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日의 국방력 강화, 한국에 위협 안 돼”
한일 관계 강화, 한·미·일 협력에 “이의 없다”
‘셰셰 발언’에 美경악… “실용주의” 해명
과거와 180도 달라진 인식 눈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공개된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현재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으므로(not hostile)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한일관계 개선과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제도화 된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할 때 “이의가 없다(no objections)”고 했다. 지난 12월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문제 삼은 탄핵 소추안이 미 조야(朝野)에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적어도 액면으로는 이 대표가 과거와 달라진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끔찍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지만 왜곡됐다는 걸 알았다”는 말까지 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재출마 여부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지금은 헌정(憲政)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대표가 ‘2022년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아깝게 패한 후보’라며 “오늘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며 이는 한국의 미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직면한 각종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그의 등극은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심각한 법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지자들은 항소 절차가 새로운 선거에 출마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북한·중국·러시아 적대시 외교’를 탄핵 사유로 삼은 윤 대통령 1차 탄핵 소추안을 거론하며 “미국 관리들은 새로운 민주당 정부가 중국에 굽실거리고(kowtow), 윤 대통령 아래서 번성했던 한·미·일 3자 협력 관계가 종식될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주변의 안보 환경이 변하면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졌다”며 “한국 국민들은 중국에 극도로 부정적인 반면, 일본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더 실용적(pragmatic)인 민주당 지도자라 할지라도 현재 한국 정책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코노미스트가 ‘가장 민감한 외교 이슈’라 표현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현재 양국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의가 없다”고 했다. 일본은 미국의 지원 아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꾸준히 증강하고 있다. 중국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은데, 야권은 ‘자위대 군홧발’을 운운하며 이를 비판해왔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열린 2023년 8월만 하더라도 이 대표는 “일본과 ‘묻지마 군사협력’은 있을 수 없다”며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미·일 협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의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끔찍한 인권 침해를 저지르면서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변호사 시절 일본 방문 후) 일본인의 근면함, 성실함, 예의범절에 충격을 받았고 결국 정치에 의해 왜곡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총선에서 이 대표가 “왜 우리가 중국에 신경을 쓰냐” “왜 우리가 대만 해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써야 하는가” “중국에도 대만에도 셰셰(고맙다는 뜻의 중국어)하면 된다”라고 말한 것을 소환하며 “많은 미국인들이 경악(dismay)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돼 국가 이익에 해를 끼치는 수준까지는 피해야 한다는, 단순히 외교에서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트럼프 정부 내 포진한 중국 강경파들에는 달갑지 않은 발언일 것”이라며 이 대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한국 내 민주주의 복원’보다 미·중 사이 한국의 외교 좌표를 설정하는 게 더 까다로운 일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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