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윤경호, 향기 나는 항문醫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2. 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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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하나를 꽉 채울 정도의 넘치는 스펙에 상사에게 아부까지 잘하는 사회생활 만렙의 한국대병원 항문외과 과장 '중증외상센터'의 한유림(윤경호). 자신을 따라 의대에 합격한 어여쁜 딸에 자신처럼 스펙 짱짱한 에이스 제자까지 뒀다.

"백 교수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가진 스펙, 나 그거 있어. 이의 있나?"라는 유림의 말은 이상하게 얄밉거나 재수 없지 않고, 강혁이 자신에게 중증외상센터를 맡긴 채 자리를 비우자 "나는 백강혁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화재 현장까지 뛰어드는 진실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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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중증외상센터' 윤경호 / 사진=넷플릭스

벽면 하나를 꽉 채울 정도의 넘치는 스펙에 상사에게 아부까지 잘하는 사회생활 만렙의 한국대병원 항문외과 과장 '중증외상센터'의 한유림(윤경호). 자신을 따라 의대에 합격한 어여쁜 딸에 자신처럼 스펙 짱짱한 에이스 제자까지 뒀다. 스승이 하사한 고려청자 찻잔에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고상한 취미도 지녔다. 병원 내 입지를 탄탄히 다지며 승승장구하던 유림은 이렇듯 완벽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백강혁(주지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유림은 싹수없는 천재 외과의사 강혁에게 애제자 양재원(추영우)을 뺏겼다. 더군다나 자신의 고려청자를 두고 "가짜"라고 거짓말한 강혁의 한마디에 귀하디귀한 고려청자마저 잃었다.

강혁의 등장에 유림의 완벽하던 삶은 균열이 갔다. 때문에 자주 홉뜬 눈을 하고 있어 괴팍해 보이는 이 남자는 사실 '중증외상센터'에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담당하고 있다. "백 교수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 가진 스펙, 나 그거 있어. 이의 있나?"라는 유림의 말은 이상하게 얄밉거나 재수 없지 않고, 강혁이 자신에게 중증외상센터를 맡긴 채 자리를 비우자 "나는 백강혁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화재 현장까지 뛰어드는 진실한 남자. 유림은 끔찍한 사고와 환자로 인해 양분된 냉소적이고 정열적인 동료들 사이에서 이를 동시에 품은 극적인 변화로 가장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다.

'중증외상센터' 윤경호 / 사진=넷플릭스

그리고 유림이라는 인물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특별하다고 평가받는 건, 이를 연기한 윤경호의 오롯한 역량이다. 우락부락한 외모의 40대 남성이 사랑스러운 이 아이러니를 가능케 할 정도의 연기력 만렙. 유림이 강혁 때문에 자주 짓는 새초롬한 표정과, 지극하게 따르던 상사의 음모에 반기를 들 때의 그 결연한 표정은 험상궂지만 묘하게 사랑스럽다. 딱히 설명할 길이 없는 특유의 귀여움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어서 더 희귀한 재미를 준다. 그렇게 '항문'이라는 음지의 단어조차 윤경호의 앞에 놓이니 '항블리'(항문+러블리)라는 단어로 사랑스럽게 점철된다.

물론 윤경호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전작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처럼 제대로 각 잡고 진지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도 그가 잘하는 분야지만, '정직한 후보' 시리즈나 '완벽한 타인'에서 보여준 유머의 영역에서 잔상이 유독 셌다. 과장하거나 희화화하지 않고 오직 현실적인 섬세함을 실어 동성애자를 연기했던 '완벽한 타인'의 영배로는 제39회 황금촬영상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밉살스러운 '정직한 후보'의 만식도 윤경호가 연기하니 밉지만 정겹고 유쾌하게 관객의 눈길을 붙들었다. 그렇게 윤경호는 어떤 밉살스러운 캐릭터라도 호감형의 유머 인장을 찍어 내놓는 배우가 됐다.

화재 현장에서 다리를 달달 떨면서도 환자의 상태를 살뜰하게 살피는 '중증외상센터' 8회 속 윤경호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몹시 귀엽다. 심지어 현장에 뒤늦게 온 주지훈을 향해 "백 교수 왜 이제 와. 나 그동안, 나 혼자..."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표정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게다가 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의 기저에는 유쾌한 웃음이 있다. 2002년 '야인시대'로 데뷔한 후 단역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우직하게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이 남자는 데뷔 후 20년에 걸쳐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왔다. 그것은 얼굴이 빼어나게 잘 생겨서도 학벌이 좋아서도 아닌, 오직 성실함을 미덕으로 성벽처럼 쌓아 올린 연기력으로 이룬 것이다. '항블리' 윤경호의 전성기가 더 참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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