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인권 아닌 코끼리 권리를 달라 [고은경의 반려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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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코끼리 다섯 마리를 보호구역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가 법원에 의해 좌절됐다는 뉴스를 읽었다.
동물권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가 이끄는 동물권 보호단체 '비인간권리프로젝트'(NhRP)가 미 콜로라도주 대법원에 코끼리들에 대해 구속·구금된 개인이 법원에 신체적 자유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인신보호청원'(habeas corpus)을 요구했는데 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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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코끼리 다섯 마리를 보호구역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가 법원에 의해 좌절됐다는 뉴스를 읽었다. 동물권 변호사 스티븐 와이즈가 이끄는 동물권 보호단체 '비인간권리프로젝트'(NhRP)가 미 콜로라도주 대법원에 코끼리들에 대해 구속·구금된 개인이 법원에 신체적 자유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인신보호청원'(habeas corpus)을 요구했는데 패소했다는 내용이었다. 대법원은 "(그 동물이 아무리 인지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뛰어나도) 인신보호청원은 오직 인간에게만 적용된다"면서 NhRP의 요구를 기각했다.
환경 변호사 데이비드 보이는 저서 '자연의 권리'에서 "동물은 분명히 느끼고 사고하고 추론한다. 그들은 기계가 아니라 쾌락과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라고 말한다. 사람과 같이 두려움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감응력이 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는 것이다.


동물이 감응력이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면 우리 법 체계상 동물의 지위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면서 동물 학대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고, 학대자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구조한 동물도 되돌려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와이즈 변호사는 일찌감치 법의 부조리를 파악하고 동물의 법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소송을 벌여왔다. 2013년 뉴욕주 대학 실험실 등에서 사육되던 침팬지 네 마리에 대한 인신보호청원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침팬지는 법인격체이며 억류는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주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때도 동물은 인격체로 여겨진 적이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지만 이들의 시도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6281791063566)

이는 먼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2003년 도롱뇽이 당사자로서 고속철도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낸 적이 있다. 2018년엔 산양 56마리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소송을 걸었다. 검은머리물떼새, 황금박쥐 등도 서식지 보호를 요구하며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동물이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 동식물과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비인간 존재의 권리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진행 중이다.
와이즈 변호사는 "사람들은 우리가 침팬지에게 인권을 주려 든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침팬지에게 침팬지의 권리를 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2013년 침팬지 판결 당시 뉴욕주 대법원 바버라 제피 판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직 재산을 소유한 백인 남성 시민만이 미국 헌법에 보장된 법적 권리 전체를 누릴 수 있었다"는 판결문을 내며 침팬지의 법적 권리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언젠간 성공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도 각자에게 적합한 동물권을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날도 머지않아 오길 바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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