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의 꿈은 아이브 언니들처럼 춤추기…꼭 이뤄질 거야, 럭키비키
“가방 메고 막 뛰어 다니면서, 학교 가면 공부 진짜 잘할 거라고, 엄마 내가 1등 할 거라고 그랬거든요. 아직 그 모습이 눈에 선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4년 전, 지수(가명·11)는 여느 또래가 그렇듯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기대에 부풀었다. 지수는 유치원 원장님한테 “(집안에서) 막내 같지가 않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의젓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친구에게 양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였다. 빠듯한 생계로 항상 바빴던 엄마 빈자리를 채우려 빨리 철이 든 거라고, 지수 엄마 강미경(50)씨는 생각했다. 미안하고 든든했다.
지수가 희귀 소아암인 유잉육종암 진단을 받은 건 그렇게 설렘 가득했던 순간, 2021년 2월이었다. 다리와 허벅지가 아프다는 지수를 보며, 엄마는 그저 그맘때 대개 겪는 성장통 정도로 생각했다. 이상했다. 지수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응급실 여섯 군데를 방문했는데, 찜질과 해열제 처방이 전부일 뿐 정확한 병명을 진단해주는 곳이 없었다. 서울 대형 병원을 찾기로 했다.
대형 병원에 가기 하루 전날 외출을 위해 탔던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지수가 주저앉았다. 놀란 강씨가 아이를 안았다. 하의에서 소변이 흐르고 있었다. 지수는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 신경이 마비된 것이었다. “뭔가 문제가 있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닥쳤다.
번지는 종양…강한 의지로 만든 기적
지수가 앓는 유잉육종은 뼈에 생기는 소아암의 하나로, 발생 사례가 적은 희소병이다. 치료도 쉽지 않다. 한쪽 종양을 제거해도 다른 쪽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처음 지수의 유잉육종은 척추 쪽에서 발병했다. 신경 조직을 눌러 지수를 마비 상태로 몰아넣었던 종양은, 이후 허벅지, 폐, 대퇴부로 전이됐다. 지수의 병을 진단했던 의사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지수의 종양은 한곳에서 사라질 때쯤 다른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 가족의 마음을 무너트렸다.
고비의 연속이었다. 종양이 폐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땐 폐 일부를 절제해야 했다. 거듭된 항암과 25번의 방사선 치료로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손상을 받자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야 했다. 두 차례의 이식 수술은 지수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무섭다”고 할 정도였다. 성인도 견디기 힘든 고통의 순간마다 지수는 오히려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 때문에 엄마가 병원에서 이렇게 힘들게 지내서, 내 병원비 때문에 언니 오빠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엄마는 의젓한 지수가 읊는 ‘미안함’의 이유를 들으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렇다고 지수가 무력하게 병에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애초 척추 종양으로 지수 몸이 마비됐을 때 의사는 걷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수는 이겨내려 발버둥 쳤다. 침대 위에서 혼자 걸으려다 병원 침상 위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혼자 배변을 보려 40분 동안 엄마 손을 붙잡고 간이 대변기 위를 앉아 있기도 했다. 온 힘을 다한 끝에 지수는 혼자 걸을 수도, 대소변을 가릴 수도 있게 됐다. 의사는 지수에게 “너는 선생님한테 기적을 보여줬어”라고 말했다.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도 외려 지수를 향해 “정말 고맙다”고 말해줬다. 그때를 떠올리며 엄마가 말했다. “아이가 의지가 좀 강해요.”
다만 지수의 ‘투병’은 너무 길어지고 있다. 투병 초기만 해도 항암제 지지대를 잡고 병원 복도를 뛰어다닐 정도로 밝았던 지수는 거듭된 항암 치료로 떨어진 체력 때문인지 잠들어 있는 시간이 늘었다. 현재 지수는 오래 반복된 항암치료로 골수가 망가져 항암치료를 멈춘 상태다. 다시 치료가 가능해질 정도로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병원비만 200만원인데…엄마도 암 수술
지수네 가정의 생계는 줄곧 강씨 혼자 공인중개사 일을 하며 책임졌다. 지수가 아프기 시작하고 강씨 또한 두 번의 유방암 수술과 갑상샘 저하증으로 일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됐다. 지수와 열 살 터울인 둘째 딸이 아르바이트로 벌어오는 돈,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강씨 동생의 도움, 이혼한 남편의 위자료 등으로 받는 매월 100∼150만원 정도가 소득 전부다. 병원비는 매달 벌이를 넘친다. 병원 약제, 항암치료를 위한 의료 장비 등 지수 병원비에만 월 200만원 넘는 돈이 든다. 치료 초기 의료비 혜택을 받지 못해 진 빚이 2억5천만원 정도 있다. 앞날 또한 막막하다.
생계라는 현실에 더해 강씨를 짓누르는 건 지수 곁에서 함께 투병했던 아이들의 죽음이다. 지수와 같은 병을 앓으며 투병을 함께한 아이 중 절반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아이들 중에는 지수와 가장 친한 두살 터울 언니도 있었다.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지수에게 ‘절친’이 되어준 언니다.
지수와 늘상 붙이던 언니는 최근 몸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져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세상을 떠났다. 강씨가 이 사실을 지수에게 알릴지 고민하던 순간 지수는 계속해서 강씨에게 “꿈에 언니가 나왔어. 언니 어디 갔어?” 물으며 보챘다. 언니의 죽음을 끝내 전해 들은 순간, 지수는 움직임을 순간 멎은 채 눈물이 그렁해졌다. 옆방으로 가서 엉엉 울었다. 납골당에 안치한 언니 유골함 곁에는 지수와 함께 찍은 사진이 놓였다.
학교·댄스학원·여행…지수네 소원
지수의 강한 의지와 의젓함, 영민함 앞에 엄마의 기쁨과 슬픔은 교차한다. 그나마 몸 상태가 좋았던 지난 2023년 지수는 4개월 정도 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지수는 “공부 못해서 따돌림 당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지만, 강씨는 “빵점 맞아도 괜찮다. 그것 때문에 너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며 부담을 덜어줬다. 그런데도 지수는 시험에서 보란 듯이 과학 100점을 맞아왔다. 강씨는 지수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이 많아 할 때 제대로 하는 성격”이라고 했다. 지수 몸이 여전히 약하고 엄마가 신경 써야 할 일도 늘어날 게 분명하지만도, 엄마는 올해부터 가급적 지수를 학교에 보내보려 한다.
강씨는 지수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며 아이돌 그룹 아이브 포토 카드가 수십장 담긴 앨범집도 꺼내 보였다. 앨범집 또한 지수의 꿈과 행복에 맞닿아 있다. 지수의 낙은 유튜브로 ‘최애’ 멤버인 ‘장원영 언니’가 춤추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몸이 나빠지기 전 지수는 흥이 오르면 곧잘 춤을 췄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다는 지수가 그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댄스학원 다니기’다. 강씨는 “낫기만 하면 뭔들 못 해주겠냐는 생각이었는데 학원비를 찾아보고 ‘꼭 다니게 해주겠다’는 확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지수가 나으면…” 엄마 강씨가 현재 가장 큰 바람인 지수의 완치, 그 뒤 이어지길 바라는 행복의 모습을 전했다. 그간 생계가 급해 한 번도 하지 못한 가족 여행도 가고 싶고, 지수의 학교생활과 공부도 든든히 지원하고 싶다. 댄스학원도 꼭 보내주고 싶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나날일 그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벽을, 엄마는 동시에 떠올렸다. “저희한테는 쉽지 않고, 그래서 소중한 소원이에요.” 붉게 충혈된 엄마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지수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IBK기업은행 148-013356-01-136, 예금주 : 대한적십자사).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대한적십자사(1577-8179)로 문의해주십시오. 후원에 참여한 뒤 대한적십자사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20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지수의 치료비와 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20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지수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위기가정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수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월드비전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가정폭력의 후유증 속에서도 농구 선수의 꿈을 키우며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연우의 사연(한겨레 12월11일자 12면)이 소개된 이후, 1월30일 기준 총 1283만7000원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211명의 일시 후원자들은 “연우의 꿈을 응원해!”, “연우 가족 힘내세요!”, “연우 어머니, 화이팅!” 등의 따뜻한 응원 메시지와 함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월드비전은 “연우와 어머니가 농구 선수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연말연시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신 모든 후원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소중한 후원금은 연우 가족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후원금은 연우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농구 훈련비, 농구용품 구입비, 교육비, 그리고 생계비 지원에 사용됩니다. 또한 목표 금액인 1000만원을 초과해 모금된 금액은 연우 가정의 뜻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가정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검찰, ‘정치인 체포조’ 연루 군·경 수사…윤석열 추가 기소 가능성도
- 응원봉 들고 나선 탄핵 광장…그 흔한 혐오도 위험도 없었다
- 트럼프 “고통 따른다 해도 가치 있는 대가”…관세 인상 ‘예정대로’
- 캐나다, ‘트럼프 관세’ WTO 제소…공화당 지역구 상품에 보복할 듯
- [단독] 삼성전자노조 연구개발직 90% “주52시간제 예외 반대”
- 최상목, 위헌 논란 자초하나…헌재 결정 나와도 “법무부와 논의”
- 봄기운 대신 입춘 한파…낮에도 영하권, 호남엔 많은 눈
- 덕유산 ‘눈꽃 명소’ 상제루…2시간 만에 잿더미로
- 트럼프 ‘관세 전쟁’ 여파…코스피 2% 급락 2460선대로
- 법치 근간 흔드는 윤석열·국힘…헌재 협공해 ‘불복 판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