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되면 국힘 대선후보 낼 자격 없다

정남구 기자 2025. 2. 4. 17: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pan style="color: rgb(0, 184, 177);">[아침햇발]</span>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사진공동취재단

정남구│경제산업부 선임기자

‘지질한 영웅’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영웅은 없다. 영웅은 확신을 갖고 앞장서고, 압도적인 능력으로 일을 성취해낸다. 실패했을 땐 깨끗이 운명을 따른다. 그래야 ‘안타까운 영웅’으로 추억하는 사람이라도 남고, 떠받드는 무당이라도 생긴다. ‘친위 쿠데타’를 감행했다가 실패한 뒤 체포·구속을 면해보려 갖은 애를 쓴 ‘한때의 대통령 윤석열’은 영웅이 되기 애초에 틀렸다. 그의 명을 따랐다가 구속된 별만 15개다. 그런데 ‘나는 시킨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때 어떤 이가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동안 해온 걸 봐라, 저건들 제대로 하겠냐? 걱정 마라.” 우스갯소리지만 정곡을 찔렀다. 윤석열 정부가 이뤄놓은 것이라곤 경제 위기와 민생 파탄뿐이었다. 11월29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대답이 정권붕괴선을 밑도는 19%까지 떨어졌다. 그 나흘 뒤, 대통령 윤석열은 자신을 등진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헌법에 발동 요건이 없는 비상계엄을, 제대로 된 국무회의 심의 없이 선포하고, ‘국회 및 정당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한다는 포고령으로 친위 쿠데타임을 온 세상에 알렸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이들은 그가 여야 정당 대표와 주요 인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체포하라 지시했다고 털어놓았다. ‘방귀 달고 다니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법원이 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의미를 모를 수 있나.

구치소에 갇혀서도 ‘대통령 행세’에 열심인 윤석열만큼이나 국민의힘 지도부와 참모들은 앞뒤를 못 가린다. 처음엔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고, 체포·구속 집행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이어 12·3 내란을, 부정선거로 다수당이 된 야당의 폭주에 경고를 날리기 위해 잠시 대통령의 비상계엄권을 발동한 것이라 억지를 부린다.

진영 간 대결 심리를 부추겨 지지자를 결집시키려는 시도는 일부 먹혀들고 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치솟고,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탄핵 찬성 비율이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는 조사도 여럿 나왔다. 1월19일 정진석 비서실장은 말했다. “(12·3 비상계엄이)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여론조사 숫자에 취한 망언이다.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순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순 없다.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이 진행되면 속속들이 드러난 진실에 근거해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명확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윤의 복귀’에 기대를 키우던 사람들은 ‘멘붕’에 빠질 것이다. 그때 닥칠 절망·배신감에 책임질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없을 것이다.

경제가 바닥 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내란 전보다 더 ‘윤석열의 당’이 돼 있다. 윤 대통령 쪽은 탄핵 심판 변론에도 당당하게 임하지 않는다. 재판관의 정치 성향을 트집 잡는 등 ‘헌재 때리기’에만 몰두한다. 시간을 끌며 개구멍이라도 찾아보자는 시도다. 헌재가 ‘파면’하면 승복하지도 않을 태세다. 그것이 곧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낼 명분을 불사르는 일임은 알고 있을까. 국민의힘은 ‘대통령 복위’를 외치며 선거를 거부해야 앞뒤가 맞는다. ‘부정선거 할 게 뻔한데 후보는 내서 뭐 하냐?’며 서로 다독여야 일관성이 있다.

후보를 낼 자격은 더욱 없다. 국민의힘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공정과 상식’의 아이콘으로 꾸며 후보로 만들어 당선시키고, 이해 못 할 인사와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권력을 나눠 가졌다. 거기에 미련을 갖고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 친위 쿠데타까지 옹호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윤 대통령이 파면당하면, 국민의힘(새누리당)이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킨 대통령 두명이 연이어 임기 중에 쫓겨난다.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하고 당을 해산할 일이다. 법치가 민주주의의 기둥임을 아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당의 후보가 되겠다고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

그날 밤, 목숨이 위태로울 줄 알면서도 총 든 계엄군을 막으려 여의도로 달려간 시민들을 우리는 보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말인들 할 수 있는 세상이겠는가. 영웅을 찾자면, 그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그들 편이다. 지금 그렇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어느 나라 역사에도 ‘지질한 영웅’은 없다.

jej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