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익선’을 다짐하는 마음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

한겨레 2025. 2.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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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재영

정끝별 | 시인·이화여대 교수

운전 중 대통령 출퇴근길인 용산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까지 보도에 늘어선 수천개의 화환을 봤다. 화환 시위를 볼 때마다 쓰레기 처리 방식이 먼저 떠올랐다. 지난해 10월에도 이 근처 도로에 갇힌 채 차 안에서 여의도 불꽃축제를 보며 환경(대기·수질·토질) 오염, 소음 공해를 먼저 떠올렸다. 부산, 울산, 여수, 춘천, 양양 등 전국 각지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축제와 함께. 시위든 축제든, 대회든 명절이든, 사람들이 모이면 한번 쓰고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될 수많은 쓰레기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때마다 소소익선(小小益善)이라는 말을 되뇐다.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이 말은 얼마나 선량하고 소망스러운가. ‘미니멀리스트의 식탁’, ‘심플하게 산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가속 소비, 과다 소유의 악무한에서 벗어나려는 미니멀리즘의 일상을 조명하는, 최근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제목이다. 간결해지니 풍요로워진다는 역설의 힘을 강조하는 이 소소익선을 되뇌는 건, 내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자각, 많은 걸 가지러 너무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반성, 많이 가지느라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다는 각성에서 비롯된다.

직업적 특성상 내가 너무 많이 가진 것 중 으뜸은 책이다. 전공이라서, 읽은 거라서, 읽을 거라서, 구하기 어려운 거라서, 사연이 있어서 여기저기 쌓아놓고 살고 있다. 다음은 의류다. 직장생활 30여년에 신체 치수가 별 변동이 없고 유행에도 민감하지 않아서 쌓인 옷들이 만만치 않다. 편리와 효율을 생각해 집에 들인 가전제품과 살림살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냉장고와 수납장에는 대용량 할인 구매한 가공식품류와 생필품이 넘쳐나 유통기한을 넘기기 일쑤다. 이렇게 쌓아두고 사는 세명의 가족이 더 있으니 우리 가족은 물건들의 빈틈에 끼어 사는 형국이다. 비단 우리 가족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량은 얼마나 될까? 2022년 한국 1인당 연간 생활폐기물(일반·음식물·재활용) 배출량이 446㎏이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1.2㎏ 정도를 버리는 셈이다. 80년을 산다면 1인당 30~40톤의 쓰레기를 버리게 된다. 도시에 사는 성인들은 더 많이 버릴 테니 나는 매일매일 2~3㎏, 평생 70톤 안팎을 버린다는 얘기다.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지칭하든, ‘단순한 삶을 사는 사람’을 지칭하든, 미니멀리스트의 제1 강령이 잘 비우는 것이다. 비우려면 정리가 필수인데,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정리할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기 쉽지 않다. 내 변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꿈꾸는 미니멀리스트란 잘 비우기 이전에 ‘꼭 필요한 것만 들이는 사람’, 그리고 ‘끝까지 소비하는 사람’이다. 비우려 버리는 마음과 끝까지 소비하려는 마음 사이를 나는 오락가락 중이다.

재활용될 거라 믿고 버리는 많은 것들도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재활용 의류 수거함에 버린 옷, 신발, 가방, 목도리, 담요, 인형 따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세계 의류 재활용률은 1%에 못 미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10%라고 하지만 대부분 동남아 아프리카로 수출되어 상당 부분 쓰레기 산이 된다.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다. 분리수거 덕분에 한국의 경우 56.7%로 높다지만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까지가 포함된 수치이므로 실제 비율은 16.4%다.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거나 잘못 버려져 대기와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한국 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은 97~98%를 넘나드는 놀라운 비율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료화를 제외한 퇴비, 소각, 매립으로 발생하는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생각하면 재활용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들이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백년에서 수천년 걸린다. 그렇게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이 지구를 뒤덮고 있다. 음식물, 화장품, 식수나 공기에서는 물론 뇌, 폐, 혈액, 태반과 모유에서도 발견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뜻이다.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기후 임계점을 알리는 ‘기후위기 시계’가 있다. “이 시계를 멈춰 세워야만 합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는 시점까지의 남은 시간을 표시한다. 인류 생존이 절대적으로 위협받는 시점이다. 2025년 2월1일 현재, 3년 171일이 남았다. 우리 공통의 미래를 사유하고 실천해야 할 마지노선의 시간이다. 소소익선의 가장 소극적인 탄소중립 생활 실천 목록을 써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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