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텅 빈 상가에 커지는 한숨···동성로상인회 "대백 본점 매각 새 해법 찾아야"
대구 도심의 상징이었던 대구백화점 본점이 폐점한 지 3년이 넘었습니다.
경영난을 겪는 대구백화점이 지난해부터 자산 공개 매각에 나섰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해를 넘기고도 살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요.
상인단체는 상권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지자체가 나서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동성로 상가 곳곳에 '임대' 현수막···"대백 본점 폐점 후 공실률 2배"
1월 15일 대구 도심 대표 상권인 동성로를 찾았습니다.
옛 대구백화점 본점에서 옛 중앙파출소를 잇는 도로 양쪽으로 텅 빈 상점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눈에 보이는 곳만 5~6곳에 달했습니다.
빈 상점 앞에는 임대한다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전화를 걸어 2021년 7월 1일 대백 본점 폐점 이후 주변 상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어봤습니다.
공인중개사는 폐점 이후 유동 인구가 줄면서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상가 공실률은 폐점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아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를 보면 대백 본점 폐점 전인 2019년 3분기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47%, 소규모상가는 5.19%였습니다.
2024년 3분기에는 중대형 상가 19.82%, 소규모상가 11.08%로 집계됐습니다.
중대형 상가는 5곳 중 1곳, 소규모상가는 10곳 중 1곳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 "대구백화점이 사실은 한 10여 년 전부터 백화점으로서의 기능은 조금씩 상실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대구백화점이 그나마 존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권에 분위기라는 게 어느 정도 살아 있었거든요. 근데 진짜 3년 전에 느닷없이 그냥 갑자기 폐점을 하고 나서 상권이 휑해졌습니다. 다니던 사람도 직원들도 안 다니고 그나마 여기 조금씩 다니던 사람들도 발길이 뚝 끊기다 보니까 그게 또 하필이면 코로나 시기하고 맞닥뜨려 가지고 더더욱 분위기가 급속하게 냉랭히 가라앉았어요."
소비자들의 쇼핑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동성로 상권의 중심 역할을 했던 대백 본점이 문을 닫자 상권 침체가 더 가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 넘긴 대구백화점 자산 매각···대백 측 "매수의향서 들어왔지만 금액 차이 큰 듯"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구백화점은 지난해 8월 29일 자 조간신문 3곳에 매각 주간사인 KPMG삼정회계법인 명의로, 보유 중인 3개 자산을 매각한다고 공고했습니다.
매각 대상은 대구 동성로 본점과 대구 동구 신천동 구 대백아울렛, 동구 신서동에 있는 물류센터 3곳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5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습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매수의향서가 들어왔지만 경기 탓에 금액 차이가 큰 걸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동성로상인회, 대구시에 대백 본점 인수 제안
동성로상점가상인회는 2024년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과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발표 이후 유동 인구가 늘고, 상권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구백화점 본점을 현재 상태로 둔다면 상권 회복에 한계가 있을 거라면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동산 경기나 금리 동향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새 주인이 나타나기가 어렵고, 매각된다 하더라도 신축을 하는 데 길게는 7, 8년이 소요될 수 있는데, 그 사이에 동성로 상권이 얼마나 침체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직접 인수한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장 "대구시가 좀 인수를 하셔가지고 여기를 문화 예술이 가득한 공간으로, 그다음에 젊은 친구들이 서울에 굳이 안 가더라도 여기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뭐 그런 거점이나 이런 다양한 방면으로 삼으면 당장에 그 돈 들어가는 비용은 틀림없이 아깝고 뭐 귀중한 거지만 미래 10년, 20년을 바라봤을 때는 대구가 더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지만 장부 가격만 1,100억 원에 달해 대구시가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대구백화점이 내놓은 3개 자산 중 하나만 따로 매각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 직후인 2024년 8월 16일 시민들과의 토크 버스킹 '시민이 묻고 시장이 답하다' 행사에서 '동성로 부활'에 대한 의견을 밝혔는데요.
홍 시장은 "대구백화점 후적지는 협상을 하고 있는데 아직 뚜렷하게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여러 군데 지금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백화점 (본점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서 새로운 젊음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지 동성로가 살아납니다. 그래서 그건 합니다. 한 3~4년 걸릴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동성로 상권 회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대구백화점 자산 매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새로운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Copyright © 대구M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