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세계 질서가 무너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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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경험을 쌓은 덕분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집권을 시작하며 예전보다 훨씬 신속하게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1기에는 느긋하게(?) 집권 1년 만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불과 2주 만에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조치를 발표한 셈이다.
이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해 미국마저 세계 질서 파괴에 나섰으니 심각한 혼란과 공포의 예감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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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무역에 의존하는 시대, 혼돈 초래 안 돼

트럼프 1기에는 느긋하게(?) 집권 1년 만에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불과 2주 만에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조치를 발표한 셈이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미국 물건을 사지 않는다며 조만간 강력한 관세 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내는 한국이나 일본도 잠재적 타깃이다.
트럼프의 행태가 얼마나 충격적인지는 역사적 배경을 살펴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제 사회의 자유로운 무역이 인류 공동 번영의 지름길이라고 설득해 왔다. 실제 전후 일본과 유럽의 발전, 한국·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번영, 최근에 부상하는 인도의 성장은 자유 무역 덕분이다.
국제 무역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회의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거듭 발전해 왔다. 1960년대의 딜런 및 케네디 라운드, 1970년대의 도쿄 라운드, 1980∼1990년대의 우루과이 라운드는 매번 수십 개 국가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여 관세를 조금씩 인하하는 노력이었다. 지구촌 국가들이 수십 년간 어렵사리 쌓아 놓은 공든 탑을 트럼프는 하루아침에 되돌리며 무너뜨리는 모습이다.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는 적어도 무역 분야에서 합의된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제도가 등장했음을 의미했다. 무역 분쟁은 당사자가 아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자의 평가와 판단을 통해 해결하는 기반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일방적 관세 조치를 남발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또 다른 공든 탑 WTO를 박살하는 중이다.
이번 주에는 무역 분야의 훼손이 뉴스의 중심이지만 트럼프는 집권 첫날부터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함으로써 세계 질서 파괴의 시대를 알린 바 있다. 게다가 미국의 해외 원조를 90일간 중단하고 재검토하겠다는 폭력적 결정으로 지구촌 약자들의 일상과 생존조차 위협하고 있다. 말하자면 미국이 중심이 되어 70년 이상 만들어온 세계의 안정적 틀을 총체적으로 부수는 작업에 돌입한 셈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처럼 세계가 하나로 긴밀하게 연결된 적은 없었다. 지구촌 어디라도 쉽고 저렴하게 영상통화가 가능하고, 먹거리부터 첨단기기까지 무역으로 서로 의존하는 시대다. 그만큼 갈등을 해결하는 제도와 서로 협력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데 이를 주도해 온 미국이 나서서 질서를 파괴하고 혼돈을 초래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가 지구촌이 하나임을 증명한 가운데 세계의 주요 국가인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는 평화로운 이웃 국가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략했고, 시진핑은 나름 정착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10년 임기제마저 파괴하고 종신 개인 독재로 돌입했다. 역사의 퇴보다. 이제 트럼프가 다시 등장해 미국마저 세계 질서 파괴에 나섰으니 심각한 혼란과 공포의 예감을 떨칠 수 없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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