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프론티어] 우울증·치매 부르는 이명, DTx·전자약으로 치료
이명 치료용 국산 5호 디지털치료제 ‘소리클리어’ 허가
뇌 미주신경 자극하는 전자약 ‘소리클’ 연내 국내 허가 신청
마약 중독·만성 통증·불면증 등 다양한 질환 치료 가능


외부 자극이 없어도 귀에서 ‘삐’ 소리나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보이는 이명(耳鳴)은 인구 2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스트레스나 심리적 요인도 있지만, 노화로 인한 청력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소리를 듣는 역할을 하는 달팽이관이 노화하면서 감각신경성 난청이 생기고, 뇌의 청각피질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명 증상이 발생한다.
이명은 어지럼증, 불안 증상, 우울증이 동반되고, 심할 경우 치매를 일으키거나 극단적 생각까지 치달을 수 있다. 최근 고령화로 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이명 환자 수는 2010년 28만389명에서 2022년 34만370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약 7억4000만명의 성인이 겪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현재 이명 환자들에게는 혈액순환제나 신경안정제가 처방되는데, 이는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수준이다. 이에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한 채 이명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국내 의료진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먹는 약이나 주사 대신 소프트웨어 기술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DTx) ‘소리클리어(SoriCLEAR)’다. 송재준 고대구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2018년 창업한 뉴라이브(NEURIVE)가 개발해, 지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제는 최근 불면증, 우울증 외에도 여러 신경질환에도 효과가 나타나 사용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약물이나 장치, 기타 요법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더 큰 데다, 일반 신약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소리클리어는 ‘국산 5호 DTx’다.
22일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송 대표는 “이명은 단순한 불편함 정도가 아닌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이라며 “반복되는 이명으로 감정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상담·교육을 디지털로 전환한 DTx인 소리클리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해 24년간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근무했다. 10년간 여러 국책과제를 통해 이명 치료제 연구를 하던 중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뉴라이브를 창업했다. 최혁 고려대 의대 의공학과 교수가 창업 초기부터 함께 기술 개발에 참여했고,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소리클리어는 환자의 나이·성별, 이명 주파수·크기 등을 수치화해 인공지능(AI)으로 환자의 장애 요인과 치료 표적을 예측한 뒤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이명 치료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병원용 DTx로, 의료진이 앱(app·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환자에 사용할 수 있다.
송 대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네카)에 소리클리어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를 신청해 의료기관에서의 비급여 사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쓰이기 전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그러나 환자들이 사용하기까지는 품목허가를 받은 뒤에도 최소 1년 이상이 더 걸린다. 이러한 지적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식약처가 허가한 의료기술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춘 기술은 비급여로 먼저 시장에서 쓸 수 있게 했다. 4년 뒤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송 대표는 “고대구로병원 외에도 여러 병원들과 소리클리어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수출을 추진하게 되면 영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를 추가해 전 세계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라이브는 뇌에 전자 자극을 줘 이명을 치료하는 전자약도 개발 중이다. ‘소리클(Soricle)’은 양쪽 귀에 쓰는 헤드폰 장치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미주 신경과 연결된 귀 부위(외이분지)를 전기로 자극해 치료한다. AI로 조절되는 전기 자극이 뇌 혈류와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이명을 발생시키는 청각 피질 흥분을 가라앉혀주는 원리다. 심신 안정과 집중력 향상 효과도 있다.
소리클은 현재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국내 품목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브라질에서 품목허가를 먼저 받아 남미 시장에서 시판이 가능해졌다. 지난 2023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뇌의 미주 신경을 자극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이명 외에도 불면증, 우울증, 만성 통증 등 고칠 수 있는 질병이 많다”며 “미주 신경 자극 방법을 각 질병에 최적화해 많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라이브는 미주 신경 자극술로 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연구에도 한창이다. 송 대표는 “마약 중독 환자들은 대개 흥분을 일으키는 교감신경이 과흥분되면서 극심한 금단 증상을 겪는데, 이 또한 부교감신경 활성화로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며 “마약중독 치료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에서 소규모 임상을 진행한 결과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소리클의 마약 중독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효과가 입증되면 알코올·니코틴 중독 등에도 적용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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