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상계엄 보도하며 "KBS 생방송 잡혀 있다'' 尹 언급엔 침묵

노지민 기자 2025. 2. 4. 10:5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 준비 사실 아니다' 주장은 발 빠르게 배포했던 KBS, 반대되는 정황 드러나자 묵묵부답 일관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사옥. 사진=노지민 기자.

지난해 12월3일 국무위원들을 소집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22시 KBS 생방송'으로 발표한다고 말했다는 증언과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KBS는 침묵하고 있다. 앞서 비상계엄 관련 방송 준비 의혹을 부인한 당시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 입장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던 KBS가, 이에 반하는 정황이 나왔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KBS의 '비상계엄 방송 사전 준비 의혹'은 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이하 KBS본부)가 “최재현 통합뉴스룸국장이 계엄 발표 2시간 전쯤 대통령실로부터 '계엄 방송'을 준비하라는 언질을 받았다는 소문”으로 처음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당일 'KBS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을 발표한다'고 말했다는 국무위원 진술이 다수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이날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이 “22시에 KBS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을) 발표한다. 이미 다 불러놨다”며 비상계엄 선포를 서둘렀다는 국무위원 진술을 경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같은 날 좀 더 상세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상민 전 장관이 오후 8시3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했을 당시 대통령 집무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이 계엄 반대 의사를 밝히자 윤 대통령이 “오후 10시에 KBS 생방송이 잡혀 있다”며 강행할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후 오후 10시께 윤 대통령은 다시금 “22시에 (브리핑룸에) 내려가야 하는데”라면서 또다시 '22시 생방송'을 언급했다는 이 전 장관 진술도 보도됐다.

▲2025년 1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2024년 12월3일)를 앞두고 '22시에 KBS 생방송이 예정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국무위원 진술이 담긴 언론사 보도 일부 갈무리.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3일 공개된 검찰의 윤 대통령 공소장(내란우두머리 혐의)에도 윤 대통령이 '방송 계획'을 언급한 점이 적시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오후 10시17분~10시22분경 대접견실에서 배석자들에게 '이미 언론에 다 얘기했고, 문의도 빗발치는 상황이다. 지금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배석한 국무위원들은 정식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증언)고 말하며 나왔고, 10시23분경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공소장에는 또한 국무회의 소집 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이미 군대가 대기하고 있다. 언론에도 22시에 특별담화가 있다고 이미 얘기해놨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계획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적시됐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의 경우 계획처장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명단을 촬영해 보내준 뒤 “22시경 TV 언론보도를 보면 중앙선관위 서버실 확보가 적법한 임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정작 KBS에선 이를 다룬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메인 뉴스인 '뉴스9'는 윤 대통령이 'KBS 생방송이 잡혀 있다'고 했다는 보도가 나온 1월30일 관련 뉴스를 내지 않았다. 이튿날 국무회의 참석자들의 경찰 진술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경찰 진술로 재구성한 '그날 국무회의'> 기사에도 'KBS 생방송'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공소장이 공개된 2월3일, 공소장 내용을 다룬 <“군경 동원해 일으킨 폭동”…윤 대통령 공소장 보니> <“윤 대통령, '언론사 봉쇄, 단전·단수 조치' 지시 정황”> 등 리포트에도 역시 KBS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계엄 방송 사전 준비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발 빠르게 전했던 KBS 대응과도 대비된다. KBS는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2월6일 최재현 당시 통합뉴스룸국장(현재 KBS미디어 감사) 입장문을 배포했다. 당시 최 전 국장은 “본인은 대통령의 발표 2시간 전에 대통령실 인사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실제 발표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대통령의 발표 전에 대통령실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일이 결코 없었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밝히는 바”라고 했다. 대통령실 인사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는지, 왜 당일에 급히 방송 준비를 지시했는지 등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이 남아 있다.

더구나 KBS에는 '윤석열 대통령 술친구'라 불린 박민 전 사장에 이어, 윤 대통령과 단독 대담을 하며 그 배우자(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축소해 소위 '파우치 앵커'로 불린 박장범 사장 취임이 이어졌다. 이 같은 정권 유착설 속에 '내란 동조' 의혹까지 받게 된 것이다.

KBS 사측은 언론 취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KBS는 3일 비상계엄 방송 준비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졌는지, 사측이 입장을 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며, 향후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묻는 본지 질의에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다. 최재현 전 국장 또한 관련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KBS본부는 지난 12월9일 최재현 전 국장과 박민 당시 사장 등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