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삭감 예산 복구” vs 野 “30조원 추경”…‘돈’ 늘어나면 어디로 갈까
다음 주 4자 국정협의체서 추경 논의 본격화 전망…여·야·정 한자리에
野 “R&D 예산부터 증액” vs 與 “4조1000억 삭감하고 지금은 추경?”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국회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둘러싸고 한 자리에 모인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가 국정협의회 출범에 합의한 지 약 1개월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의장, 양당 대표가 만나게 된다. 여야 모두 '민생'이라는 명분으로 추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권교체-재창출'이라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 다른 셈법을 돌리는 분위기다. 여아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4자 협의체에서 각 쟁점별 이견이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내수 경기 침체 상황에서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은 같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 얼만큼 편성할 지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차이가 속출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첫 번째 난제는 추경 규모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8%인 가운데 추경 규모를 두고 여·야·정이 검토 중인 규모는 제각각이다. 우선 야권에선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민생경제 회복과 성장률 하락을 감안했을 때 많게는 3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권 대선주자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설 명절 전에 5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추진해야 한다"는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인공지능(AI) 및 민생 추경에 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AI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 의원은 "딥시크 쇼크라는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 앞에서, AI 패권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AI 추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경을 편성할 경우 15조~20조원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8%)와 잠재성장률(2%) 간 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15조~20조원 규모 추경 편성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野 "지역화폐·R&D에 투입" vs 與 "대왕고래 프로젝트 복구"
두 번째 쟁점은 추가 예산을 투입할 분야다. 민주당은 20조~30조원의 예산 중 AI를 포함한 연구개발(R&D)에 약 4조~5조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AI, 이공계 인재 육성, 정부출연연구기관 예산 등 과방위의 증액 의결을 포함해 국회 전체 상임위에서 202개의 R&D 사업, 1조4000억원 규모의 R&D 예산 증액이 의결됐다"며 "국회 상임위 단위의 심사가 끝나, 즉각 추경에 반영할 수 있는 사업들"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추경 편성을 위해선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민생회복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지역화폐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이 지역화폐에 대해 잡고 있는 추경 규모는 약 1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앞서 "연말연시와 설 명절 전후로 민주당 지방정부들이 주도한 적극적인 지역화폐 발행 때문에 해당 지역은 얼어붙은 지역 경제의 온기가 좀 살아났다"며 "2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특별히 마련해 2조원 가량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는데, 지역사회에서 아주 효과가 컸다는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은 '민주당식 추경' 제안에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으로 올해 예산안의 재난 대응 예산, 수사기관 특수활동비, R&D 예산까지 무려 4조1000억원을 삭감해 놓고선 이제와서 민생을 앞세워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유례없는 예산 삭감에 대한 야당의 사과 및 예산 복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중에서도 전액 삭감된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복구를 촉구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으로, 정부가 당초 올해 예산안에 497억원의 시추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추경을 통해 해당 예산을 복구시키겠다며 "최대 2000조원 규모의 동해 가스전 프로젝트에 성공하면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는 것은 물론, 그 경제적 파급력이 막대하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민의 기대를 짓밟았다. 국가의 백년대계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경 편성 시점을 두고도 여야간 이견이 좁혀질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2월 중으로 빠르게 추경을 편성, 집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선 "1분기엔 본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2분기 때 추경을 검토해보자"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이에 정치권에선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민주당은 추경 조기 집행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반면, 국민의힘은 민생 챙기기로 가장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불신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와 여야는 다음 주 초로 예정된 국정협의체에서 추경을 둘러싼 이같은 쟁점 사항을 두고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이 자리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표가 참여한다.
김상훈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협의회 실무협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실무협의에서 논의한 의제를 토대로 국정협의체에서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별법과 '에너지 3법'(전력망확충특별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 등 민생 법안의 2월 국회 처리와 국회 연금개혁·개헌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민생 정책과 AI·R&D 관련 추경 편성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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