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당 합병’ 이재용 2심 전부 무죄…1심과 같아

이현승 기자 2025. 2. 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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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삼성전자 주주인 삼성물산은 1주도 없던 상황에서, 그에게 유리한 합병이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은 낮추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작년 2월 1심 법원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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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의도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과 같은 결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는 3일 오후 2시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원심의 무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 2심 법원 “삼성이 수립한 계획, 통상적이고 적법”

재판부는 “합병 이사회 이후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합병 성사를 위해 수립한 계획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의 통상적이고 적법한 대응방안”이라고 했다.

삼성그룹은 2015년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양 사를 합병했다. 검찰은 이런 합병비율 산정이 이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무리하게 이뤄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2020년 9월 이 회장과 경영진을 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삼성전자 주주인 삼성물산은 1주도 없던 상황에서, 그에게 유리한 합병이 이뤄지도록 그룹 차원에서 제일모직 기업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은 낮추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거짓 정보 유포 ▲ 중요 정보 은폐 ▲ 허위 호재 공표 ▲ 주요 주주 매수 ▲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19개에 이른다. 2023년 11월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작년 2월 1심 법원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법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해 2019년 5월 검찰이 압수한 18테라바이트 규모의 백업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항소심 법원 역시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로직스 서버 등은 증거 능력이 없고,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물 역시 증거 능력이 없다”고 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료를 선별하는 등의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고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 “삼바, 회계 부정 의도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항소심에서 쟁점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해서 재판부는 “회계 부정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바이오젠과 공동 지배하는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한 것이) 경제적 실질에 의해 부합하게 된 회계 처리가 아닌가”라고도 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2015년 4조5000억원 규모의 평가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다. 당시 회사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차린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변경하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호재가 있어서가 아니라 회계 처리상 변화로 인해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삼바는 2012~2014년 에피스를 회계상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삼바가 에피스 지분 90% 이상을 보유해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기업은 종속기업 지분 가치를 자산에서 부채를 빼 계산한다.

그런데 삼바는 2015년 에피스를 삼바와 바이오젠이 공동 지배하는 회사로 재분류했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에피스 지분 가치를 미래 이익을 반영한 시장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삼바 재무제표에 반영된 에피스의 지분 가치가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이 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의로 회계를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일모직은 삼바의 모회사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의 특정한 의도 내지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됐으나 그 처리 결과는 삼바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라는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2~2014회계연도에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었고 바이오젠은 에피스 사업이 안정화될 무렵 콜옵션을 행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콜옵션 행사 가능성 및 실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늦어도 안진회계법인이 합병 관련 PPA(가치평가 업무)를 했던 2015년 8월경에는 에피스 주식과 콜옵션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가능했다고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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