난다”면서 “외부 영입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김하성은 이 방면에서도 완벽히 들어맞는 선수였다”며 다양한 효과를 기대했다.
현지 언론은 탬파베이가 김하성이라는 꽃놀이패를 잡았다고 평가한다. 탬파베이는 유격수 포지션이 약했고, 건강한 김하성이라면 무조건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하성은 2025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아웃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년 1600만 달러 잔여 계약보다는, 마지막 다년 계약 기회를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하성이 옵트아웃을 한다는 것은 2025년 시즌 활약상이 좋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그만큼 탬파베이에 공헌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탬파베이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2026년 1600만 달러의 연봉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카슨 윌리엄스라는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가 버티고 있기에 더 그렇다. 윌리엄스는 탬파베이 1위 유망주이자, 메이저리그 유격수 유망주 랭킹 1위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더블A에서 뛰었고, 올해는 트리플A를 거쳐 빠르면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 승격이 점쳐지고 있다. 어차피 탬파베이는 김하성을 오랜 기간 팀의 주전 유격수로 쓸 생각이 없는 셈이다. 윌리엄스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준비가 될 때가지만 버텨주면 된다. 팀은 그 시점을 2026년 초·중반으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김하성의 활약이 그럭저럭 좋고, 2025년 탬파베이의 시즌 전망이 어두워진다면 트레이드를 해도 된다. 김하성을 트레이드해 연봉 부담을 줄이고, 유망주를 얻어올 수 있다. 서비스 타임이 1년 반 남은 선수이기 때문에 꽤 좋은 유망주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김하성이 2026년까지 팀에 남을 경우, FA 시장에 나갈 때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는 방법도 남아 있다. 이 경우 김하성이 이적하는 팀으로부터 전체 35순위 이내의 보상 드래프트 픽을 받는다. 김하성이 부상에 허덕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말 그대로 꽃놀이패가 기다리는 셈이다. 장사에 도가 튼 탬파베이가 김하성에 과감히 베팅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김하성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익숙한 번호인 7번을 단 김하성은 “검사(결과)도 그렇고 팔 상태도 그렇고 너무 좋다고 한다. 순조롭게 재활 일정대로 나아가고 있다. 계속 구단과 대화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고, 4월말에서 5월초에는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한 일찍 복귀해서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탬파베이에 대해서는 “너무 좋은 선수들이 돌아오고 좋은 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캠프 때부터 많은 선수들과 얘기하면서 친해져야 할 것 같다. 좋은 팀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된다”면서 “잘 복귀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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