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이 뇌 질환 부를 수도… ‘꿀잠’은 내 뇌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만성 불면증은 뇌 질환 의심해야… 각종 뇌 질환에 수면장애 동반돼
못 자면 치매 유발물질 축적 쉬워… 수면 질 파악하면 조기진단 가능
‘뇌 건강 지킴이’ 수면은 낭비 아냐
잠이 부족하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면 부족은 큰 실수를 하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경험으로 안다. 수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는 일단 잠을 자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면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불면증 같은 수면장애가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잘 수 없는 만성 불면증이 있다면 정말 매일이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일의 고통 말고도 생각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수면 부족은 뇌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고, 다양한 뇌 질환이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양질의 수면을 유지하는 것은 뇌 질환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수면장애가 있다면 다른 뇌 질환으로 인해 수면장애가 생겼을 가능성도 의심해봐야 한다. 수면장애는 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뇌졸중, 자폐증, 우울증 등 거의 모든 뇌 질환에 동반된다.
아주 최근에는 잠이 들고 렘(REM·Rapid Eyes Movement)수면에 도달하는 시간이 긴 경우 치매 관련 지표가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다. 이에 정확한 수면의 구성을 수면 다원검사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뇌 질환을 미리 진단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파킨슨병의 경우에도 불면증, 렘수면 행동장애, 하지 불안 증후군, 수면 무호흡증 등이 동반된다. 그중에서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렘수면 행동장애를 미리 파악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조기 진단의 노력이 될 수 있다.
뇌전증 환자에게는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낮에 잠을 많이 자는 증상, 하지 불안 증후군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폐의 경우 환자의 80%가 수면장애가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자폐 환자의 수면장애도 불면증, 아주 일찍 잠을 깨는 증상, 낮에 잠을 많이 자는 증상, 수면 중 잦은 움직임, 불규칙적 수면 등으로 다양하다. 우울증 환자도 불면증, 아주 일찍 잠을 깨는 증상, 낮에 잠을 많이 자는 증상, 수면 중 잦은 움직임, 불규칙적 수면, 수면 구성의 변화 등의 수면장애가 동반된다.
이렇듯 수면장애는 다른 뇌 질환과 관계가 깊다. 따라서 수면장애가 의심되면 정확하게 진단받고, 더 나아가서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대부분의 뇌 질환을 정확하게, 초기에 진단하는 정량적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수면 다원검사와 같은 정량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다. 따라서 이런 검사를 통해 수면장애를 파악하고,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다른 뇌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조기에 뇌 질환을 발견하고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뇌 기능을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검진 결과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면 각각의 뇌 질환을 정량적으로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이 보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미래에는 조기에 진단되는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도 발명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나의 소중한 뇌를 지금부터 잘 관리해 그런 미래가 올 때까지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면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내 뇌의 미래에 대한 투자다. 지금부터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함으로써 내 뇌의 건강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수면장애가 의심된다면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가능한 한 치료를 하는 것이 더한 뇌의 손상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수면장애는 다른 뇌 질환의 전조 증상이거나 다른 뇌 질환에 동반된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의심되는 질환이 있다면 조기 발견을 위해 노력하고, 관리와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량적인 뇌 질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기술들의 보급으로 뇌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미래가 올 때까지 뇌 건강 유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인 나의 뇌에 대한 가장 좋은 투자가 아닐까 한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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