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사회주의 국가의 천재 사용법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5. 2. 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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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기업 딥시크 로고.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한 고성능 AI(인공지능) 모델은 ‘미스터리’로 여겨진다.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봉쇄를 극복했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여겨지는 중국의 강도 높은 국가 통제 가운데 탄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유주의 진영은 불안해한다. ‘설마, 중국의 사회주의식 거국 동원 체제(산·학·연 및 국민 총동원)가 첨단 기술 분야에도 잘 통하는 것일까.’

중국이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비결로 정부 보조금, 국가 주도 산·학·연 협력, 조직적인 기술 탈취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창조력’을 강조해온 중국의 ‘젊은 천재 사용법’은 간과되는 듯하다. 딥시크의 성공 경로는 정부가 산·학·연을 지휘해 탄탄한 첨단 기술의 기반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젊고 몸집이 가벼운 ‘천재 스타트업’을 풀어놓는 방식을 따랐다.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가 최근 리창 국무원 총리 주재의 '정부업부 보고회'에 참석했다. /CCTV

량원펑은 17세에 중국 명문대에 입학해 공부한 ‘토종’으로, 30대 초반에 중국 AI 기반 투자 회사를 설립했다. 첨단 산업의 최전선 지휘관으로 젊은 천재를 투입하고 밀어주는 중국의 ‘소년병 전략’은 전례가 적지 않다. 세계 1위에 오른 드론 기업 DJI(2006년 창업)와 소셜미디어 틱톡(2012년)은 각각 대학의 투자를 받은 26세 왕타오와 ‘대중창업(大衆創業, 중국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 혜택을 받은 29세 장이밍이 창업했다. 작년 12월 중국 증시에 우량주로 편입된 반도체 설계 기업 ‘한우지’, 지난달 중국 CCTV 춘제(중국 설) 특집 쇼에서 소개된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도 30대 천재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1세대 기업과 정부가 깔아 놓은 ‘판’을 발판 삼아 한두 해 만에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다. 중국의 한 테크 업계 관계자는 “’기술 돌파’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 선 중국은 국가 주도 경제의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해 신(新)산업의 최전선엔 젊은 천재가 이끄는 스타트업을 내세운다”고 했다.

중국은 천재 등용에 왜 집착할까. 옛 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발버둥으로 본다. 소련은 1957년 인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며 미국을 기술력으로 앞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차세대 첨단 기술인 반도체와 컴퓨터 등의 분야에서 미국에 완전히 밀려 독자 개발에 실패했고 결국 냉전의 패자로 남았다.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소련의 패착이 ‘베끼기 전략’이었다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은 모방으로 격차를 좁힐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때론 괴짜라고도 불리는 ‘젊은 천재’를 투입하고 지원함으로써 뒤따라가기만으론 이길 수 없다는 첨단 기술 ‘전쟁터’에서 승기를 잡으려 한다. 량원펑은 딥시크 설립 초기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독창성(미국)과 모방(중국)에서 비롯한다”라고 했다. 지금 중국의 목표는 미국 따라 하기가 아니라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창조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한다는 것을, 사회주의 국가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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