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X 맛이 어때?”...전설의 분홍돌고래, 변태였나? [수요동물원]
베일에 싸인 습성 또 다시 드러나
소변이 동료유대강화 기능하는지 주목
사람처럼 복잡하고 화려한 구애 퍼포먼스 펼치기도
지구의 허파이자 생태의 보고인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기이하고 섬뜩한 괴수들의 총집결지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뱀인 아나콘다의 본산이예요. 한 방의 일격으로 악어의 머리뼈까지 부수는 맹수 재규어가 삽니다. 생김새와 몸집, 성질머리 면에서 다른 지역의 수달과 비교가 불가능한 괴수 왕수달도 이곳에 삽니다. 멧돼지와 붕어빵처럼 닮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드세고 공격적이어서 사람 목숨도 위협하는 페커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살아숨쉬는 그 무엇이든 벌떼 공격으로 산산조각 내버리는 악마의 물고기 피라냐를 빼놓을 순 없겠죠. 지상 최대의 담수어로 생긴 것부터가 괴물의 풍모가 묻어나는 피라루쿠를 어찌 제외할 수 있을까요. 이 괴수들 목록에 이 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름답기엔 괴기스럽고, 우아하다기엔 소름돋는, 창백한 분홍색 몸뚱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아마존 강돌고래 말입니다. 아마존강에 돌고래가 산다는 것 자체가 픽션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죠. 생긴 것만큼 기이하고 비밀스럽기로 소문난 아마존강돌고래의 괴이쩍은 습성이 생생하게 포착됐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우선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페이스북 동영상부터 보실까요?
포물선을 그리며 한줄기 물줄기가 솟구쳤다 내립니다. 아마존에 아치형 인공호수라도 설치된 걸까요? 민망하게도 이 아치형 물줄기의 정체는 ‘오x발’입니다. 물줄기가 뿜어져나오는 곳은 짐승의 신체입니다. 배를 훌러덩 뒤집고 물을 향해 드러누운 수컷 아마존 강돌고래예요. 성(姓) 구분이 어렵지 않은 놈의 신체에서 포물선을 그린 소변은 다시 시계 2시 방향을 향해 떨어집니다. 그 자리에서 얼쩡대는 놈이 보여요. 덩치도 생김새도 얼추 비슷한 아마존 강돌고래 수컷입니다. 놈의 행태가 가관이예요. 낚시 미끼의 움직임을 따라 물고기들이 입질을 하듯, 물줄기의 끝에 주둥이를 갖다대고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소변에서 풍겨오는 지린내에 탐닉한 것인양 말이죠. 생태의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져있는 아마존 강돌고래의 알려지지 않았던 생활 습성이 새롭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도대체, 왜, 어째서, 무엇을 위해, 무슨 곡절이 있길래 이 수컷들은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이들의 속내를 알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놈들에게 서로를 향한 적의는 없어보인다는 겁니다. 소변이 개체 간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일종의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소 민망함을 안겨주는 아마존 강돌고래의 기이한 행동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2년 5월 볼리비아 티하무치강에서는 아마존 강돌고래들이 아나콘다의 축 늘어진 몸뚱이를 물고 유쾌하게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어요. 이들의 먼 팔촌뻘인 범고래가 사냥한 물범이나 물개를 먹어치우기 전에 공놀이하듯 가지고 노는 것과 같은 맥락인줄 알았죠.
하지만 강돌고래의 주식은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 동물입니다. 이들의 신체 상태와 표정 등을 관찰한 결과 내린 결론은 돌고래들은 뱀의 몸뚱아리를 이용해 신체적 쾌락을 극대화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늪지를 호령하던 거대 파충류가 혼이 빠져나가면서 고래들의 성인용 장난감으로 전락한 것이죠. 이를 계기로 알려지지 않은 아마존 강돌고래들의 기이한 습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번의 ‘오X발 씬(scene)’이 포착된 겁니다. 고래라는 짐승의 존재 자체가 기이하고 모순적입니다. 어린 아이의 사고능력과 맞먹을 정도로 젖먹이짐승 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생김새는 척추동물 5대천왕중 가장 원시적인 물고기를 닮았거든요. 한 덩치하는 수염고래·이빨고래와 달리 돌고래는 상대적으로 귀엽고 친근한 외모에 아담한 덩치 때문에 더욱 살갑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돌고래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면서 기이하고 신비로운 족속이 바로 바다에서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강에 터를 잡은 민물돌고래인 강돌고래입니다. 서식지별로 나눠보면 크게 인도에 사는 인더스·갠지스 강돌고래, 중국에 서식하는 양쯔강돌고래, 그리고 아마존의 강돌고래 등이 있습니다. 멀게는 수 만㎞까지 서식지가 떨어져있는데 터전을 민물로 옮기면서 놀랍게도 엇비슷한 형태로 수렴되다시피 몸이 변형됐어요. 우선 여느 돌고래들보다 주둥이가 훨씬 얇고 길쭉합니다. 새의 부리와 빼닮을 정도로요. 이렇게 독특한 주둥이를 가졌기에 정글의 늪지대에 우거진 맹그로브 줄기를 요리조리 헤엄쳐다니면서 물고기·조개·거북 등의 사냥감을 잡아 먹습니다. 위아래턱에 최대 60쌍까지 나있는 촘촘한 이빨은 사람의 이와 마찬가지로 먹잇감을 씹고 끊기에 적당한 구조랍니다.
강돌고래는 뼈가 융해돼서 물고기처럼 돼버린 대다수의 돌고래와는 달리 목의 구조가 남아있어요. 그 덕에 고개를 휘리릭 돌리면서 앞뒤와 양옆을 볼 수가 있죠. 돌고래 중에 원시적인 무리가 강돌고래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면은 진화한 모습입니다. 강돌고래를 결코 ‘원시적인 돌고래’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또한가지 습성이 있어요. 이들은 짝짓기철이 되면 여느 짐승들과 차원이 다른 구애 행동을 선보입니다. 짐승의 구애행동이라고 해봤자, 곳곳에 냄새를 묻혀서 흘레모드로 돌입하게 하거나, 신체 특정 부위를 과시하는 등의 단편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아마존 강돌고래들 수컷은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물풀과 나뭇가지 따위를 입으로 물어서 암컷에게 접근하면서 몸을 빙그르르 돌려요. 그리고 입으로 물고 있던 것들을 수면을 향해 후려치죠.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서 자신의 터프한 매력을 뽐냅니다. 이런 난장 퍼포먼스를 벌이는 도구 중에는 심지어 살아있는 거북도 있습니다. 엉금엉금 물속을 헤엄치던 거북이 졸지에 흘레 퍼포먼스에 쓰일 장난감 신세가 되는 거죠. 그렇게 수컷 아마존 강돌고래의 구애 퍼포먼스에 징발돼 이리저리 물살에 내던져지며 기진맥진해진 가련한 거북이는 어쩌면 그날로 커플을 맺은 암컷·수컷 아마존강돌고래의 금슬을 위한 제물로 희생될지도 모르겠어요.
아마존강돌고래의 가장 큰 반전은 몸색깔일지도 모릅니다. 동영상에서 보셨던 것처럼 아마존강돌고래의 기본 바탕은 분홍입니다. 네, 핑크빛 말이죠. 거무튀튀한 회색을 하던 어린 녀석들은 어른이 되면서 핑크빛으로 점차 바뀌어갑니다. 인간 세상에선 여성을 상징하는 이 색깔이 돌고래 세상에서는 정반대로 인식됩니다. 수컷의 상징색이에요. 그러니까, 수컷일수록 눈부시고 아름다운 분홍색, 핑크의 정점으로 치닫습니다. 그러니 아마존 강가에서 아리따운 분홍의 돌고래를 만났을 때는 아름다운 모습에 경탄하기에 앞서 멀찍이 거리를 두는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돌발행동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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