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도 5시간 반 걸렸다…PGA 투어 슬로 플레이 ‘시끌’
최종 라운드 경기 시간 6시간씩 걸려
英 ‘페이스 오브 플레이 스테이션 제도’ 눈길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슬로 플레이’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이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린 건 중계 방송사 CBS 스포츠 코스 해설자인 도티 페퍼다. 페퍼는 지난달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마지막 조가 9홀을 도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리자 ‘슬로 플레이’ 문제를 꺼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7승을 거두고 골프 최고 코스 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최근 “슬로 플레이는 ‘존중 부족’에서 비롯됐다. 동료 경쟁자와 팬, 방송사 모두를 위해 경기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영국 BBC는 “매킬로이, 셰인 라우리, 제프 슈트라카로 구성된 마지막 조는 앞 조의 느린 플레이에 수차례 붙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슬로 플레이 문제의 해법으로 영국 아마추어 대회 진행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회에서는 3명이 한 조로 플레이하고 경기 시간은 4시간 30분을 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잉글랜드골프협회는 지난해 ‘페이스 오브 플레이 스테이션’ 제도를 도입해 코스 내 몇 군데 특정 지점에서 선수들의 경기 진행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대회 디렉터인 제임스 크램턴은 “샷 대신 선수가 한 홀을 플레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라며 “라운드 당 3, 4군데 페이스 오브 플레이 스테이션을 설정한다.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일종의 ‘옐로 카드’를 받게 된다. 이후에도 플레이가 지연되면 같은 조 3명이 모두 벌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BBC는 “아직 페널티를 받은 선수는 없다. 선수들이 체크 포인트 시간을 맞추기 위해 페어웨이를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제도의 효과도 확실하다. 크램턴 디렉터는 “샷에 걸리는 시간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경기 전체 속도에도 신경을 기울이게 된다”며 “선수들의 자세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경기위원에게 서두르라는 말을 들어도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아 무시하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잉글랜드골프협회가 이런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전체 경기 운영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크램턴 디렉터는 “선수들이 한 샷을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샷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일, 예컨데 장갑을 착용하고 벗는 시간, 거리를 계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 다음 지점까지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 선수들이 반드시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PGA 투어는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자본을 후원받는 리브(LIV) 골프가 창설되면서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LIV 골프로 유출됐고, 팬들도 이탈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시청자 수는 작년 시청률보다 19% 급락했다. 슬로 플레이 문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골프 팬들이 더 떠날 것이라는 위기를 최근 PGA 투어 선수들도 느낀 듯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베테랑 찰리 호프먼(미국)도 동료 선수들에게 느린 경기 속도에 대한 편지를 썼다. 호프먼은 이 편지에서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슬로 플레이에 대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PGA 투어가 출전 선수 수를 줄인다고 한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서는 PGA 투어 스타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팬들과 소통하고 TV 시청률을 높일 수단으로 방송사에 더 협조적일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동료 선수들에게 보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슬로 플레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반쪽짜리 대책이 아닌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GA 투어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샷 클록’(정해진 시간 내에 샷을 해야 하는 제도)이 경기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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