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이 배우고, 뿌리부터 단단한 팀"... '진심 감독' 김태술의 소노 스토리[인터뷰]
[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프로농구를 대표하던 천재 가드가 홀연히 코트를 떠났다가 은퇴 3년 반 만에 프로팀 감독으로 데뷔하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현재 남자 프로농구 감독 중 최연소.
어려운 팀 상황 속에서 지휘봉을 잡은 김태술(40) 고양 소노 감독은 핑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선수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며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포츠한국은 소노의 홈구장인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김태술 감독을 만나 그의 지도 철학과 선수들을 향한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봤다.

기자: 감독님은 현역 시절에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였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이끈 농구 스타였어요. 가드 포지션에서 지도자를 많이 배출하는 편이기에, 감독님이 은퇴 직후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하신 건 의외였어요.
김태술 감독 : 은퇴 후에 농구장이 아닌 낯선 곳에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농구선수가 아닌 김태술로서 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마음이었습니다.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값진 경험들을 했어요. 해설위원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면서 올 시즌 중 강원도 양구에서 열리는 KBL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코치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사령탑이 공석이었던 소노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감독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서 처음에는 몰래카메라인가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죠. 관심이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구단에서 양구로 직접 오셨어요. 정말 하루 만에 결정된 거죠. 그날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지만, 도전을 좋아하기에 부딪쳐서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감독직을 수락하게 됐어요.
기자 : 프로 감독으로서 데뷔 시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김태술 감독 : 목적 없이 부분 전술을 계획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어 3점슛 패턴을 만들 때 누가 마지막 패스를 하고, 누가 슛을 쏴야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을지를 고려하지 않는 거죠. 저는 그걸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 선수들에게 전술의 목적과 역할 수행자를 정확하게 인지시켜요. 제가 선수 생활할 때보다 부분 전술의 다양화가 정말 많이 이뤄졌어요. 시즌 중에 부임해서 팀을 이끌고 있는 지금은 준비 시간이 길지 않기에 패턴을 복잡하게 가져가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목적성 있는 움직임을 통해 더 나아졌다고 느끼길 바라고 있어요.

기자 : 감독 데뷔와 함께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를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태술 감독 : '수평적 관계'에 대해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친구처럼 지내자는 건 아니에요(웃음). 요즘 선수들은 이해가 되지 않으면 행동을 하지 않아요. 그 이해를 시키는 과정이 비디오 미팅인 거죠.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언제든 반론을 제기해달라고 해요. 그렇게 소통을 하는 게 지도자와 선수의 '수평적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어요.
기자 : 팀의 에이스인 이정현이 발목 인대 부상으로 장기 결장 중입니다. 하지만 감독님은 마냥 부정적인 상황으로만 보시지는 않는 듯해.
김태술 감독 : 팀에 처음 부임하고 보니 선수들이 특정 역할 외에는 수행할 엄두를 못 내더라고요. 가드임에도 드리블을 주문하니까 동공이 흔들렸어요. 하지만 지금으로선 팀에서 공을 가장 많이 잡고 드리블을 하는 (이)정현이가 부상으로 빠지면 팀 전력의 6~70%가 감소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팀이 흔들려요. 에이스는 홀로 팀을 지탱하는 존재가 아니라 중요한 마지막 순간에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책임질 수는 없어요. 모든 선수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죠. 단기간에는 힘들겠지만 정현이가 빠져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려고 합니다. 선수들에게 실수해도 괜찮으니 계속 과감하게 시도해보라고 하는데, 기량이 올라오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보여요. 에이스가 부상 중이라 팀에겐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히려 많은 선수들과 팀이 단단해질 기회라고 생각해요.
기자 : 시즌 중도 부임으로 감독 데뷔를 하고, 에이스의 이탈로 최하위에서 경쟁을 이어나가는 상황에 스트레스도 많으실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침착함을 잘 유지하시는 듯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김태술 감독 : 만약 선수 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하게만 했으면 많이 흔들렸을 거예요. 2014년에 FA로 KGC(현 정관장)에서 KCC로 팀을 옮긴 후 부진에 빠지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어요. 그런데 다음 팀인 삼성에서 잘하니 욕을 하던 사람들이 칭찬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핑계 댈 필요 없고 농구장에서 잘하면 된다'는 걸 느꼈어요. 에이스가 부재중이라고 해서 성적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하고자 하는 농구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면 한 번은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요. 지금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좌절하지는 않습니다.

기자 : 소노가 현재 최하위이긴 해도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원주 DB와 4.5게임차로 '봄 농구 가시권'입니다. 지난 2일에는 DB를 꺾고 연패 탈출에도 성공했고요. 남은 시즌 감독님과 소노의 방향성은 어떤 모습일까요?
김태술 감독 :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성적의 당락이 당연히 있겠지만 하려는 농구의 방향을 바꾸지는 말자'고 얘기합니다. 물론 6강 안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강해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 피나는 노력을 하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그 이상의 성적을 이루고 싶어요. 하지만 그걸 위해 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하지는 않을 겁니다. 방향성을 잃지 않으면서 팀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더 집중하자는 마음이에요. 팬들에게는 늘 감사하고 죄송해요.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신다면 충분히 변화하고 강해진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을 만들려고 합니다.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는데 다음 시즌에 최하위를 기록한다면 그건 강팀이 아니에요.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 6강에 꾸준히 오르면서, 기회가 오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겁니다.
기자 : 선수들도 감독님을 많이 신뢰할 것 같습니다.
김태술 감독 : 저의 노하우를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선수들에게 알려줄 생각이에요. 선수 시절에 신인 선수들을 봤을 때 가장 마음이 안 좋았을 때는 역할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때였어요. 프로에 오기까지 열심히 준비했을 텐데 욕만 먹고 선배들 뒤치다꺼리만 하느라 농구가 늘지 않아요. 우리 팀에 그런 사례는 있을 수 없습니다. 배운 걸 갖고 발전하는 건 선수의 몫이지만, 알려주는 건 정말 세심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건 누구를 가르치든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걸로 칭찬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감독의 의무니까요. 팀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건 선수의 성장이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걸 주고 싶어요. 그게 바로 감독이고 지도자라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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