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관세 유예…"충격과 공포" 트럼프 전술 '중대 분수령'
"EU 관세 부과" 확전 가능성…글로벌 긴장감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하기로 했던 25% 관세를 시행 반나절을 남기고 한달 동안 전격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도 24시간 안에 대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남은 관심은 중국으로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으로 관세전쟁을 확전하겠다는 의지를 여전히 공언하고 있지만 첫 타깃으로 설정한 '캐나다·멕시코 전선'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트럼프발 글로벌 관세전쟁에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하고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를 한 달간 유예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 조치의 이유로 멕시코가 펜타닐 유입과 불법 이민을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 1만명의 군인을 즉각 파견하기로 했다는 점을 들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같은 내용을 확인하면서 "미국도 멕시코로 몰래 유입되는 고성능 무기 단속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두차례 전화 협상 끝에 관세 부과를 한달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X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캐나다 관세가 최소 30일 동안 유예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 임명,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캐나다달러 투입, 국경에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명 투입 등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와 관련,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관세 유예 합의는 당초 시행 예정이던 4일 오전 0시1분을 멕시코는 불과 12시간여, 캐나다는 7시간여 남기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멕시코 정부와 앞으로 한달 동안 통상 및 보안 문제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 뒤 최종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협상에는 미국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과 함께 캐나다, 멕시코 각국의 카운트파트가 참여하기로 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도 선보였던 특유의 '충격과 공포' 전술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일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밝힌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의 미국 불법유입 차단이라는 목표를 두고 캐나다, 멕시코 정부로부터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과 극적인 유예 협상을 타결한 것과 달리 대(對)중국 추가 관세와 관련해서는 아직 뚜렷한 동향이 감지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 중국 관세는 개시 사격이었고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면 중국 관세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중국과 아마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펜타닐, 파나마 운하 문제 등에 대해 만족할 만한 협상을 하지 못하면 예정된 10% 추가 관세보다 관세율을 높이겠다고 압박하면서 막판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80년 넘게 관리·통제하다가 1999년 12월31일 정오를 기해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겼지만 이후 홍콩계 운하 항만관리업체가 항만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 이유로 든 펜타닐의 미국 내 불법 유입 문제에 대해서는 펜타닐 원료 제조국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무역법 301조 등을 토대로 중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 유지된 이 관세는 이번 조치와 달리 전면적인 보편 관세는 아니었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이번 조치대로만 시행되더라도 이미 100%인 중국산 전기차 관세가 110%로, 태양광 웨이퍼판은 50%에서 60%로 높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인 지원을 조건으로 희토류 제공을 요구했다고 취재진에 밝힌 것을 두고도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對) 중국 관세전쟁을 연일 압박하면서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이 불거지자 우크라이나를 통한 우회 확보를 시사한 언급이라는 것이다.
희토류는 리튬, 니켈, 코발트와 함께 레이더, 미사일, 위성,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제품의 핵심 재료로 쓰이는 전략자원이다. 트럼프 정부가 캐나다, 멕시코 외에 중국과도 관세전쟁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 규제를 대응책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중국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74%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EU에 대한 관세 부과도 공언했다.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매우 곧'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광범위한 합의는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 일부는 EU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를 원한다"며 "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 발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글로벌 관세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긴장감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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