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분석해 질병 예방, 2060년엔 필수
美 유전체 분석기업 ‘23앤드미’… 최근 상장 폐지되며 업계 혼란
“기업의 경제 손실로 몰락했을뿐… 질환 예측 핵심 기술임은 분명”
‘유전체 시퀀싱 기술’ 비용 감소… AI 기술 정보 분석에 활용하기도
유전체 분석은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를 검사해 미래에 발병할 수 있는 암 질환이나 유전질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23앤드미의 추락이 모든 유전체 분석기업의 붕괴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미래 의료 시장에서 유전체 분석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유전체 분석 선도 기업 ‘23앤드미’ 몰락 이유
23앤드미는 지난 몇 년간 재정적 손실과 대규모 데이터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9월에는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7명이 사임했고 11월에는 인력의 40%를 감원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3앤드미가 가정에서의 DNA 검사 수요 감소, 검사 신뢰도 부족,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23앤드미의 DNA 검사키트가 일회성이라는 게 한계로 지적됐다. 생명윤리학자인 행크 그릴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검사키트를 사용해 본 사람은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3앤드미는 조상을 찾는 유전자 혈통 검사키트를 제공한다. 한번 이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다시 검사해 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사업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인종·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조상을 찾는 검사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장기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검사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도 몰락 이유로 꼽혔다. 23앤드미는 초창기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40가지 건강 상태에 대한 위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에 대해 사용 승인을 받았으나 2013년 안전성과 효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FDA로부터 검사 중단 명령을 받았다.
2017년에는 파킨슨병, 만성소화장애 등 10가지 질환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검사로 FDA 승인을 받았다. 23앤드미는 이 검사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의료계는 검사의 신뢰성과 유용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네케 루카센 영국 옥스퍼드대 유전학과 교수는 “질병은 23앤드미로 측정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요인들이 관여해 발생하는 산물이기 때문에 23앤드미의 검사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 유전 정보 유출 사태도 위기를 초래했다. 2023년 12월 해킹 사고로 69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DNA 기록이 유출되진 않았으나 23앤드미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 유전체 분석, 질병예방-정밀의료 이끌어
23앤드미의 몰락과 유전체 분석 기술의 중요도 및 가치는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대표적인 유전체 분석기업인 마크로젠의 서정선 회장(전 서울대 의대 교수)은 “23앤드미는 ‘DNA 마이크로 어레이’라는 바이오칩을 DNA에 심어 100개 정도의 유전자 변이만 살핀다”며 “재미로 보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유전체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유전체 시퀀싱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개인이 가진 모든 유전자 염기서열을 읽어내 유전자 구조, 기능, 변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유전체 분석기업들의 비즈니스 목표는 개인 맞춤형 미래 정밀의료와도 맞닿아 있다.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의 질병 예방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1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약 41조 원이며 2060년에는 최대 33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개인의 유전 정보를 파악하면 질병 예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유전체 분석은 앞으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을 하기 좋은 환경도 갖춰졌다.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 당시 유전체 시퀀싱 기술은 3조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지만 2017년에는 1000달러(약 143만 원)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는 100달러(약 14만 원)면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다. 유전체 정보에 전자의무기록(EMR), 라이프로그(개인 활동 기록)의 정보를 통합할 수 있고 분석에 인공지능(AI)을 동원할 수도 있다.
23앤드미처럼 여러 이유로 어려워지는 기업도 생길 수 있지만 개인 유전체 분석을 통한 질병 예측이라는 기술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 회장은 “의료 정보라는 권력이 의사에서 환자로 이동하고 있다”며 “유전체 분석은 의료 민주화를 이끌 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정밀의학을 실현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는 흐름을 이해한다면 유전체 분석이 재미만 보다 가라앉는 산업이 아니라는 걸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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